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란 것...
한순간엔 전부로 다가오다 또 한순간엔 티끌처럼 비어지고
그런 파도의 부침, 그 흔적을 따라 게시판에 올려보았었는데...
결국 남은 건 말 뿐이고
저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는 비애가 씁쓸합니다.
전 가을의 은은함과 겨울회색빛 찬바람이 주는 고적함이 좋다하며
침묵이 친근해지고 말의 충동은 자제가 되어 더욱 그 호젓함이 좋다합니다만
또한 말의 충동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간 그 흔적을 남겨보노라면
말만 앞세우는 건 아닌가? 하는 자기 씁쓸함도 함께 따라붙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행이 따라붙을 때까지 자제하려 한다 해보았습니다.
허나, 자제하려한다 하면 더욱 반발하는 것이 혀이던가...
그 충동을 어찌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른한 햇살에 오늘은 제 입술이 깨어나는가...
그런데, 그 씁쓸한 자조도
수천만리 떨어진 존재... 멀리 아주 멀리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기에...
참으로 아름다운 인연이 되는 존재들...
그 밤하늘 별님 같이 화면 위에서 반짝 반짝 초롱거리는 님들의 대화(만남)를 통하면
빛소금님이 올리신 글에서 처럼 그 거리의 미학인지...
씁쓸함이 새롭게 싱그러운 빛으로 발하고, 자조도 풍성한 미소로 채워지기도 합니다.
멀리있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걸까... 빛소금님이 올려주신 글이 생각납니다.
.....산은 나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산은 동시에 거대한 숲이다.
산을 오를땐 모든 걸 두고 오른다. 모든것으로부터 거리가 생긴다.
거리는 우리를 구원하고 무엇이든 사랑하게 만든다.
모든것은 거리를 두면 아름다워보인다....
시간이 그렇듯이...
시간적 세월과 공간적 거리는 같은 차원이다.
산에 오르며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나 자신으로부터조차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영겁 그리고 찰나 中에서>...........
거리는 우리에게 너울너울 망각의 공간과 시간을 주며 틈을 벌려
흘러가는 기억으로 대상을 자기가 감수한 인상으로만 바라보게 합니다.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이란 영화가 있었지요... 그렇게 기억이란 우리의 편의대로 색깔대로
대상을 재배치하는 습성이 있는 것일까요...
그것이 시간과 공간 그 거리가 주는 미학인가 봅니다.
그렇듯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화면을 마주한 채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엄연히 두고선 만남니다.
그 거리는 우리의 만남을 걸러내어주는 깔대기 같은 넉넉함을 부여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컴리셋증후군이라 하였던가요...
컴의 부정적 경향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나 다른 한편
사이버의 만남은 과거와의 연속적인 관계에서 해방되어 뚝 떨어져선
전혀 다른 환경과 인물 속에 처음부터 새롭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이미지를 가꿀 수 있으며
그 이미지가 다른 님들의 가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매력이
저 밤하늘의 별처럼 서로를 반짝 반짝 초롱초롱 옹기종기 모여놓고선
저마다의 상념을 소곤소곤 지피며 함께 엮어가는 이야기로 살아오르는가 봅니다.
그리고 가끔씩 우리는 다회를 가짐으로
더 선명하게 서로의 가슴에 소복소복 안겨지기도 합니다.
긴 시간이 아님으로 우리는 화면에서 발했던 그 빛만을 앞세우고도
소담스럽게 짧은 어울림을 아로새길 수 있었고
그 각자가 끌고있는 그림자 음영이 다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살짝 실루엣으로 숨겨두니
풋풋하고 소소한 만남의 향기로 아롱져질 수가 있었나 합니다.
지난달 16일(2002년 11월) 토요일 계룡산자락에서 아롱져졌던 만남을
재 기억의 색깔로써 생각나는 대로 읊어보겠습니다.
함께 하셨던 님들은 제 기억의 색깔과 님들의 색깔을 견주며 잠시 미소를 베어무셔라! 헤헤헤^^
석굴암, 팔공산, 서울.. 그 활발한 소모임의 나눔과 정담을 보고 듣노라면
시간이 빡빡하고 쫓겨다녀야 한다는 내 변명이 무색해지고
탄금대 운영자로서 괜시리 시기 질투가 난다.
