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을 꽤 올랐지만 봉강쪽에서는 오른 적이 없다.
봉강저수지의 물이 많으니 그 위 성불계곡의 골도 깊을 거라고 짐작만 한다.
퇴근하고 옥룡사지의 동백꽃을 보러 매재 고개를 넘어 터널을 내려가니
봉강면이고 성불사 이정표가 보여, 맘을 바꿔 핸들을 돌린다.
평지에 마을이 보이고 너른 계곡에 암반이 드러나 있다.
앞쪽에 산이 막혔는데 길은 구비돌아 이어진다.
간전으로 가는 길은 없다하고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 한참을 올라가니
성불사 주차장이 나온다.
키 큰 겨울나무 사이로 하얗게 작은 폭포를 이룬 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반나절 걸려 성불사를 찾았다는 벼슬아치의 시를 읽어보고 돌코끼리 사이 길로 올라간다.
만든지 얼마아되어 보이는 사적비를 보고 내려와 계단 위의 천왕문에
성불사 현판이 붙어 잇다.
역시 돌코끼리 두마리가 양쪽에 둥근 모양으로 서 있고 그 뒤에 오래 된 듯한
돌확인지 다른 구조물의 초석인지가 있다.계단을 오르는데 저쪽 등산로 쪽에서 개가 짖어댄다.
천왕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서니 커다란 오층석탑이 나타난다.
태국의 승왕이 보낸 부처님의 사릴르 봉함한 모양이다.
안내와는 조금 다르게 대웅전 역할을 하는 주건물은 관음전이 아니라 대자보전이다.
관음전을 오른쪽에 직각으로 서 있다.
부처님의 생애 벽화를 보며 한바퀴 돈다.
산줄기가 뻗어 내린 남쪽으로 푸른 산봉우리가 작게 보인다.
날이 풀린 듯하더니 천천히 걸어다니니 쌀랑하다.
계단을 내려오며 팔정도 조각을 본다.
성불사의 밤 노래를 읊조리는데 개가 또 짖어댄다.
형제봉이나 도솔봉이 가까운데 다음을 기약한다.
계곡으로 내려가 바위 사이를 오르내리며 물을 찍어본다.
그늘 돌 아래에 투명한 얼음이 단단하다.
바위를 오르내리며 이쪽저쪽 건너다가 공사장을 만나 길로 올라선다.
흐린 달이 뿌연 연무 속에 떠 있다. 걸음이 부족하다.
춘분이 지나면 퇴근 후 일찍 나서 형제봉은 다녀 올 생각인데 앞일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