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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전북 남원시 산내면(山內面) / 전남 구례군 산동면(山洞面) | |
높이 | 1,732m |
[반야봉 고스락에서 지리산 고스락 천왕봉을 조망]
지리산(智異山)의 제2봉우리이다. 지리산 어느 곳이든 주봉(1,915m)을 볼 수 있으며, 반야봉에서 바라 본
낙조는 지리산 8경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구름과 안개가 낀 날은 한국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5월이면 정상에 철쭉과 야생화가 많이 핀다.
[천왕봉에서 반야봉 조망]
이 봉우리에는 지리산의 산신인 천왕봉(天王峰:1,915m)의 마고할미 전설이 전한다. 마고할미는 지리산에서 불도
(佛道)를 닦고 있는 반야를 만나 결혼했다. 그런데 반야는 어느날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반야봉으로 떠나 돌아오
지 않았다. 남편을 기다리던 마고할미는 석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반야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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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에서 조망한 반야봉과 멀리 천왕봉]
▲해발 1,732m로 지리산 3대 주봉의 하나인 지혜를 얻는다는 뜻의 반야봉은 노고단에서 임걸령으로 뻗어 나가는
높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동북방 약 8㎞지점 지리산권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산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지리산 어느 지점에서나 그 후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반야봉(1732m)은 지리산의 얼굴과도 같다. 수치상의 높이
로는 지리산에서 천왕봉(1915m), 중봉(1875m), 제석봉(1806m), 하봉(1781m)에 이은 다섯 번째지만 지리산 전체
의 지형적으로나, 상징적 높이로는 천왕봉에 버금간다.
[반야봉에서 지리 주능성을 덮은 운해]
반야봉을 오르기 위해선 여러 길이 있다. 가장 쉽게는 성상재에서 노고단, 돼지평전을 지나 오르는 길이고, 직전
마을과 뱀사골대피소를 통해 오르는 길, 그리고 북쪽의 뱀사골을 거쳐 오르는 길 등이다. 연말에 조용한 대피소를
이용할 수 있는 피아골과 뱀사골을 연계하는 산행은 한적한 반야봉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다.
[반야봉에서 조망한 천왕봉과 웅장한 뭉개 솜털운해]
직전마을에서 피아골대피소까지나 반선에서 뱀사골대피소까지 양족 모두 길이 순하고 좋다. 직전에서 피아골대피
소는 4km로 1시간40분쯤 걸린다. 대피소에서 주능선 삼거리까지는 다소 힘든 계단길로 1시간20분 올라야 한다.
10여분이면 닿는 임걸령 샘은 물맛 좋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노루목을 거쳐 방야봉까지 오르는데 약 1시간20분
걸린다. 겨울철 반야봉에서 낙조를 보기 위해선 일몰 시간을 잘 계산해 20~30분 전 미리 올라야 한다.
[지리산 8경중의 하나인 반야낙조 직전의 운해]
반야봉에서 일몰을 본 후 삼도봉 거쳐 뱀사골대피소까지 어두운 길을 내려서는 데는 1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뱀사골대피소에서 계곡을 따라 반선까지는 2시간30분 남짓 걸린다.
반야봉은 지리산 주능선상 노루목이나 삼도봉에서 북쪽으로 약 1.2km 북쪽 능선에 위치하므로 종주팀이 대개
생략하고 지나치는 구간이기도 하다.
지리산 제2봉으로 산세가 웅장하고 계곡이 깊으며 수목이 울창하여 고산식물과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지리산의 모든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리산의 중심부로, 특히 저녁무렵 낙조는 신비로운 선경의 경지를
이룬다. 반야봉(般若峰)은 그 높이와 관계없이 지리산의 제2봉이며 지리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봉우리이다.
지리산 어느곳을 가든 오롯이 솟아 있는 두 봉우리를 볼 수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
나 대개 여인의 엉덩이와 흡사하다는데 공감한다.
주봉(1,732m)과 중봉이 절묘하게 빚어낸 지리산의 대표적인 봉우리답게 노고단은 물론 멀리 천왕봉에서도 선명
하게 조망돼 그 독특한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많이 한다.
그 누가 보아도 두 봉우리의 정다운 모습을 보면 금방 지리산 사진임을 알 수 있을정도이다. 반야봉은 또한 신비
로운 낙조(落照)의 장관을 연출해 내는 지리산 8경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여름날 작열하던 태양이 지루한
하루를 보내고 저편 너머로 숨어들 무렵이면 반야의 하늘은 온통 진홍빛으로 물들어 보는 이들을 감동케 한다.
