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아들이 부산으로 여행을 갔다. 친구랑 맛집 투어를 한다고 한다. 여행을 간다고 하면 내가 더 좋다. 아직은 학생 신분이라서 여행 경비도 용돈에서 해야 하는데 평소 생활이 검소하고 술 담배를 하지 않으니까 부족하지만 건강한 삶을 꾸리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여행을 갈 때는 조금은 경비로 보조를 해준다. 어려서부터 반듯하고 차분하고 다정한 성격이라서 늘 고마웠다. 지금은 일러스트 작가를 준비하고 있다. 곁에서 수년간을 지켜보면서 아들이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습작한다. 몇 시간씩 그림을 그리고 산책하고 친구랑 여행 다니고 하면서 지루하고 힘들고 외로운 길을 나름 잘 걸어가고 있어서 진심을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주말에 산 남편 정장을 찾으러 가는 날이다. 바지 길이를 수선했다. 아들도 집에 없고 오늘 둘이 맛있는 코다리찜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선뜻 대답했다. 기온이 내려가서 봄부터 여름까지 쓰고 다니던 모자가 서글퍼 보였다. 한겨울에는 털모자를 쓰면 되는데 간절기 때 쓸 모자가 마땅하지 않다. 작년에 쿠팡에서 샀는데 어울리지 않아서 옷장 속에 모셔놓고 있다. 나에게 어울리는 모자가 있다. 모자는 직접 써 보고 사야 한다.
매장에서 여러 가지 모자를 써 보았다. 예쁜 모자가 많아서 어떤 것을 살까, 고민하는 나에게 남편이 '다 예쁘니까 이것으로 사!' 하면서 갈색 벙거지 집어 든다. 나도 마음에 드는 모자였다. 예쁜 모자를 사서 내일부터 아니 당장 지금부터 나는 마구 행복해지고 있다.
오랜만에 코다리찜을 먹으러 자주 가던 식당으로 갔다. 늦은 저녁 시간이라 손님이 별로 없었다. 요즘은 늦게 가면 식사를 못 한다. 열 시 전에는 문을 닫는다. 이곳은 9시 30분까지 한다고 하니 다소 여유가 있었다. 남편과 둘이 한가롭게 저녁 식사를 하니 기분이 새롭다. 늘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애들 챙기느라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가는지 모르는 시간이 엊그제 같다. 이렇게 단둘이 아름다운 밤 풍경을 감상하면서 맛있는 코다리찜을 먹고 있다. 초승달이 어느새 반 달이 지나 배가 볼록하다. 가는 길에 영남대학교 단풍 길을 걸었다. 남편의 모교다. 남편은 무슨 생각을 할까? 살갗에 닿는 밤공기가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