❁[漢詩 한 수] 나그네 설움
나루에는 막 해가 저물고,
귀가하는 이들 앞다퉈 건너느라 떠들썩하네.
가까운 들녘 절엔 맑은 종 울고,
먼 강마을엔 불빛 몇 점.
기러기 보니 고향 소식 그립고,
원숭이 울음 들으니 눈물 자국 쌓이네.
외로운 배, 고향은 만 리 밖.
가을 달 마주하니 시름 어이 다 말하랴.
渡口欲黃昏(도구욕황혼)
歸人爭渡喧(귀인쟁도훤)
近鍾淸野寺(근종청야사)
遠火點江村(원화점강촌)
見雁思鄕信(견안사향신)
聞猿積淚痕(문원적루흔)
孤舟萬里夜(고주만리야)
秋月不堪論(추월불감론)
―‘파남의 배에서 본 밤 풍경(파남주중야시·巴南舟中夜市)’ 잠삼(岑參, 715-770·唐)
남들은 모두 집으로 향하는데 나만 타향에 머문다면, 풍경은 아름다울수록 서럽다. 잠삼(岑參)은 관직에서 물러나 귀향하던 길에 파남(巴南)의 강을 지났다. 전란에 막힌 여정, 고향은 만 리 밖이었다. 해 질 무렵 나루터에는 강을 건너려는 발길과 목소리가 뒤엉켰다. 그 소란은 ‘나만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소리였을 것이다. 잠시 뒤 풍경은 숨을 낮춘다. 가까운 절의 종소리와 먼 강마을의 불빛 몇 점, 귀로 듣는 가까움과 눈으로 보는 멂이 포개진다. 그러나 시인은 그 풍경에 마음을 붙이지 못한다. 기러기는 고향 편지를 떠올리게 하고, 원숭이 울음은 눌러 둔 눈물을 건드린다. 집에는 돌아갈 장소뿐 아니라 지나온 시간도 보관돼 있다. 남들의 귀가는 그가 떠나온 시간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마침내 강 위에 달이 뜬다. 달은 둥글지만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형편까지 둥글게 해주지는 않는다. 시인은 시름을 길게 늘어놓지 않는다. 차마 다 말할 수 없다는 데서 오히려 슬픔이 깊어진다. 고향은 남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문득 아파오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잠삼(岑參, 715∼770) : 당나라의 시인이다. 강릉[江陵, 지금의 허베이성(湖北省) 장링현(江陵縣)] 사람으로, 선조의 고향이 남양[南陽, 지금의 허난성(河南省) 난양시(南陽市)]이다. 본래 명망 있는 관료 집안 출신이었으나 부친 대에 가세가 몰락했다. 따라서 공업을 이루어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그의 평생의 염원이었으며, 이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5년 여간 안서(安西)와 북정(北庭) 등의 서부 변경 지역에서 종군하기도 했다. 변경에 있을 때 그곳의 황량한 풍경과 혹독한 기후 환경, 전쟁의 참혹한 모습과 병사들의 고통, 소수민족들의 풍습과 문물 등을 많은 시로 남겨 중국 문학사상 ‘변새시(邊塞詩)’라는 새로운 시의 영역을 확립했으며, 고적(高適)과 더불어 이른바 당대(唐代) ‘변새시파(邊塞詩派)’의 가장 대표적인 시인으로 추앙받았다. 장편 가행체(歌行體)에 특히 뛰어났으며 7언 절구에서도 좋은 작품을 다수 남기고 있다. 시집으로 ≪잠가주시(岑嘉州詩)≫ 8권이 있으며, 현재 400여 수의 작품이 전하고 있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首(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6년 10월 02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