[지리산 8경중의 하나인 반야봉 낙조]
[반야봉의 낙조 풍광]
지리산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는지를 끝없이 되뇌여도 반야봉의 낙조는 모자람이 없다. 화려한 불꽃잔치와
더불어 반야봉은 운해와 함께 우리에게 인식된다. 늘 발아래 운해를 거느리고 우뚝 솟아 있는 반야봉의 장관은
비경 그것이다. 태산준령들 사이사이에걸려 있는 지리산의 운해는 아마도 주봉인 천왕봉과 반야봉에 얽힌 마고
할미와 반야의 애틋한 마음을 그대로 전해주려는 듯 심오함을 갖고 있다.
[반야봉에서 바라본 멀리 천왕봉 일출 풍광]
정상에서 북쪽으로 약 600m 거리에 있는 반야봉의 북봉은 아름드리 구상나무 거목이 상록 원시림 지대를
이루고 있으며 반야봉 남쪽 중턱 경사진 고원은 철쭉 군락지로 5월 하순경이면 아름다운 철쭉잔치가 벌어
진다.
[반야봉의 한 점 묘향대]
신라시대에는 정상에(上佛廟)와 하불묘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백설에 덮인 묘향대]
반야봉 정상에서 동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절벽 아래에 묘향대가 있는데 이곳은 옛부터 불도들이 수도하는 유서깊
은 선암으로 유명하다. 반야봉의 장엄한 낙조의 경관을 찾아 나서는 길은 여러 갈래이지만 대개 종주 등반길에
잠시 들르는 방식을 택한다. 주릉상의 노루목 또는 삼도봉에서 오를 수 있는데 모두 2km거리에 해당된다.
[자연보존을 위해 꽁꽁 숨어있는 비경 이끼폭포]
종주산행을 하면서 반야봉은 어쩌면 선택 사양 품목과도 같다. 종주등반 과정에서 반야봉을 생략하기도 하는데 이
는 그곳에 오를 경우 1시간이라는 시간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리산의 진면목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야봉은 반드시 올라야 한다. 반야봉을 오르지 않고는 지리산의 참된 모습을 보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리산 촛대봉에서 바라본 해맞이하며 뜨겁게 단 불덩이 반야봉]
탁트인 사방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는 반야봉에 오르면 신선이 된 느낌을 받는다.
5월이면 화려한 철쭉의 향연이 베풀어진다. 그리고 이름모를산야초가 운무와 뒤섞여 있을 때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이 반야봉이다.
#산행코스
*직전마을 - 반선코스
구례에서 하동쪽으로 19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가를 달리다가 외곡리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서면 요동
치듯 흐르는 연곡천과 산비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계단식 논들이 눈에 들어온다. 외곡리에서 이 길을 따라 8km
가면 오른쪽에 연곡사가 있고, 그곳에서 4km 더 가면 피아골로 들어서는 들머리인 직전마을이다.
*직전마을 -(20분)- 표고막터 -(20분)- 삼홍교 -(35분)- 선녀교 -(20분)- 피아골대피소 -(12분)- 불로교 -(1시간)-
피아골 삼거리 -(12분)- 임걸령 샘터 -(35분)- 노루목 -(25분)-철계 -(15분)- 반야봉 -(20분)- 갈림길 -(10분)-
주능선 삼거리 -(7분)- 삼도봉 -(20분)- 화개재 -(3분)- 뱀사골대피소 -(25분)- 막차 -(40분)- 간장소 -(25분)-
제승대 -(20분)- 병풍소 -(25분)- 금포교 -(25분)- 와운교 -(25분)- 반선.
#주변볼거리
○ 연곡사
연곡사는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연 많은 피아골이 시작되는 직전리 조금 못미처 자리잡고 있다.
8세기 중엽 통일신라 경덕왕 때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유적들로 보면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기에 창건된 절로 추정된다.
[국보2점, 보물4점을 간직하고 있는 연곡사 일주문]
연곡사는 그 오랜 역사에 비해 현재의 당우들과 경내의 풍경에서 고즈넉한 세월의 무게를 느낄수있다. 임진왜란과
구한말, 그리고 한국전쟁이 초래한 붕괴 후 최근 중창불사가 이루어진 연곡사는 대웅전 북동쪽엔 우리나라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동부도와 동부도비가 있다.