화면상에서 아무리 반겨드리고 리플을 달아보아도 저들 활달함에 견주면
그 선전처럼 2%가 부족하고 살짜기 찔리는 기분이 있다 하얀이를 드러내며 웃는데
훈민정음님이 우리도 함 모여보자 제안한다.
저 부산의 바람결님이 바로 맞장구치며 반기고
대전은 한번도 온 적 없다며 잔뜩 기대를 하겠다 재촉하니 듣지 않을 수 없다.
얼추 멀찌감치 미리 날짜를 잡았다. 역시나 흐름님이 잽싸게 시간이 되는 대로 오겠단다.
대전분들만이면 시내라도 좋으련만... 저렇게들 멀리서 바람을 일으키시니
아무래도 풍광이 좋은 곳이 좋겠지.
지난번 빗속의 계룡산 기슭 우여향이 정취가 좋고 자리가 넓은 데다 은진님이 있으니
일박해도 무리가 없겠다 속셈을 하여보곤
그리 일단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오실 님들을 살피며 느긋하였다.
시간이 흘러 일주 전으로 임박하야 지금쯤은 소모임공고를
은진님도 보셨겠지 하면서 전화를 하였겄다.
헌데 이런~~~ 은진님은 중국에 들어가 두어달 뒤에나 온다네.
그렇담 내 속셈이 어그러지잖아!
에구 에구, 은진님만 믿고 미리 광고를 하였었는데...
멀리서 오시는 님들을 기껏 불러놓고 여관방에 갈 수도 없구...
민박하자니 배보다 배꼽이 클 것이로고... 흑흑흑, 후회막심이로다!
그래도 일은 벌려놓았구~~~~ 앗, 전광처럼 떠오른 곳. "물빛찻집"
올 2월 정기총회에서 좋은 풍광을 선물했던 계룡산자락 상신리의 물빛찻집!
아아, 헌데... 난 물빛마당에서 대나무숲과 전원의 풍경 그 쏟아지는 햇살만을 안으며
그 모임에 묻혀 갔다 왔을 뿐. 물빛 주인장님과 얼굴 한번 마주하지 못하였었구나.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다가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련다는 심정으로다가 낯짝에 굳은 살 박아가
찾아 찾아 잠룡님(물빛찻집 주인장님의 다음닉)께 메일을 드렸다.
얼굴도 모르면서 그냥 물빛찻집에 함 가본 적이 있었네라는 인연의 끝투리를 부여잡고
전화번호도 모르는 상황에서 달랑 메일주소 하나에 사정을 담아 보냈다.
하나의 느낌을 가지고 말이다.
사실 서림스님이 오픈모임을 할 때 보면 걍 성글성글한 참으로 속 편하신 면모를 보이셨었다.
그냥 준비성 있는 면모가 아니었음에도 그 아구가 이리저리 잘 들어맞으며
좋은 어울림을 만들어냈다.
"내가 뜻을 세우면 그냥 그렇게 벌여지며 되더랑께!"
도솔천에서 첫만남을 가질 때 내게 해주신 말씀인데... 후박나무님 기억하실랑가?^^
성향과 기호가 비슷한 님들이어일까... 자리만 있으면
오는 족족 자연스럽게 서로가 동화되어 미소가 베어물렸다.
어거지로 또는 머리를 짜서 힘들게 분위기를 성구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화목함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 차맛어때의 모임들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아구가 맞아주는 어울림이었다는 느낌은 믿음이 되어 모임의 주선이 부담스럽지 않다!
역시나 잠룡님으로부터 바로 답신이 왔다.
평소 인터넷에 자주 접속하지 않는다는 잠룡님인데... 그리 아구가 맞아
내가 메일을 드리고 하루가 되기 전에 확인을 하셨다며 전화번호를 남기셨다.
난 하얀이를 드러내며 잠룡님께 전화를 했지. 이제 숙박문제는 풀리겠구나 속셈하면서...
당연히 잠룡님도 함께 할 거란 기대로 전화를 드렸는데... 이럴수가!
그날 동생분이 결혼식이 있어서 함께 할 수 없다신다. 그러면서도 낙낙한 목소리로
맘이 있으시면 오셔서 좋은 어울림을 가지라시며 자리를 기꺼이 열어주시겠다신다.
참 난망하여라!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그 작은 끝투리 인연 하나에 그리 넉넉한 웃음으로 쾌히 응해주시는
잠룡님! 참 고마웁다!
