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고치지 못하는 병이 있다 이름하여 오지랖병.
이게 상당히 중증이라서
그 원인으로 시작된 일의 결과가 좋지않아 가끔 속이 상하기도 하는데
이번 곶감 사건이 그러하다.
우리 부부가 사는 마을은 해발 400 고지의 지역인데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다보니 논밭 면적이 좁을 수 밖에 없는데
이 좁은 논밭에서의 수입원으로 가족들 생계가 어려워서였는지
예전엔 곶감이 상당 부분의 수입원이 되었다 한다.
앞집 노할머니 말씀 하시길
낮에는 산 중턱 여기저기의 감나무들에서 딴 감들을
이고 지고 내려와 밤을 밝혀가며 깎아 줄에 꼭지 꽂아 말리는 작업을 하는데
감나무가 있어서 감 깎는 것 집은 그래도 좀 산다 하는 집 이야기이고
그마저 없는 집은 가을걷이가 끝나면 날일도 없게 마련이라
감 깎는 집에 가서 칼을 돌려가며 감 깎는 날품일을 했는데
그 품삯이 감 껍질이였다 한다.
가져온 껍질을 말려 끼니 떼울 때 식량에 섞었다 하시면서 이렇게 껍질 버리는 게
가끔은 아깝다시던가.
이 마을에서 곶감으로 만드는 감들의 칠팔십 프로는 완전한 무공해 식품이다.
마을을 지나 오르막을 달리면 1,120여m 높이의 운장산이 가로막고 있어서
이곳 마을사람들이라거나 가끔 등산객들이 운행하는 차 외엔 다니지 않으니
차가 내뿜는 매연이 적을뿐 더러 그 또한 산의 푸른 이파리들이 정화 한다 하니
깨끗할 밖에.
근데 더 중요한 사실은 칠팔십 프로에 해당하는 감들은
산 골짜기 볕 잘 드는 곳에 서있는 감나무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마을 주변의 평지는 곡식 심기에도 부족하니 오래전 윗 대 어르신들이
산 여기저기 감나무 심을만한 자리들에 고욤나무를 심어 그게 어느 정도 자라면
둥시감이라는, 곶감에 적합하다는 나무 줄기를 접붙여 감나무들을 키웠기 때문에
마을 주위의 감나무 보다 산골짜기들에 있는 감나무가 훨씬 실하고 감도 좋다.
그러다보니 자연이 키워주는 감나무들이다.
고욤나무에 접붙이는 이유는 이곳이 고원지대이다 보니 겨울추위가 장난이 아니라서
추위에 강한 고욤나무에 감나무 묘목을 접붙여야만 자란다던가.
그렇게 키운 나무가 자라서 감이 달리면
사람들은 긴 장대를 들고 산에 올라가 따내린 감을 머리에 이거나 짊어지고 내려온다.
그렇게 따내린 감들을 밤을 새워가며 깎아 줄에 매달아서
자연 바람에 최소한의 수분만 남기고 건조 시킨 뒤 상태가 적당하다 싶으면
T 자 형의 감꼭지를 제거한 뒤 채반에 담아 서늘한 창고방에 펼쳐 놓아
하얗게 분을 낸 다음 구정 선물용으로 판매들을 하신다.
분을 내는 것도 기술을 요한다는데 가끔 채반의 감들을 흔들어 줘야 예쁘게 난다나.
작년부터 우리랑 조금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있는데
이게 갓 50인 젊은 남자가 돈벌이를 하지 못할뿐 아니라
요양원에 다니는 부인이 벌어오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약값으로 소비하며 살아간다.
그 부부가 아버지가 남기고 간, 폐가 직적의 집을 수리하고 들어와 살 때
마을 어르신들이 수군대시기를 남자가 죽을 병에 걸려 오래 못살거라 고 들 하셨다.
우리 부부도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
어쩌다 오가는 길에 그를 보면 앙상한 몸매에 얼굴은 수척하고 눈만 퀭한 채로
임신 팔개월을 넘긴 임산부처럼 배만 커다래 가지고 서성거리기 일쑤였으니
아마도에 고개를 끄덕일 밖에.
그런데 기적처럼...아니 그가 다니는 병원 의사도 기적이라 했다고 한다.
큰 도시의 아파트를 팔아 서울 전문병원에서 치료 했으나 사 개월을 넘기기 힘든
치료불가 상태라 해서 마지막은 고향에서 맞게 해주리니 하고 들어왔다 했다 친해진 후 그 부인이.
그런데 그 남자가 작년 가을, 오래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심고 가꾸고 따내리던,
저수지를 둑을 지나 한참을 걸어올라가는 산중턱의 감들을 따고 짊어져 날라
곶감을 만들었다.
아마도 한 달 50여만원이 소요된다는 약값 일부라도 보탤 심사였으리라.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주고자
서울 사는 동생에게 선물들을 이곳 곶감으로 하는 게 어떠하냐 부탁을 했었다.
그래서 보내게 된 곶감.
저거보다는 훨씬 씨알 굵은 곶감을 나무 상자에 곱게 담아 보냈는데
하얀 분이 곰팡이 같기도 하고 또 색깔이 거무스름 한 게
저급스런 느낌이라 선물로서의 가치가 없어뵌다는 동생댁의 시쿤둥한 대답.
게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느냐 투정하는데...그렇담 만원을 내가 깎아 보겠노라 하고
내 돈을 밀어 넣었다.
이곳 곶감은 씨가 없는데다 반건시가 아닌 완전한 곶감을 만들기 때문에
큰 감일지라도 씨알이 아주 작아져 버리는데
주황색의 반건시가 눈에 익은 사람들은 진짜 곶감을 구별하지 못한다.
어디선가 보니 곶감의 하얀 분이 약재로 쓰일 만큼 좋은 성분이라던데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세상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한,
씁쓸한 오지랖증 결과.
어쩌다 보니 기인 손 수다.ㅎ
첫댓글 먹어봐야 아느거랍니다! 햇빛을많이본 곶감은 분이 일어서 곰팡이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곱게 만든 고잠이라면 처음엔 별 수확이 없을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소문도나고 입소문으로 인하여 장래성이 있을것 같습니다만 ....
변하지 않는 상업으로 인터넷장사도 노느니 애나본다는데 해보시면 승산이 있을것 같습니다!
주위환경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카페나 블로그를 운영 하심이 좋을것 같습니다!
주제넘었다면 용서하시고 답글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애교님의 말씀은 언제나
참 구성지고
웃음이 나와요.
노느니.. 애나 본다라는 말씀..
비유가 대박입니다요. ^^
ㅎㅎㅎㅎㅎ
근디.. 저는 애 보는 일은 제게 너무도 힘들일이라서 저는 곶감따서 이고지고 나르는 일 할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