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요일인데 아침부터 가을 장맛비가 찔끔찔끔 뿌리는 흐린 날이다.
아침 일찍 뒷산을 한 바퀴 하면서 약숫물도 떠고 체조도 하고 산길에서 베어진
푸라타나스 고목주위에 다시 새싹들이 수북이 돋아난 걸 보고 사진을 찍
었다가 지금 그 사진을 보면서 ' 인구 절벽 ' 이란 시조를 한 수 쓰고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앉아있는데 느닷없이 한 친구가 떠 오른다.
그 친구는 내가 마산완월초등학교를 다닐 때 나는 2반이고 그 친구는 1반이라서
6년동안 같은 반이 된 적이 없고 또한 마산중학교 마산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한
반이 된 적이 없어 뚜렷이 기억을 할 수 없으나 두가지 일때문에 머리속에 떠 오
른다.
이 친구가 1960년 마산 3.15의거 그 때가 아마 우리가 중학교 2학년때인가싶다.
데모에 나섰다가 다리에 경찰이 쏜 총탄에 총상을 입고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다고 하니 그 뒤에 회복을 한 모양이다.
세월이 흘러 내가 결혼을 하고 처갓집이 공주라서 공주에 갔다오는 어느 날 그
당시에 용산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는데 버스에서 내리는데 저 쪽 버스에서
어떤 손님의 짐을 지게에 옮겨싣는 사람을 보니 꼭 이 친구다싶어 그 쪽으로 가
볼려고 하니 이미 가 버리고 없어 아차 싶었는데. 그때 아마 짐꾼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싶다. 뒤에 다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그게 맞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친구 이야기에 의하면 친구 몇이서 함께 수소문을 해서 그 친구 집을 찾아가
보았으나 찾질 못했는데 그 이후 전연 종적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세
상 친구가 아닌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키가 좀 작고 얼굴이 반듯하며 머리가 우
수하고 냉철해서 잘 됐다면 큰 일을 할 수 있는 친구인데 하는 생각이.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오늘 왜 그 친구가 생각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2021.8.27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