더욱이 자신이 함께 할 수 없음에도 그리 허하여주는 그 신뢰에
난 미리 찾아가 인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동학사가 종점인 버스를 타고가다 박정자나무 앞에서 내려
공주 상신리에 이르는 버스를 기다리자니 빈손이라...
茶人에게 정종이 어울릴까만은 달리 준비한 게 없으니 어쩌랴.
제가수도자로 알고 있던 잠룡님!
헌데 겔로퍼였던가 집차에 양복 입은 모습은 전형적인 도시셀러리맨이로다.
그리 서로 바쁘다며 스치듯 미소를 나누었지. 다음에 좀 더 진한 미소의 나눔을 기대하며...
이젠 숙박 장소가 너무 좋구나!
하니 화면게시판의 방방 골골 찾아가 님들 오셔유 하면서 대대적인 선전을 하였지.
헌데 기다려봐도 문수행님, 흐름님, 바람결님 외엔 리플이 없는거야.
장소와 시간이 넉넉한데... 언제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겠냐 생각하니
그냥 놔두기엔 아쉽더라 이말이지.
하여 게시판을 뒤져 전화번호 올린 님들을 체크해서는 전화를 하였지.
잠시지만 내 적조한 가슴공간에 숙녀분들의 낭낭한 목소리가 울릴 땐 참 좋더라구.
낯가림을 하지 않는 나지만 전화번호가 올라있는 님이라고 다 전화할 수는 없더라네.
화면이나 오픈모임에서 익히지 못한 님들껜 전화를 하지 못하겠더라구.
대전정모(차맛어때 2주년기념) 때 익히고 지리산에서 익혔던 님들께 전화를 하였지.
그라지오. 옵티, 후박나무, 흐름, 이스크라, 등등의 남성들에겐 좀 형식적인 목소리를 내게 되는데
훈민정음, 미류나무, 푸른하늘, 바람결, 채훈, 아란도 등에겐 잔뜩 개구짐을 얹어 아양을 떤다고 떨었지 뭐야.
믿거나 말거나... 헤헤헤^^
아, 참 아란도는 전화를 안받아가 통화 못했었구나.
전에는 여자들에게 무척 무뚝뚝하게 용건만 전했던 나였는데... 많이 발전한 거지... 흐흐흐
수기님이나, 지현님에게도 함 해볼까 싶었는데... 따로 익혀둔 바가 없으니 아쉽지만 어쩌겠어?
아, 그러고보니 내 팬 세리님에게도 함 해보려 찾아보는데
전화번호가 안 보여 참 안타까왔더라네.
그리 함 여성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자꾸 들어보고 싶은기라...
그래서 이 핑계 저 핑계로다가 몇 번 전화를 했구만. 아시는 님은 그냥 웃어주시구레. 헤헤헤^6^
그랬는데도 확실히 오신다는 님은 문수행님, 바람결님, 흐름님.
미류나무님은 당일 일정을 봐서야 결정할 수 있다하고...
한 오륙명 되겠다 싶어 금요일 저녁 까르프에 가서 미리 장을 보았지.
어이구, 벌써 밤이 이슥하야 시간이 훨씬 지나버렸네이~~
나머지 이야기는 잠을 자구 내일 아니 자정이 넘었으니 오늘 이바구가 풀리는 순간 이어볼 것이니
지금까지 볼만 했으면 다음도 기대하고 기다리시라.... 헤헤헤^^
그럼, 이밤엔 안녕^^
오륙명이 먹을 야식거리와 아침거리를 챙겨넣었는데 쇼핑봉지가 이리 삐쭉 저리 삐쭉 하면서
드디어 북 찢어지고 할 수 없이 등짐백에 쑤셔넣었더니
그렇잖아도 바래고 조금은 촌스러운 내 등짐백이 배불뚝이처럼 볼록 튀어나와
그를 짊어지고 한손에 쇼핑봉다리를 들고 버스를 탈 세 영~엉 모양이 엉성하도다.
물빛찻집 도착하니 오전11시 20분, 이왕 시간을 내 준비하는 거
우여향에 모여서 함께 가 그 밤에 따로 먹거리 준비한다고 부산스러울 필요없도록
먼저 물빛찻집에 이리와서 착착 준비를 하는거다.
사실 전국 어디를 가거나 기념품이든 술안주든 거기서 거기 아닌가?
그럴바에야 차라리 맛이 있으나 없으나 내 솜씨를 부려보기로 하는 것이지.
