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채풍묵
사물놀이를 시작한 아들에게
등허리를 맡기고
북으로 누워보니 알겠다
더 세게 두드리라는 말
맞아보니 알겠다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북은
평생 농사일로 늙은 소가
벗어준 옷을 입은 것이라는 말
밟혀보니 알겠다
늙은 소는 북채로 때릴 때마다
찌뿌드드한 소리 움찔움찔 주무르고
저린 소리 납작납작 밟아 펴면서
제 가죽 안에 한 소리를 길렀을 것이다
음, 좋은 소리는 시원한 소리였구나
꼭꼭 밟고 주무르고 두드려야
세어나오는 둥근 소리를 담고
뚜벅뚜벅 흙을 디뎠던 게다
한 발 한 발 둥 둥
땅의 소리로 기둥을 세워
하늘 아래 사물이 담기는
놀이의 집을 지었을 게다
* 2006, 봄호 시평*
*채풍묵/ 전북 고창 출신199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첫댓글 '좋은소리는 시원한 소리'란 표현이 와닿습니다. 북은 하늘아래 사물이 담기는 놀이의 집을 짓느라 둥 둥 소리내 울고 있는거로군요.. 좋은 시 감사^-^
좋은 시를 찾아내는 눈이 좋은 시만큼 좋고 보배롭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