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 협력 주요 내용
자유 통일 한반도 추진 첫 공식언급
북한 인권 개선, 국군포로 해결 논의
대만해협 대신 남중국해 언급
중국 간첩 겨냥, 인.태 평화 추구
아세안,테평양국과 정책 조율키로
한.미.일 3국 정상이 18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역내의 위기 상황이 발생하거나 3국 중 한 나라라도 안보 위협을 받을 경우 즉각적으로 서로 협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무력 충돌 상황까지
염두에 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3국 정상이 이날 한,미,일 협의 강화에 대한 정치적 공약을 담은 문서인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채택한 게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3국 핵심 당국자들 간의 실무 논의 단계에서는 '의무(Duty)'라고 명기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공약(Commitment)'이란 단어가 채택됐다.
중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3자 군사동맹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비판하는 등 반발이 적잖은 상황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데다 그동안 3국 협력 문제를 소극적으로 처리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보다 긴밀히 논의해 필요한 것을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라면서도 '새 문건이 기존의 미,일 동맹이나 한.미동맹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맹에 준하는 선언은 아니라지만, 역내외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별도 문건으로 강조한 것만으로도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에 강력한 시그널을 줄 것이란 계산이 담긴 셈이다.
실제로 3국 안보 협력의 분명한 타깃은 북한에 맞춰져 있다.
당장 3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 때 추진키로 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연내에 구축해 가동하기로 했다.
외교 소식통예 따르면 정상회담전날부터 이미 시험 가동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또 한.미.일 방어 훈련을 인례적으로 실시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자금줄인 불법 사이버 활동도 공동으로 감시하기
위해 한,미,일 사이버 협력 실무그룹도 신설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더 나아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납치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 추진 의지도
재확인했다.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 추진에 대한 공통 인식도 거듭 확인했다.
김태호 국가안보실 1차장은 '3국 정상이 함께 한국의 국군포로 문제와 자유 통일 한반도 문제에 공감하고 이를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당초 예고된 대로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은 양자 이슈인 만큼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선 논의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 결과 문서에 대만해협이 아닌 남중국해가 언급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는 정부 고귀 관계자가 '한,미,일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구심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은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 안보 협의체인 '퀘드(Quad)'나 미국.영국.호주 등 3자 협의체인 '오커스(Aukus)' 등과 함께 역내 외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강력한 협의체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국 정상은 지난해 프놈펜 성명에서도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 지역의 군사화 등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한,일 양국이 안보 협력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중국의 강압적 행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일본과의 양자적 군사 협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택지다.
국민 정서상 이를 승인하기 어렵고, 자칫 정치적으로 '반일 몰이'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한.일 앵국 협력의 본질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떄문이다.
정부의 이런 고민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it)'이라는 문건의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당초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이를 '위기 시 협의 의무(duty to consult를 맹세하는 것(take a pledge)'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반나절 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무(duty)라는 단어는 들어가지 않는다.
공약(commitment)이다'고 밝혔다.
'의무'가 명시될 경우 위기 발생 시 군사적 자동 개입 등 불필요한 해석을 나올 수 있는 만큼 한국 측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막판까지 진행된 문안 조율 과정에서 미국도 결국 한국 측 의견을 받아들여 '공약'으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어느 한 나라가 '이것은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협의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합의 문서는 동맹 간의 공약이 아니며 각국의 자위적 방어권도 저해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아시아판 나토'라고 반발하며 3국 안보 협력을 나토에 비유했지만 사실 이 또한 정확하지
않은 개념이다.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은 엄연한 군사 동맹이 아니며, 나토처럼 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집단 방위 체제를 구성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번 합의 문건은 어떠한 새로운 국제법적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국 정상은 이와 함께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각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탕으로 하는 '인도.태평양 대화'를 출범하고
3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태평양 도서국 등과 관련한 정책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한,미,일 개발정책 대화'를 가동하며 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주요 테마로 하는 한,미,일 3국의 별도 협의체 창설 문제는 이날 논의되지 않았다.
캠프 데이비드= 권호 기자, 서울=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