바로 양파 까고, 파 다듬고, 당근, 감자, 애호박 등을 깨끗이 씻어내고...
잠룡님의 취사식기를 살펴보니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물가 노란 양동이에 누른밥 그대로 밥풀 그대로 언채로 쌓여있더라.
허이구, 누가 홀애비 아니랄까봐...
그래도 통유리 찻방은 아주 말끔히 해놓으셨더라.
그리 수재비, 해물탕, 동태찌게 거리를 물만 붓고 간만 맞추면 될 수 있도록 준비완료 해놨겄다.
겨우 12시 20분, 시간은 넉넉하니 상신리 도예촌에 걸음하였다.
계룡산에 많이 다녔어도 그 자락 골골을 알아볼 새 없었더니
이참에 살짝 도예촌에 들러보고 오시는 님들께 안내할 수 있으면 안내하고...
둘러본 도예촌은 뭐랄까...
농촌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부지원 특화정책의 한 사례라 할 수 있었는데
전시회가 이미 저간에 끝나서인지 참 한산하였다.
대충 물레돌아가는 것도 좀 보고 차한잔 얻어마시고 팜풀렛 하나 받아들고는 터벅터벅 나왔다.
등산로식당(2월 정모 때 점심을 들었던 곳)에 들었다.
사람이 빽빽하고 차들이 줄줄이 사람들이 마당 밖에까지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다.
역시나 맛이 좋아서인지 이시간엔 늘 붐빈가 보다. 방마다 사람들이 꽉 차있다.
미리 예약을 해야지 제 시간에 먹을 수 있단다.
메뉴판을 살피며 대충 가격을 훝고는 내일 점심은 여기서 먹어야지 하면서
전화번호 명함을 챙겨받아 넣었지.
기다리는 것은 그렇고 일행도 없이 혼자 상 받는 것도 그렇고 하여
등산하며 요기하려고 준비한 고구마로 점심을 떼웠다.
이젠 상신리에서 주차장 쪽으로 계룡산을 넘어가면 약속시간에 거의 맞아떨어지겠다.
등산로는 참 평이했다. 11월이라 낙엽도 마른가지도 모두가 황토빛으로 바삭거릴 제
얼었다 햇살과 등산객 발자국에 녹아나는 길이 검은 찰흙빛으로 물기를 머금기도 한다.
저번 흐름님이랑 야간산행할 때와는 달리 체력이 든든하였던지 시간 맞춘다고 일부러 천천히 천, 천, 히,
걷는다고 걸었는데도 남매탑에 오르니 2시 반.
오르다 알게 되었는데... 흐름님이랑 가다 돌아오고 가다 돌아오고 하면서 한참 헤매였던 길이
원래는 맞는 길이었더라.
밤이고 안개비 내릴 제, 체력은 바닥이요 잠은 쏟아지니 방향감각을 상실했던지
가던 대로 쭉 갔으면 다시 꺽어져 주차장 등산길로 접어들었을텐데...
고 꺽어지는 길까지 가지 못하고 이 방향이 아닌데 의심부터 하였으니
정작은 제 길었지만 스스로의 의심으로 그리 헤매였던 것이다.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하는 말씀이 새삼스럽다.
다 내려와서 계곡물에 발담그고 시원히 발의 피로를 풀어주며
지나가시는 아저씨 아줌마께 한여름인양 발담그고 젊음을 과시하여보는데
내 기대와는 상관없이 부러운듯한 시선 한번없이 무심히 지나가더라.
그러고나니 3시30, 바람결님과 훈민정음님이 먼저 와서 산책을 하겠다 하였으니
지금쯤 내려가다 보면 조우할 수도 있겠네... 느긋이 우여향으로 내려갔겄다.
미리 전화로 확인해볼까 하다 소리없이 그냥 쑥 들어가는 것이 또한 묘미.^^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걸었지만 아무와 마주치지 못하고 우여향 문 앞이다.
음~ 거의 4시. 어느 님들이 와 계실고?
드디어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어라, 아무도 안 왔잖아!
일행이 오면 시키기로 하고 둥글레차 한 잔을 받았다. 훕훕 몸을 녹이며
입구를 등지고 벽쪽을 바라보며 결가부좌를 틀었겄다.
등산하며 만끽한 산의 기운을 잔잔히 다독이며 어느 님이 오실 때까지 고요히 묵상하였지.
