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탱크
이 북 명
건설중의 직장은 이른 아침부터 위대한 기계문명의 행진곡으로 불난 집같이 요란하다.
발갛게 단 리벳을 힘차게 두드리는 소리, 파이프를 쾅쾅 집어던지는 소리, 치기영치기영 하는 목도 소리, 몇 돈씩 되는 기계를 운반하는 영치기 소리, 감독의 쏘아 버리는 소리, 욕하는 소리, 노랫소리…… 소리소리가 막 범벅을 개어 직장 안은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의 수라장이다.
신마이(新米) 직공들에게는 어느것 어느것 없이 보는 것 듣는 것이 모두 무섭고 위험한 것뿐이다. 직공들은 전쟁할 때의 하졸과 같이 공포 속에서 노동을 한다. 서투른 솜씨에다 이리 해라 저리 해라 하고 감독 사원들이 쏘아 버리는 바람에 그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모르고 쭈물쭈물하다가는 부상을 한다. 이리하여 이백여 명(R직장에만) 직공들 중에서는 매일 이삼 명의 부상자가 동무의 등에 업혀서 부속병원의 신세를 진다.
“이 일올 어느 놈이 해먹겠나…… 제―기.”
“할 수 있나. 염통을 속일 수야 없지…….”
“이렇게 땀 홀리지 않고는 살 수 없나.”
“제 뼈 공신이지…….”
직공들은 쉬임 참마다 이런 답답하고도 딱한 하소연을 주고받고 하였다.
직공들은 아침에 들어가서는 먼저 감독의 기색을 본다. 감독의 기색이 좋으면 조금 안심하나 그렇지 않으면 종일 쩔쩔매면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건설중이니만큼 직공들에게는 일정한 부서가 없다. 아침마다 감독이 그날 부서를 정하여 준다.
“에― 오늘은 암모니아 탱크 안을 소제를 한다…….”
감독은 한 탱크에 둘씩 여덟 탱크에 열여섯 명의 직공을 지정하여 주었다. 그리고 소제법을 가르쳐 주었다.
죄 없이 감독에게 미움을 받는 동제와 종호는 제이호 암모니아 탱크 소제를 맡았다.
탱크―직경이 다섯 자나 되고 높이가 사십 자나 되는 암모니아 탱크에는 직경이 일 척 오 촌밖에 안 되는 맨홀(출입구)이 하나 있을 뿐이다.
“야, 이거 컴컴한 게 기가 꽉꽉 막힌다…….”
맨홀에다 골을 들이밀었던 동제가 골을 빼면서 낯을 찌푸린다.
“흥, 그래두 이 냄새를 맡으면 폐가 좋아진다구…… 미친놈!”
종호가 부루퉁한 소리로 감독을 욕한다.
탱크 안에는 가마티 같은 녹이 더덕더덕 들러붙었다.
동제와 종호가 전등을 들고 맨홀을 들어갔을 때 녹 냄새로 콧구멍이 째어지는 듯하고 강기침이 갓 컹컹 쏟아진다.
그나 그뿐인가 정신까지 혼미해진다.
“여기서 일을 하라구!”
종호가 두덜댔다.
“오십 전 받고는 못 하겠네.”
동제가 맞불을 놓는다.
종호, 동제는 와이어 부러시로 탱크를 썩썩 닦고는 기름넝마로 문질렀다. 그럴 때마다 녹이 우시시 헤어져 떨어진다. 동시에 발간 먼지가 코 안을 쑤신다. 기침이 사태같이 쏟아진다. 이 먼지 가운데서는 마스크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거, 기침이 나서 못살겠네…….”
동제가 서너 번 연방 기침을 하였다.
“이 사람아! 폐가 좋아진다는데! 잔뜩 맡아 보세.”
종호가 빈정댔다.
“미친놈.”
“몇 푼 벌이하다가 숨막혀 죽겠네…….”
“제― 기, 이놈의 세상이 얼른…….”
그때 밖에서 누가 탱크를 깨어지라고 떵떵 두드렸다.
이것은 아부라(게으름)를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는 감독의 신호였다. 그들은 재빠르게 녹을 비비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만들어 논 엘리베이터에 앉아 새끼줄을 잡아당기면서 탱크 중허리나 올라갔을 때 동제의 몸이 무너지듯 종호 몸에 쓰러졌다. 회중전등에 비친 탱크 안은 먼지로 꽉찼다.
“앗!”
종호는 급속도로 떨어지려는 옐리베이터의 새끼줄을 힘을 다하여 끄잡았다. 그러나 힘이 못 채우고 숨이 턱턱 막히는 바람에 종호는 그만 새끼를 놓쳐 버렸다. 종호는 동제를 끌안은 채 탱크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동제는 질식하였다. 밀폐하였던 탱크 안에는 탄산가스가 충만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은 끌안은 채 한참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종호가 겨우 일어나서 맨홀에다 골을 내밀었다.
“거 뉘기 없늬? 사람이 죽는다…… 죽어…….”
그러나 웬일인지 사람 그림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제일호 암모니아 탱크 쪽에서 직공들이 와야와야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종호는 또 한번 소리를 질러 보았다. 그러나 제일호 암모니아 탱크 쪽에서만 떠들성 할 뿐이다.
종호가 겨우 맨홀을 뛰어나왔을 때 힘세기로 유명한 철수가 입술을 옥물고 기절한 직공을 업고 직장문으로 나간다. 다른 직공들은 한 덩이가 되어 서서 아무 말 없이 나가는 철수를 바라본다. 제일 암모니아 탱크 안에서 일하던 문식이가 질식한 것이다.
“일해라, 빨리빨리.”
하고 감독이 모여 선 직공을 날려 버린다.
“이 사람들 얼른 오게, 동제가…….”
종호가 바쁜 소리를 질렀다.
“또…… 동제가!”
직공들은 우― 하고 제이 암모니아 탱크로 홀렀다.
겨우 맨홀에서 꺼내 온 동제는 눈, 코, 입, 공장복…… 할 것 없이 새빨간 녹으로 화장되어 있다.
감독은 낭패하는 기색을 보이고 섰다. 직공들의 시선은 일제히 감독에게 쏠렸다. 말없는 직공들의 시선에 감독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당황하여 덤비었다.
“감독! 이래두 폐를 튼튼케 하지요?”
그때 종호가 감독에게 쓴웃음을 띄우면서 빈정댔다. 그때 각 탱크에서 직공들이 막 뛰어나왔다.
“감독을 들여보내 봐라.”
“안 들어가면 붙들어 넣어라.”
격분한 직공들은 막 떠들어 댄다.
“아카마시, 야랑카! 야랑카(시끄러워, 일해! 일해)!”
감독은 헛발악을 쓰면서 잔달음질쳐 사무실로 들어간다
“붙들어라.”
“탕크에 집어넣어라.”
격분한 직공들은 몰려 선 채 떠들어댄다.
(《비판》, 193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