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에 내려왔습니다. 예상했던 것 보다 도로 사정이 좋아 상당히 빠른 시간에 도착을 했는데.....
지금 고창 시내는 마치 종로 한 복판을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도착할 때 12시가 갓 넘었는데, 모양성을 중심으로 야시장이 만들어져있드라구요. 내일은 더욱 사람이 많을 거랍니다.
관장님은 일찍 주무시러 집에 들어가셨고, 소리사부 은오누나는 소주 한 잔의 기운을 못 이기고 1시쯤 들어가시고, 이어서 현주, 성준형, 재연형, 치경형 순서대로 하나 둘 씩 잠자리에 들었는데....
지금은 사무실에 똥꼬와 저랑 둘이만 있네요. 똥꼬 이녀석이 많이 컸어요. 들기가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녀석을 처음 가져올 때에는 삼복때 몸보신을 할 요량이었는데, 모두들 정이 많이 들어 잡아먹을 생각을 했다간 칼 맞을 것 같군요. 그래서 약속을 했습니다. 똥꼬가 아기를 낳아도 팔지 않고 새끼들 모두 전수관에 키워서 전수관을 아주 개판으로 만들어 버리기루요.
똥꼬는 지금 옆에서 아까 던져준 족발 덩어리를 물고 계속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지지배. 삼키면 안되는데.
알싸한 술기운과, 혼자라는 마음과, 그리고 간만에 본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쉬 잠이 오지 않군요.
전수생 발표회에 대한 얘기를 아주 잠깐동안 했습니다. 관장님이 저번 평가때 하신 말씀을 화두로 4회 발표회를 어떤 관점에서 준비를 해야할 것인가......
사실 전, 5년 이제 6년이 되어가는군요. 암튼 그 시간동안 굿판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창 판 이외의 다른 곳에는 참여하지 못했구요. 그래서 저의 고민 또한 철저히 제가 경험했던 사실들에 바탕을 둘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저의 경험과 여러 사부님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나름대로 생각해 보고,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어떤 말로 다가서야할 지를 생각해 보면서.....
아직까지는 잘 생각이 나질 않군요. 물론 조금의 술기운도 있겠지만.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어르신들이 기억했던 이전의 굿에 대한 생각들은 그대로 어르신들의 표정에 남아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그리고 우리는 그 표정들을 지금 우리의 시대에 되돌려놓아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가지고 있구요. 그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듯 해요. 많은 친구들이 경험했을 터울림 굿판,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했을 여러 공연들, 그리고 사부들이 경험한 고창 지역의 여러 마을굿의 형태들. 이런 것들을 다같이 공유하고 토론하여 4회 발표회는 단순한 판굿공연이 아닌, 뭔가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은 우리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굿판을 만들어 가는 그런 굿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휴,,,,,, 술냄새. 방금 치경형이 빨리 들어오라고 다녀갔는데 술냄새가...... 어휴......
동대는 발표회 잘 했나 모르겠네요. 발표회. 전수 발표회. 전수생들이 발표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전수의 경험을 보여주는 자리인데, 전수 자체가 판굿위주의 전수였기 때문에 전수생들이 판굿 위주의 발표회를 하는 것이 아니냐? 모든 사부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아닌가 합니다.
전수. 그래서 올 겨울 전수부터는 판굿을 포함한 뭔가 보다 굿적인(?)전수를 해야 하지 않을까.... 관장님을 비롯한 사부들의 지론입니다.
내일 날이 밝으면 선생님댁에 다녀올 계획인데....
할머님은 박하사탕을 참 좋아하세요. 박하 사탕 한 봉지와,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박카스에프 한 박스를 들고 찾아뵈어야 겠습니다.
말이 왜이렇게 많은건지.
우리 나라 교육이 빈말을 많이 하는것은 경솔한 행동이다. 군자일 수록, 성인일 수록 말을 아끼는 법이다. 뭐 이따위 가르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난 체질적으로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그래서 그 불만을 글로 쓰는것은 아닌지.암튼 말이 너무 많아졌군요.
모두들 주말 잘 보내시구요. 기리고 뚜령이 생일 축하하고.
똥꼬도 잠잠한 걸 보니 잠이들었나 보네요.
귀뚜라미가 우는데. 귀뚜라미와 스산한 바람과, 희미한 달 빛과, 자욱한 안개와.. 뭐 그런것들이 가을임을 여실하게 하군요.
가을. 참 지독한 계절입니다.
그리고 그 가을에 날 이렇게 아프게 하는 것은
더한 지독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