다리가 절이고 발목이 아파오며 허리가 뻐쩍찌근해져 반가부좌로 바꿀 쯔음 훈민정음님 도착.
뭣이라? 바람결은 몸이 아파 못 온다하고, 흐름님도 못 온다, 미류나무님도 시간이 안돼...
문수행님에겐 이렇다할 연락이 없고...
아이구메야, 잘 되었네 그랴!
훈민정음 누이, 우리 오봇하게 오늘 데이트하는 것이여? 헤헤헤^^
속으로 의뭉을 떨을 제, 왠 못보던 아저씨 바람 같이 등장하니 그 분이 바로 무심초!
사실 처음 화면에서 무심초님을 뵈었을 때, 난 속으로
'어이구, 심초여사여!
탄금대까정 이리 날라오셔서 울림을 찾아주시고 장단 받아주시니 감사...
나도 팔공산에 가 심초여사께 그 여린 서정에 맞춰 박자를 맞추며
살금살금 여사의 가슴에 이 울림의 인상을 심어주어봐야지롱' 함서
아줌마가 총각에 뿅 가면 그 죄를 어찌 감당할까나... 속으로 씩 웃게도 되었던
내 상상 속에 섬세하고도 여린 서정의 멋으로 살아숨쉬는 무심초 여사의 영상을 세우고
심초여사의 글을 눈여겨보지 않았겠습니까!
헌디 어느날, 바로 차맛어때 일일찻집 행사후기로 푸른하늘님이 올린 사진을 보니
아뿔사!
무심초여사가 아니라 무심초 아자씨가 아니겠씀둥? 그때부터 관심 뚝!
내가 이런 사람이고마. 흐흐흐^^
사진에서 뵐 때와는 달리 기골이 장대하시고 손날이 묵찍해 뵈는 게
그 내공의 기도가 날 움츠리게 만드시는데...
다행이 눈가에 지펴진 개구진 주름과 훨출한 이마하며 개구장이 같은 입매무새가 편안하더라.
실은 한빛님, 야생화님 전화번호를 알면서도 오시라 연락드리지 못했다.
그 분들이 오시면 좋으나 중심 축인 스님 한 분 없는데 오시라 하곤
공감대가 빈곤하면 그처럼 미안스러울 수 없으니 적극 자리를 권하지 못하였었다.
그때까지도 나이의 차를 난 허물지못하였고 어려워했던 것이니.
그것이 장유유서의 예를 다하는 것이라고 알게모르게 당연히도 나이를 서열화시켰던 심정이었는데...
멀리서 이렇게 무심초여사 아니 아자씨께서 찾아주시니 너무나 황송하다.
더군다나 님들로 북적북적한 자리라면 어깨 으쓱하며 잘 오셨네라고 너스레를 떨어보련만
훈민정음과 산울림의 데이트에 꼽사리 낀 것처럼 되었으니...^^
아아, 헌데 심초형아의 입담은 참 푸짐하도다!
왜 아자씨가 형아가 됬냐고?
아, 글씨! 무심초님은 참으로 격이 없고 자유롭더라네.
한빛님을 만났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무심초님도 역시나 나이어린 청춘들보다 훨씬 젊게 사시더란 것!
그러니 심초형아가 더욱 자연스럽겠다 싶어... 심초형아, 불만 없지? 헤헤헤^^
내 심초형아가 처음엔 여사인 줄 알고 가슴 방망이 쳐댔다며...
어찌 그리 감쪽 같이 속아넘어갔던지...
하였더니,
"나 그래서 사진 안 찍을 라고 라고 했는데... 푸른하늘님이 그리 찍어댈 줄이야..."
맞장구치면서 심초형아는 푸른하늘님을 좀 원망하는 눈치였다.
참으로 장난꾸러기 같이 차맛어때의 소소한 사정을 읊어내시는데
정보통이 따로 없더라.
그때에야 뭉치와 낭인의 관계를 알았고, 수보리와 보스의 관계,
또 몇몇 더 있었는데...
익숙해지면 또 굴레였던가?
한 네임이 익숙해지고 하나의 인격체적 이미지로 형상화되었을 때
다시 익명으로 숨어서 웃음짓는 자유를 원하였을까... 그냥 재미였던가...
그리 폼을 잡고 심초형아에게 네임변화의 유행을 재밌게 듣는데...
문수행님 등장!
어, 어찌 연락 한번 없이 바로 찾아오셨네요?
