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서야 여행기를 다시 올립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낸 7일 동안 보고 느낀것들
빨리 정해해야 할듯 싶습니다. 겨울이 끝나가는 시점에 마친 여행이라
정작 이곳에서 다시 정리해 올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해묵은 숙제로
남기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선 미술관을 비롯 문화중심의 테마 여행을 했습니다.
에르미타주와 러시아 국립 미술관, 자연사 박물관,
세계 발레의 본산, 바가노바 발레학교 탐방 및 일일 체험,
도스토예프스키가 <죄와 벌>을 완성했던 아파트와 박물관 방문하기
러시아식 사우나인 반야(Banya) 경험해보기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생가를 가서 '롤리타'의 원작 초고를 보았고
마블 플레이스라 불리는 현대미술관과 스티글리츠 장식미술 박물관에 갔습니다.
러시아 미술의 거장 일리야 레핀이 졸업한 국립 아카데미에 들러, 미래의 거장들을 살펴봤고
셰레메티에프 음악사 박물관에 들러 현의 풍경에 젖었고, 러시아 보드카 박물관에 들러 한잔 걸쳐 보기도 하고
초콜렛 박물관에서 치아가 썩을때까지, 초콜렛 먹어대기 등 다양한 테마의
체험을 했습니다. 박물관을 풀어내는 작업에만도 상당한 시간과 포스팅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신인 러시아 작가들을 알아보려고 상업 갤러리들을 다녔습니다
3개의 주요 갤러리를 갔고, 그 중 한곳은 세계적인 영국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단골로 그림을 사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멋진 경험을 했지요.
한 동안 쉬었던 러시아 횡단열차 여행의 백미
이제 본격적인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행을 시작합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흔히 북방의 베니스라 불리는 곳입니다.
그만큼 수 많은 운하가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장엄한 피터 대제의 물빛 꿈을
완성하는 곳입니다. 오늘 사진 속에 등장하는 풍경은 바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가장 핵심부인
네프스키 도로를 쭈욱 따라서 보는 모습입니다.
네프스키의 한 가운데를 지키는 카잔 성당의 모습입니다.
1801년에서 11년까지 10년이란 오랜 세월에 걸쳐 지어진 이 카잔은
당시 러시아의 문화적 중심부로 성장하려는 도시의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건물이지요.
러시아 속, 고대 로마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그대로 옮겨놓으려는 시도였으니까요.
성당 안에 꼭 들어가서 연주를 한번 들으세요. 세사람이 목소리로만 연주하는데
맑고 고운 소리가 천장을 타고 흘러내린답니다. 듣다보면 어느새 영혼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느끼실거에요.
네프스키 거리는 13세기 몽고와 게르만으로 부터 공격을 받았던 러시아를 구하기 위해
농민을 규합해 그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민족영웅 알렉산더 네프스키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거리입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핵심거리이자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기능이 결집된 곳이지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캔터키 프라이드 치킨 KFC 입니다.
개인적으로 좀 불친절했던 것 같아서 한번만 가고 다시는 가지 않았고요
개인적으로 네프스키 거리를 활보하며 가장 자주 다닌
떼레목이란 러시아 전통음식 블리니 가게입니다. 체인점 형태로 되어 있어 어디서든
드실수 있어요. 한국에서 흔히 돈 없으면 집에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란 말이 있잖아요.
여기서는 집에가서 블리니나 먹지라고 한다네요. 이 체험도 다음에 쓸께요.
영어 스펠링대로 테페목이라 읽으시면 안되요. 은근히 영어 습성이 붙은 분들
이거 발음이 잘 안된다니까요. 리순 앤 리피투......떼레목!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가 뭔지 아세요?
바로 보드카와 초콜렛이라죠. 사진 속 초콜렛 박물관 앞 장식물이
인상적이어서 한컷 찍었습니다. 초콜렛과 보드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올려볼께요.
그리도바 운하를 따라 아직 녹지 않은
빙결의 물길을 찍습니다. 이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도 미만한 봄빛이 들었겠지요.
예카쩨리나 여제의 정원입니다.
체스판처럼 디자인된 바닥 위에 올곳게 서 있는 동상이 곱습니다.
조각가 카를로 로시가 제작한 이 작품 속 예카쩨리나 여제의 의상이 아름답더군요.
자세히 한컷 한컷 찍으면서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러시아 복식사 부분에서 다시 할께요.
오늘은 그냥 맛보기! 이 동상을 자세히 보면
예카쩨리나 여제가 오를로프나 수보로프와 같은 당시 최고의 남성 정치가들을
하이힐로 짓밟고 있는 캐서린의 모습이 아주 당차게 표현되어 있지요.
