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 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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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무장평화의 섬이 가야 할 길 | |
[기고] 에밀리 왕, 김동원 데스크승인 2014.12.24 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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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무장평화의 섬이 가야 할 길
화순, 위미 그리고 강정까지 이어진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이라는 살아 숨쉬는 역사 옆에서 지켜보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지역이기주의에서 초월하지 않으면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결코 극복할 수 없으며 극복할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중 둘은, 제주해군기지의 뒤를 이어 다가오고 있고, 아직 보지 못하고 있는 공군기지 등 더 확대되고 있는 군사화의 가까운 미래까지 극복하려면 대한민국 정부의 힘과 대한민국 시민사회의 힘을 다 합쳐도 해낼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주 비무장평화의섬 운동의 길
감사하게도 2013년부터 지금까지 생명평화마을이라고 부르는 강정에서부터 시작된 제주 비무장평화의 섬 선언운동이 강정을 벗어나 제주 곳곳에서 여섯 번씩이나 진행되어 왔습니다.
제주 비무장평화의 섬에 대한 시작은 4∙3사건입니다. 일반적으로 제주 사람들이 안고 있는 4∙3사건 고통에서 비롯된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과 제주의 주체성’ 회복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인해 제주 비무장평화의 섬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제주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제주가 이용당했던 군사화 역사’ (모슬포 알뜨르 일제해군기지, 송악산 미공군기지 등)를 통해서도 그림을 그려 나갔습니다. 특히 모슬포 지역은 4∙3 사건 당시 학살터였다는 아픈 역사 속에서 같은 피해자의 마음으로 반성하며 제주 비무장평화의 섬 운동을 더 앞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더불어 2차 4∙3사건이라고 불려지는 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응답하기 위한 비무장평화의 섬 행사도 치루었습니다. (해군기지반대운동으로 인한 영화 평론가 양윤모 수감 1주년 기념 행사, ‘원희룡 새 도정 어디로 갈 것인가’ 긴급포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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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일부터 6일까지 생명평화강정마을에서 평화의바다 국제캠프를 열었다. 제주, 오키나와, 대만, 하와이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 중인 강정 앞바다에서 ‘비무장평화의섬’이라는 피켓을 들고 해상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에밀리 왕> |
짧았지만 알찼던 제주 비무장평화의 섬 운동을 통해 지역이기주의를 뛰어 넘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부족합니다.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이 합쳐도 뛰어넘기 힘든 국경의 벽과 국가주의 그리고 제주도정과 제주도민이 합쳐도 뛰어넘기 힘든 궨당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국가와 지역 자기애(自己愛)식 교육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으면서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 비무장평화의 섬 운동과 평화의 섬 연대 운동을 하고 있지만, 단지 군사화 위기에 빠져있는 섬들과 함께 길 가야 한다는 깨달음만으로는 부족하고, 우리의 군사화 때문에 앞으로 위협받게 될 상상 속 적들의 고통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깨달음을 직접 실현하는 길을, 중국 난징대학살과 제주 알뜨르의 연결된 역사에서 찾아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1937년 중국과 일제가 전쟁을 벌이던 당시 일제는 알뜨르비행장을 이용하여 중국 난징과 상하이에 수많은 폭격기를 띄워 많은 중국 시민들을 살상한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폭격으로 인해 30만명이라는 희생자를 나은 난징대학살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런 과거 역사가 제주 강정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는 현재 모습을 통해 다시 해석되고, 미래의 적과 희생자들을 바라볼 줄 아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제주 강정에서 건설되고 있는 해군기지는 중국의 군사화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제주는 역사적으로나 현재를 통해 보아도 미래의 전쟁 실현을 위한 군사기지 제공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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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는 77년이 지나서야 난징대학살에 대한 추모를 국가차원에서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후 학생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난징대학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 뒤에는 “국가의 수치 잊지 말고 중화의 꿈 이루자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를 경고한다” 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다. 국가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트라우마를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확대재생산 하는 ‘선택적 트라우마’를 만들어 낸다.<사진=중국 난징대학살 기념관> |
제주도를 중국과 난징의 역사나 우리의 미래에서 가해자 혹은 희생자로 여기기 보다는, 우리는 중국과 난징 사람들의 정의에 대한 갈망을 위해서 제주도를 사라졌던 이해당사자로 보려고 합니다. 또한 제주가 군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주의와 군국주의를 통해 오히려 자신들이 지닌 선택된 트라우마를 키워가고 있는 중국과 난징을 가해자 혹은 희생자로 여기기 보다는, 그들 또한 제주 사람들의 정의에 대한 갈망을 위해 사라졌던 이해당사자로 보려고 할 뿐입니다.
‘사라졌던’ 이해당사자를 재관여시키는 것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중대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사람들이 이와 관련된 이슈들을 보는 자신들의 시각을 변화시키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제주사람들이 겪었던 고통인 4•3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정부가 난징대학살을 숨기고 싶은 것처럼, 한국정부도 4•3 사건을 숨기려 했지만 많은 노력을 통해 제주는 국가폭력을 당한 것에 대해 국가로부터 사과를 받고,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 받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의 섬은 군사기지와 함께 평화를 만들어 가는 섬입니다. 4•3 사건을 국가폭력보다도 국가 간 전쟁에 의한 것이라 생각했다면 지금의 제주는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요? 4•3 사건도 난징대학살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전쟁입니다. 함께 냉전체제를 만든 나라들로부터 희생자들이 모두 애도 받도록 노력하고, 그로써 4•3 사건을 본질적으로 새롭게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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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3일 일본이 중국 난징과 상하이에 폭격기를 띄웠던 알뜨르 비행장에서 난징대학살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이 열렸다. 이 날 제주를 비롯해 전국과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중국 난징의 고통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에밀리 왕> |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서로가 서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는 사람으로서 적극적으로 책임지기 위해 나타나면 외로웠던 난징대학살이나 4•3 사건이 갈망했던 정의를 회복하도록 노력할 수 있습니다. 올해 국가추모일로 지정되었듯, 난징대학살이 계속해서 외로워하고 있으면 그 기억으로부터 복수의 길 갈 수 박에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상상력과 공감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초월해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역사 인물들과 역사 현장에 돌아가 대화를 통해 역사가 치료되는 길을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제주 비무장평화의 섬과 평화의 섬 연대 운동이 역사치료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난징 희생자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기지 건설을 막아내고 있는 제주와 일본의 평화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겠습니까? 난징대학살에서 비롯된 동일한 선택된 트라우마를 지닌 중국사람들이 반기지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제주와 일본의 평화활동가들에게 연대를 표현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반대로 제주와 일본 사람들이 1937년의 난징을 재방문해서 알뜨르 비행장을 거쳐갔던 전투기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옥 같은 그곳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떻겠습니까? 제주와 일본 사람들이 난징의 고통뿐만이 아니라 세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사람들이 겪는 또 다른 고통을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때,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에밀리 왕, 김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