계룡산엔 자주 왔었고 우여향에도 2월이든가 3월경에 함 왔었노라고
청주에서 1시간 운전하여 오셨다니 난 띠용!
와, 교통비 굳혔다! 여기서 물빛찾집으로 넘어가기 수월하게 됬다며 속으로 환호했다. 흐흐
화면상에서 본 문수행님은 참 내성적이지 않으실까...
모임 때마다 온다 온다 하셔놓곤 오신적 없었네라며 그것이 조용한 성격이어서 그렇지 않았나...
생각했었는데, 참 쌩쌩하시다! 그리고 적극적이면서 활달하신 님임을...
내가 참 이뻐했던 후배와 그 분위기와 어투가 흡사해서 그랬는지
서른녘이라기보다 스물중반의 피부와 밝음을 느꼈다.
(아부냐고요? 제가 문수행님께 무슨 아부할 일 있겄소? 솔직한 느낌이라네요. 헤헤헤^^)
거기에 여기 독립군이란 닉으로 등장하셨던 우여향 주인장님이 곁에서 한 몫해서 차를 권해주시니
산울림이 우여향을 참 그럴듯이 선전하여 왔더니 뭐 별로네!
그리 슬몃 투덜거리셨던 심초형아의 심사도 달래졌겠지...
헌데, 독립군님의 모습은 정말 독립군투사처럼 수염이 시컴 산적이도다.
재주도 다양해서 국악기를 몇개 다루시는가 본데
그 실력을 검증받아볼 자리가 못 되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익어지고
흐름님으로 부터 전화오고 채훈님으로부터 전화오고
헌데,
심초형아와 문수행님은 그 밤에 돌아갈거라니
물빛찻집에 미리 가서 준비해놓은 부식들이 울더라. 흑흑흑
다시 흐름님으로부터 전화
"밤 11시 넘어서라도 갈까?"
아이구, 아서십시요! 차도 끊기고 무심초님도 문수행님도 바로 가신다지
훈민정음님도 불시에 집에 급한 일이 생겨 바로 가봐야한다지...
우리는 술 한 잔 할겸 저녁요기할겸 계룡산 주막촌으로 옮겼다.
옮겨갈 새 채훈님으로부터 전화가 오고 아란도와 만나서 같이 오까? 하는데
지금 저녁 6시. 얼씨구나! 그려그려 어여와.
물빛찻집으로의 길이 기사회생이로다!
즐비한 주막촌에서 어디로 갈까...
제일 멀리서 오셨구 그 연륜의 감각으로다가 무심초님이 찾아들어가보세유!
아니 아니 다 거기서 거기니까 그냥 앞장서 들어가!
미적미적거리다
중앙의 한 가게 앞에 들어가면서
쭉 훑어보다가 아줌마의 미모가 제일로 아름다우니 발걸음이 절로 이리 향하데유!
낭낭하게 운을 떼고는 멀리 대구서 청주서 더덕주향을 맡고 오신 분들인데유~
저 아줌마 미모만 믿고 일로 들어왔어라. 잘 부탁혀유!
하고는 온돌방에 자리를 잡았겠다.
확실히 가는 입담이 구수하면 나오는 안주가 푸짐하도다!
문수행님은 차가 대기하고 있어 한 잔만 받아놓았고
훈민정음님도 같이 맞아들이는 입장이지만 개인사정으로 인해 마음이 분주해서 그런지 한 잔이다.
예서 두어시간 있다보면 채훈님과 아란도 도착시간에 맞추겠다 하며
주로 무심초님과 나만이 꿀꺽꿀꺽 술과 이야기를 지펴내고 있었다.
그렇게 무심초님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도 온다는 채훈과 아란도에게서는
연락이 없고
9시 거의 되어서야 겨우 서울역이란다.
채훈 안경 맞추느라 늦었다는데... 하이구, 그래도 온다는 데 기특한지고.
그럼, 흐름님도 오시라할 껄 그랬나...
무심초, 지금의 해살스러운 그 모습과는 달리
한 어깨(깍두기)했을 군대적 사진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운전하면 피로한 줄 모르고 오히려 힘이 난다는 그 도로여행 엇박자와 그 묘미의 함수...
명창엔 명고수가 있다고
문수행님은 똘망똘망 간간히 웃음을 푸짐히 터트리시며 분위기를 거들고
훈민정음님은 언제나 그린듯 고아한 멋으로 은은하게 여백을 채운다.
