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아쉽게 놓친 2승" 디트로이트전 현장화보(2)
"아깝다. 2승을 쌓을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는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재대결에서 7.1이닝 동안 7안타 5실점으로 다소
부진한 경기를 펼친 박찬호. 팀의 연패를 끊으며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다
시 한번 과시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는데 악천후와 내야수비의 불안 등
으로 아쉬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존 로커는 주변의 우려대로 박찬호의 1점차 승리를 지
켜주질 못했다. 승도 패도 아닌 박찬호의 아쉬운 디트로이트 전을 다시한번
살펴보았다.
또한 교민응원 (2)편에서는 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박
찬호를 열렬히 응원해 준 디트로이트 교민과 유학생들의 모습을 화보로 엮어 보았다.
디트로이트(미시간주)ㅣ강명호특파원 mycall@sportsseoul.com
경기 시작전 부터 오락가락 하는 빗줄기는 오늘의 순탄치 못한 경기를 예상
케했다. 20분전, 빗줄기는 가늘어져 정상적인 경기가 가능해지며 생기를 찾
은 야구장은 덮어 놓았던 대형 방수포를 걷어 내고 새단장을 마치고 선수들
의 입장을 기다리는데…
비로 젖은 마운드와 잔디를 손질이 끝나자 디트로이트의 선발 스티브 스파크
스의 첫 투구로 경기는 시작된다.
디트로이트의 선발투수 스티브 스파크스. 그도 역시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1회초 부터 강력한 타력을 자랑하며 텍사스는 무려 4점을 뽑아내고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 나간다.
드디어 1회말 '우리의 호프' 박찬호는 궂은 날씨 속에서 디트로이트 호랑이
들을 상대로 2승을 향한 힘찬 출발을 시작한다.
선두타자인 데미안 잭슨을 상대로 힘찬 스타트를 하는 박찬호.
중견수 플라이로 가볍게 요리하지만, 후속타자들에게 2안타를 맞고
'괴물의 등장'
2001년 시즌 내셔널리그 신시내티에서 활약하던 드미트리 영과 조우.
다시 안타를 맞으며 1회를 4-2로 마감한다. 그럼 드미트리 영은 누구?
생김새로 따지면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인정(?)하는
코메디 스타. 안타를 치고 베이스에 나가면 특유의 재미있는 제스처로 팬들
의 인기를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지만 박찬호에게는 사실상 '앵물' 그자체.
다시 말해 '박찬호 킬러'이다. 얼굴이 너무 검어(?) 핼멧을 눌러 쓰면 두 눈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가까이 접근해 봤더니,
'더벅머리 총각(?)'
더벅머리에 구렛나루. 그러나 인상도 좋고 성격도 좋고 마음씨 착한 성실한
선수였다. 그에게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다음부터 박찬호의 공을 치지 말았으
면 하는 소박한(?) 마음 뿐.
'이놈의 흙들이...'
문제는 스파이크 밑에 달라 붙는 젖은 흙이었다.
경기중 여러번 스파이크의 흙을 떼내야 했다.
그동안 찰떡 궁합으로 군림(?)하던 알렉스 로드리게스 였지만 오늘은 조금
예외. 2루로 송구한 공을 빠뜨려 박찬호를 곤궁에 몰아 넣기도 한 알렉스 로
드리게스. 그러나 양심은 있었다.
실점후 마운드로 오르는 박찬호에게 직접 공을 가져다 주는 걸 보아하니…
'여전한 특급수비'
비록 승수사냥에는 실패했지만 박찬호의 수비는 역시 '특급수비'였다. 3회
1사만루의 극한 위기 상황에서 디트로이트의 데미안 잭슨의 투수 앞으로 날
아온 공을 반사적으로 잡아내고 여유있게 홈으로 송구, 쓰리아웃을 이끌어
내고 있다.
'쥐약 잭슨'
데미안 잭슨은 한마디로 박찬호에게는 '쥐약'이다.
결정적 순간에 타석에 들어서 번번히 박찬호에게 물을 먹고 말았기 때문.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과 어두운 표정이 이를 강력히 증명하고 있다.
'새얼굴'
그동안 박찬호와 배터리를 이뤘던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반 로드리게스,빌 허슬만, 오티스 등등. 그리곤 새얼굴인
토드 그린이 마스크를 썼다. 안타도두개나 쳤다.
그럼 다음은 5-3으로 앞서던 7회부터 살펴보자.
계속 빗줄기는 오락가락. 여러차례의 위기를 모면하고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박찬호. 7회만 잘 막으면 무난히 2승을 챙길 수 있었다. 물론 6회에 투수교체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세상일은 아무나 알 수 없는 일.
그리고 '에이스'로서 조금이나마 이닝을 더 끌어 주겠다는 박찬호의 굳은 의
지가 있었으므로 그 이야기는 그만.