[섬세하게 조각한 국보54호인 북부도]
그 옆으로 난 차밭 사이의 산길을 따르면 차례로 북부도, 서부도, 현각선사 부도비 등의 석조물이 나오는데, 그 빼
어난 아름다움은 어려운 걸음으로 연곡사를 찾은 기쁨을 더해 준다. 현각선사 부도비 한족 구석엔 커다란 동백나무
숲 사이에 구한말의 의병장이었던 고광순 순절비가 있어 눈길을 끈다.
○ 실상사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에 있는 실상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 처음으로 문을 연 사찰이다. 산내 암자인 약수암과 백장
암의 문화재를 포함하여 국보 1점과 보물 11점, 17점의 지방문화재 등 넓은 경내가 비좁으리만치 단일 사찰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국보 10호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 ]
보광전 앞에 동서로 나란히 세워진 쌍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인 걸작품으로 상륜부가 온전히 남은 희
귀한 탑이다. 이 탑은 불국사 석가탑의 사라진 상륜부를 복원할 때 모델이 되기도 했다. 천왕봉을 바라보며 들어선
실상사는 여느 지리산 자락의 산사와는 달리 평지에 터를 잡아 분위기가 색다르다.
낮은 담장을 따라 갖가지 아름다운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멀리서 바라보는 풍광도 빼어나다. 절 앞을 흐르는 만수
천 위에 놓인 해탈교 양옆으로는 해학스러운 얼굴의 돌장승 세 기가 세워져 있다. 원래 네 기였지만 1963년 홍수
때 한 기가 떠내려갔다고 한다.
실상사에서 약수암, 삼불사, 문수암, 상무주암과 영원사를 거치는 암자산행을 이어갈 수도 있는데, 산행 내내
천왕봉을 조망하는 눈맛이 좋다.
#들머리안내
○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상의 전주나들목을 빠져나와 17번, 19번 국도를 이용해 남원을 거쳐 구례까지 와서 섬진가도를
따르다 외곡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연곡사 방향으로 들어서면 된다.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하동나들목에서 내려 19번 국도를 따라 구례방향으로 들어오다 연곡사로 들어
간다. 88올림픽고속도로에서는 지리산나들목에서 내려 861번 지방도를 따라 반선까지 가서 뱀사골부터 시작
할 수 있다.
○ 기차
서울역에서 22:50, 23:20, 23:50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로 구례구역까지 간 다음 역 앞에서 대기중인 택시를
타고 직전마을까지 갈 수 있다. 요금은 약 25,000원이다. [한국의 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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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지리산 반야봉
그대여, 반야봉을 올라 보았는가!
구례에서 하동쪽으로 19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가를 달리다가 외곡리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서면 요동치듯 흐르는 연곡천과 산비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계단식 논들이 눈에 들어온다. 좁은 산비탈을 억척스럽게 일궈 만든 좁고 긴 논배미들은 평지를 놔두고 이 깊은 지리산 속까지 들어와 살아야 했던 고달픈 사람들의 삶에 대한 애착과 애환을 느끼게 해준다. 외곡리에서 이 길을 따라 8km 가면 오른쪽에 연곡사가 있고, 그곳에서 4km 더 가면 피아골로 들어서는 들머리인 직전마을이다.
단풍길 아니어도 이리 아름답거늘
마지막 식당인 '산 아래 첫 집'을 지나면 곧바로 산길이다. 처음에는 차가 다닐 만한 넓은 길이 순하게 20여분간 이어진다. 물 맑고 풍광 아름다운 계곡이 왼쪽 아래로 펼쳐진 이 길은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어 좋다.
이곳 피아골은 한국전쟁 직후 빨치산의 아지트였던 곳으로 이들을 토벌하려는 군경과의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었다. 피아골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죽어간 이들의 피가 골짜기를 붉게 물들였기에 붙여진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때 죽은 이들의 넋이 나무에 스며들어 피아골 단풍이 여느 단풍보다 유난스레 붉다고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옛날 이곳에서 오곡중 하나인 식용 피를 많이 가꾸었기 때문에 피밭골이라 하였다가 바뀐 이름이며, 피아골 입구의 직전리가 그런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마을을 출발한 지 20여분간 계속되던 넓은 길은 첫 번째 다리를 건너며 끝이 난다. 잘 자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뒤섞여 자라는 이곳의 다리 이름은 선유교. 다리를 건너면 곧 표고막터다. 일제시대 이곳에서 표고를 대량으로 재배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이곳에서 피아골데피소까지는 3km.