어떨 때보면 수줍음이 피어있을 것만 같아 소극적이지 않을까... 인상이 들기도 하는데
외유내강이랄까... 할 말은 하고, 무대가 마련되면 한곡조 뽑는 멋까지...
강단있고 여유로운 절조가 있는 님이로다.
그리 무심초님의 흐드러진 이바구에 우리의 도란거림은 품짐하였다.
그렇게 한단락 함께 하고는 먼저 일어나 병원으로 간다하고는
걷은 회비를 내가 가지고 있었는데도 계산을 미리 하였더라.
내 궁색한 호주머니를 생각하니 너무너무 감사한 베품이로다.
훈민정음, 너무너무 이뻐! 헤헤헤^^
문득 난
사람 사람 마다 마다 대함에 벽이없는듯한 따듯하고 자유로운 무심초님을 보면서
'아아, 이미 스물을 넘기면 누구나 똑 같구나!
머리가 희끗해지는 만큼 연륜이 두꺼워지겠지만
그 감수성까지도 나이 속에 묻히는 건 아니구나!
그저 책임과 시선들 속에 숨죽여놓았을 뿐 그것을 언제나 맘껏 싱싱하게 터트리고픈 것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이구나!
찻 잔 하나엔 나이를 떠나서 그렇게 함께 싱싱함으로 나누어지는 젊음인 것이로구나!
나이와는 상관없이 늙지않는 내면의 사랑과 자유, 그 청춘을 나누고픈 것이구나!
괜히 나이에 예를 차린다고 연세라며 어려워하고 격을 차리려하는 것이
오히려 그 먼걸음 오신 정을 빗겨가게하는 것이로구나!'
비록 그때까지의 내 장유유서의 관성으로 충분히 친구가 되어드리지는 못했지만
이후로 차 한 잔에 만나는 어느 머리 희끗하고 잔주름이 지펴진 님을 만나도
어른이라는 대우보다는 다우라는 그 찻 잔 하나의 "벗"이라는 가슴으로 맞아안는
너스레의 호탕한 정을 배우며 사람과의 경계를 점점 허물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난 사람 사람을 하나의 세계로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은 또 하나 세계와의 만남이라며
관조 속에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사람 사람마다 진지해지도록 무게감을 실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전에는 그 진지함과 무게감에서 일까...
어떤 프로그램이나 주제 없이 사람들을 대하려면 말이 빈곤해지고
그냥 미소하나 무는 배경이 되곤 한다.
굳이 내가 보태지 않아도 이야기꽃이 만발하고 분위기 좋으면
미소 하나만으로도 넉넉해지는데...
둘이 만나거나 대화의 축이 되는 이가 없을 땐
침묵의 어색함을 지레짐작하고 부담감을 떠안기도 했었다.
그 부담감이 또 이야기의 빈곤을 더욱 부채질하기도 했었고.
그런 탓이였을까... 오는 사람을 기꺼이 반기기는 하지만
호기심을 쫓아 가서 반가움을 피워내지는 못했다.
다만, 산천의 자연경치만을 쫓았다.
그런데, 무심초님에게서
경계없이 두루두루 발걸음 부지런히 만나고 살피며 그 사람사람을 즐기는 풍미를
곁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아, 사람 사람도 하나의 풍경이구나!
나의 풍경을 보여주고 저이 풍경을 마주하며 그리 가볍게 콧노래를 부름이 바로 풍류로구나!
내 풍경이 빈약하여
무심초님과 문수행님이 그리 이 밤에 가시려는가?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지만
사람 사이의 풍경은 서로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고집 부릴 건 부리고 따를 건 따르고 그 자신의 당당함이 더욱 중요하리라.
그 심리의 연장으로다가
밥배와 술배가 따로고 밥은 꼭 먹어야하신다는 무심초님이
저녁을 식당에서 먹자 먹자하시며 쉬이 떠나고픈 눈치를 주셔도
문수행님과 훈민정음님 응원을 업고
끝까지 물빛찻집에 모셔가 내 손수 멀쭉한 해물탕에 밥을 채려드렸지.
무심초님, 그 밥은 잊지 못할 것이여! 헤헤헤^^
하여간 훈민정음님은 따로 시내로 먼저 가시고
셋은 문수행님의 옆과 뒤에 앉아서 물빛찻집으로 넘어왔겠다.
헌데, 차방 문 앞에 낮에 보지 못했던 신발이 한켤레 있다.