허리가 아픈게 아니라 비오고 흐린 날이라 한참을 덕아웃에 있다 나오는 바람
에 약간은 굳어 있는 몸을 푸는 박찬호의 모습이다.
우산 쓰고 보는 우중전은 계속되고…
'인정사정 봐다오'
이놈의 비는 눈이 내리는 것 처럼 "인정사정 안봐주네". 그러나 박찬호의 질
주는 계속되고 있는데 여기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낸 사나이가 있었으니 그의
본명은 후안 곤살레스. 박찬호의 '특급도우미' 1,2호를 앞다퉜던 그이지만 부
상으로 한동안을 쉬더니 결국….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를 과감히(?) 놓친후 마치 안타를 처리하는 듯 공을 송
구하고 있다. 그러나 후안 곤잘레스는 이내 박찬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
함을 표시해 두 사람 사이의 불화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구단의 비공식
발표(?)가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오호! 통재라". 결국 5-4의 1점차로 좁혀
진 7회.제리 내런 감독은 강판을 결정하고 마는데….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아쉬운 강판을 하는 박찬호.
이 아쉬움의 순간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시선들이있었다.
덕아웃 위에 위치한 디트로이트 교민들.
덕아웃으로 들어 가는 박찬호를 괜히미안한 표정들로 보고 있는걸 보니 역시
우리는 한핏줄. "수고했어. 찬호!"를 외치는 사이,
'한번 지켜 보자'
다음 투수는 존 로커. 덕아웃으로 돌아간 박찬호는 클럽하우스를 다녀온후
오스카 투수코치와 함께 존 로커의 투구를 가슴 졸이며(?) 지켜 보는데….
'이야아~'
존 로커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안됐다. 왜? 로커는 기복이 무지무지 심한
선수였으므로. 최근 로커의 등판을 가슴 졸이며 보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
다. 텍사스에도 디트로이트에도. 심지어 한국의 메이저 매니아들도…결과는?
네타자를 상대로 2실점. 역전을 허용한다. 물론 자신의 자책점은 1점이었다.
그러나 좌타자를 상대하라고 내보낸 제리 내런 감독의 기대는 산산히 조각나
고만다. 디트로이트의 랜달 사이먼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1루주자 드미트리 영은 2루로 보내고 첩첩산중으로 들어 가
려는 순간,
'이리줘'
제리 내런 감독은 다시 마음을 바꿔 존 로커를 강판시키는데…
'속터져'
덕아웃으로 돌아 온 존 로커(가운데)와 박찬호, 오스카 투수코치 모두 저기압.
경기는 이어져 8회초 7-6으로 도망가며 승리의 여신이 텍사스를 보고 웃는가
싶더니 다시 8회말 디트로이트는 2점을 뽑아내 재역전. 이에 화난 알렉스 로
드리게스는 삼진후 핼멧과 방망이를 집어 던지고 관중들의 야유를 받는다.
'졌다'
노심초사 비록 2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팀의 승리로 만족하겠다는
박찬호의 텍사스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8-7로 경기는 종료되고 만다. 세상
은이렇게 음지가 있으면 항상 양지가 있 듯 모자를 깊이 눌러 쓰는 존 로커의
비통한 마음과 정반대인 인물들이 있었으니…이름하여 후안 아세베도와 그 일당들.
9회초 등판해 1안타를 기록하긴 했지만 후속타자들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세
이브를 챙긴 후안 아세베도(오른쪽)가 경기종료후 포수 리베라와 하이파이브
를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그것도 주먹으로.
'수고들 했어'
재역전극을 연출하며 짜릿한 1점차 승리를 올린 디트로이트 호랑이들이 줄줄
이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쓴웃음을 짓고 있는 사나이가 있었다.
'넘어 가는줄 알았네'
2사 1루에서 마지막 타자로 나선 라파엘 팔메이로.
대타로 나서 후안 아세베도의 공을 받아쳐 중견수 뒤로 넘어 가는 홈런인줄
알고 다이아몬드를 돌던 팔메이로. 결국 중견수의 글러브로 공이 빨려 들어
가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덕아웃 행. 그러나 텍사스의 마지막 덕아웃행
선수는 누가 뭐래도 이라부.
9회까지 등판 명령을 고대하고 있던 이라부.
두터운 점버 차림으로 묵묵히 돌아오고 있다. 오늘은 '개점휴업'.
'진작에...'
날씨가 사람 미치게 하누만. 디트로이트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마자 기다
렸다는 듯 나타난 햇님. 언제 흐리고 비가 왔냐는 듯 화창하게 코메리칸 파
크(Comerican Park)를 비춰주고 있다.
2승 도전에 아쉬움을 남긴 박찬호. 그러나 스포츠는 계속 됩니다.
그리고 계속되어야 합니다. 캔자스시티에서의 호쾌한 2승을 기대하며 다시한
번 "박찬호 화이팅!"을 외쳐 봅시다.
♬Boyzone - So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