보시는 건물은 백화점입니다. 고스티니 디보르(Gostiny Dvor)라고 하는데
북유럽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백화점이지요. 이 길을 따라서 오른쪽으로 가면
바로 도스토에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꼴리니코프가 노파을 살인한 거리의 모습과
만납니다. 소설 속 배경이 된 지금 이 거리는 온갖 화려한 쇼핑 센타로 가득 메워져 있습니다.
이 고스티니 디보르는 상인의 뜰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네요.
길이가 1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백화점입니다.
러시아에 가시면 most란 단어를 자주 보시게 될겁니다.
영어 생각하시면 안되겠지요. most는 다리란 뜻입니다. 앞에 보시는 연한 살구빛 건물은
러시아 국립 미술관의 분원인 스트로가노프 팰리스(Stroganov Palace)입니다.
이 안에는 임페리얼 시대의 도자기들과 장식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아래층에 있는 멋진 레스토랑이 마음에 들더군요. 여기서 커피 한잔 하고
시작하면 됩니다. 네프스키 거리를 다 걸으면 45분 정도면 다 걷습니다.
그러니 천천히 느끼면서 걸어야해요.
보시는 건물은 아래층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큰 서점인
돔 크니기(Dom Knigi)가 있습니다. 제가 이 건물을 한번에 알아본 건,
바로 재봉틀을 최초로 대량 생산한 아이작 메릿 싱어(Issac Merrit Singer)가
당시 유럽에 재봉틀을 생산해 유통하던 본사 건물이었기 때문이죠.
1834년 재봉틀의 발명은 유럽 전역에
엄청난 문화적 영향을 미칩니다. 원래 발명자는 월터 헌트란
발명가였고 이후 재봉틀 바늘의 움직임을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연구한 엘리아스 호우가 특허권을 갖게 되요. 하지만 복식사가들이 재봉틀의 최초 발명자를
아이작 싱어로 표기하는데는, 그가 교묘하게 특허권 분쟁을 피해 법적인 보장을 받았기 때문이죠.
(재봉틀 바늘을 상하로 움직이도록 설계했답니다)
인상주의 그림 속 여인들의 패션이 화려한 데는 당시 인공염색 기술의 발달도 원인이지만
정교한 리본과 레이스등, 기존의 수작업을 재봉틀이 대체하면서
의복의 단가가 내렸다는 데 그 이유가 있지요. 사실 그것 때문에 파리에선 재단사들이 거리투쟁과
쟁의까지 벌였다고 하네요. 자신들의 밥그릇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을테니까요.
(모든 걸 설명할때 꼭 옷 이야기가 들어가야 직성이 풀리네요)
네프스키 거리가 끝나는 곳에서 보이는 건물
바로 여름궁전과 겨울궁전, 그리고 에르미타주 미술관입니다.
세계 3대 미술관이라 불리지요. 그 소장품의 규모또한 엄청나서 저도 3일 내내 이곳에 갔습니다.
주요 작품들의 위치를 익히는데만 하루가 꼬박 걸린답니다.
앞에 보시는 페터 엔 폴 포트리스 앞의
다리 앞에 만들어진 동그란 석상 앞에서 한컷 찍었습니다.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많이 찍더라구요.
장난기가 동해서 눈으로 눈사람 대신 윤석 위에 웃는 사람의
표정을 그려보았습니다. 여행 하는 동안 이 표정을 제 얼굴에서 한번도 지우지 않았답니다.
여러분을 향한 제 마음도 이 표정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명물.....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의 성 바실리 성당을 본따 만든 부활성당의 모습입니다.
테트리스 오락의 배경으로 쓰인 건물이죠. 1883년에서 1907년
장장 24년에 걸쳐 건축한 이 건물 앞에서 개혁군주 알렉산더 2세는 인민테러리스트 그룹에 의해
살해 당합니다. 이후 27년에 걸쳐 파손된 교회를 복원했고 1997년에 일반인에게 공개되었죠.
내부에는 7천 스퀘어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모자이크 작업이 있고 이를 위해
300명의 예술가들이 진땀을 흘렸다고 해요.
사연이야 어찌되었든......이쁜 성당 앞에서 급방긋 웃어봅니다.
사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활짝 웃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진 속에는 영 얼어보이네요.
많은 독자분들이 러시아 여행기를 속개해달라고 요청하셔서
오늘부터는 여행기만 올리겠습니다. 물론 여행기엔 미술 블로그 공간에 맞는
미술관 기행이 충분히 녹아내리도록 써볼게요. 상상하지도 못한
특이한 작품들과 인형들이 눈 앞에 펼쳐질겁니다. 기대하세요.
이제 출발합니다......
김동률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출발>
첫댓글 홍기씨는 러시아에 가니 러시아 사람 같습니다. 사진 , 글 그리고 음악 잘 감상했습니다.
죄와 벌을 읽고 꼭 가보고싶었던 곳, 구경시켜주셔서 감사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