어, 낮에 있었던가? 갸웃갸웃...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왠 사람이 한쪽에 이불을 펴고덮고 자다가는
바로 후다닥닥 일어난다. 그 분이 바로 담덕님!
물빛쥔장님의 후배로 수원에 사신다는... 잠시 쉬러왔는데
오는 날이 장날이었던 거다.
내가 어려워하면 무심초님과 문수행님께도 면목없고 ...
일단 기세좋게 주인장처럼 담덕님께 넉살을 지피며 인사하고 자리를 하였지.
그런데 문수행님은 한술 더 떠
물빛찻집에 비치된 차들을 요묘조모 보더니 울썩 울썩 우려내신다.
아까 우여향에서 충분히 차를 마시지 못했노라고
이런 맛이 있어야 온 보람을 톡톡히 챙겨가지... 하면서
그러고보면 하나 찌프림없이 받아주던 담덕님도 그 넉넉한 품마냥 참 넉넉한 분이여!
그렇게 밥짓고 찌게 끓여 차 우려...
서서히 섬닷한 자리가 데펴지고 가실님들 갈 시간과 오실님들 올 시간을 맞추고 있었다.
어느 연인들의 속삭임을 스치듯 들은 적 있다
눈부처가 뭔지 아나요? 순우리말인데...
잘 모르겠나요?
그러면 지금 내 눈동자를 들여다 보아요.
눈동자 안에 누가 있지 않아요?
그걸 눈부처라고 부른대요.
상대방의 눈동자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
서로의 눈부처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소중한 건지 몰라요.
사실 다른 사람의 눈을 빤히 바라보는 것만큼
어색한 것이 없거든요...
그렇게 바라보고 오랜 시간을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사람들은 침묵을 두려워하거든요.
침묵속에서라도 편안할 수 있다면
우리는 정말 소중한 사이가 된거예요.
첫댓글 ...소중한 ...친구...(벗)...차 한잔 과 곡차 한잔...()...!
^^ 그래, 그래. 그 아련했던 기억 속으로 사라졌던 사람들이 소리들이 풍경들이 피어나는구나. 잠룡님 냉장고에 있는 조껍데기 술까지 꺼내 먹었다는 대목에서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그 때의 느낌이 이리 기록되어 있다 되살아나니 참 좋다. ㅋㅋ오! 마미 산울림~ 고마우이
산울림! 넘 오랫만이네. 난 야생화! 물빛찻집 나두 기억하네.맛나는 순두부집도 생각나구 말야. 정감 넘치는 글 잘 읽었네. 소설가 빰치는 글솜씨로 소설 한편 써서 발표 함 해 보시라요. 짬 나면 얼굴 함 보세. 보고 싶구나! ^^~
그러게 말이야....이상하게도 물빛찻집일은 쉬이 잊혀지지 않네그랴...그동안 다회 하느라 전국을 떠돌아 다녔건만 아마도 막기차를 타고 서서 두어시간을 기차를 타고가다보니 ^^그 대전행이 더 간절했던 모양이야..떠나고 싶었거든..마침 우리더러 오라고 손짓하니 더할나위 없었던거라...떠나고 싶을때 친구가 있다는것.
또한 반겨주고 맞아주는이가 있다는것...아마도 삼박자가 맞은것이 아닐까...밤길에 동행할 친구와 낮선곳을 헤메지 않아도 되는것(낮과밤의 다른 기운들)우리는 그 모든것에서 그날은 자유로울수 있었다네...^^참고로 채훈과 나는 산울림이 비맞으면서 설겆이 하는걸 보고 우리는 차를 마셨다네...^^;
나중에 채훈이 우산을 씌워주었던가...ㅋㅋ..마치 유년의 기억처럼 아름다운 추억이라네....^^늘 고맙게 생각한다네..^^다음에 기회되면 언제 또 부탁합지요...^^하하....
그런데, 잠룡님이 유성으로 나오시며 물빛찻집의 공간은 그렇게 추억 속으로만 있게 되었다요. 함께 서로 이야기할 공간과 시간의 그림이 있다는 것이 또한 참 다복하였네. 우담바라님, 그 아껴주시는 마음 감사합니다. 창원에 가게 되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_()_
우리네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추억'때문이라지요. 살아가면서 힘겨운날 가만히 꺼내보고 가슴 따뜻해지는 추억하나는 꼭 만들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