피아골대피소의 지리산 사람 함태식옹
크고 작은 소와 담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정겨운 길을 따라 20분 가면 삼홍교가 나오고 곧 삼홍소(해발 600m) 간판이 서 있다. 피아골의 가을날 단풍에 산 빛이 붉고, 사람도 붉고, 물까지 붉게 물든다 하여 삼홍소라 한다. 10분을 더 가면 구름다리가 또 계곡을 가로지른다. 성인 한 명이 배낭을 메고 겨우 통과할 정도로 좁은 다리 폭이다. 들어서는 입구에 재미있는 경고판이 붙어 있다. "3인 이상 통행금지".
이 이름 없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앞에 홍수 시 경고방송을 내보내는 '자동우량경보시설'이 나타난다. 이곳은 구계포계곡으로 와폭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해서 붙여졌다. 왕시리봉 능선의 질등에서 흘러내린 지계곡을 건너는 선녀교는 중간에 큰 나무 한 그루가 길을 가로막으며 비스듬히 자라고 있다. 선녀교에서 피아골대피소는 20여분이면 닿는다.
질매재와 임걸령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나는 곳에 산골 외딴 집 피아골대피소가 자리잡고 있다. 날이 궂고 단풍철 지났는데도 길이 순해서일까, 많은 이들이 대피소에서 점심준비를 하고 있다.
피아골대피소에는 구례가 고향인 지리산 사람 함태식(75세)옹이 벌써 수십 년째 산장지기로 있다. 지리산으로 들어온지 30여 년이 지났고 고희를 훨씬 넘겨 백발이 성성하지만, 건강을 묻는 기자에게 오히려 궂은 날씨의 취재산행을 걱정해 준다.
기나 긴 계단 길 올라야 주능선에 닿아
갈 길이 멀어 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걸음을 서둘렀다. 대피소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여기서 임걸령까지는 2.5km. 10여분 가니 아치형 철다리인 불로교가 나왔다. 불로교를 건너면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급히 꺾여 여기서부터 그 악명 높은 피아골 계단이 이어진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1시간10분 가량 힘들 게 오르면 주능선 삼거리다. 이 계단길에선 장사가 없다. 등산이란 것이 그렇지만 특히 이런 가파른 계단에서는 호흡이 흩어지면 안된다. 숨을 고르면서 한 발 한 발 천천히 오르는 것이 최선이다.
중간쯤 오르자 흐리던 날씨는 이제 비구름이 뒤덮여 20m 앞도 제대로 분간치 못할 지경이다. 맑은 날이면 왕시리봉 능선의 부드러운 마루금이 보기 좋겠는데, 늦가을 비가 서글프게도 내린다.
"이야, 이러다 무기를 꺼내 보지도 못하고 내려가야겠다."
서울에서 부산 출장을 갔다가 급히 구례로 달려와 취재에 합류한 주경선(36세, 스튜디오 '가인' 대표)씨는 흐린 날씨 탓에 무겁게 챙겨온 중형카메라를 써보지도 못하겠다며 푸념을 늘어 놓는다.
비가 내리고 앞이 안 보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주능선에 도착하니 안도감이 든다. 여기서 노고단까지는 돼지평전을 지나 2.7km, 임걸령까지는 0.5km다. 넓고 순한 길을 따라 10분이면 샘터가 예쁘게 가꿔진 임걸령이다. 반야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반드시 수통을 채워야 한다.
일행은 노루목으로 오르다 등산로에서 쉬고 있는 이를 한 명 만났다. 서울에서 밤기차를 타고 내려온 김기영(24세, 단국대 경영학과 2년)씨다. 화엄사 계곡으로 올랐는데, 그 길이 그토록 힘든 곳인줄 몰랐단다. 원래는 연하천까지 갈 계획이었지만 늦어져 뱀사골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어 가야겠단다.
"혼자 지리산을 찾으셨네요? 그것도 평일에."
"예, 군대 갔다 온 후 복학을 앞두고 있는데, 마음도 추스릴 겸 오랜만에 지리산을 찾았습니다. 내일 모레까지 산에 있을 작정인데, 천왕봉 일출을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내리긴 하지만 역시 지리산은 먼 길 달려와도 참 좋단다.
반야봉을 오르지 않고 지리산을 말하는 이 그 누군가!
주능선을 지나는 많은 등산객들로부터 반야봉은 아주 멀어져 있다.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천왕봉까지 남은 길이 부담으로 다가와 반야봉 이야기만 나누고 그냥 스쳐 지나기 일쑤다. 그렇게 반야봉은 지리산에서 멀고도 가까운 봉우리, 결코 멀지 않지만 아무나 오르지 못하는 곳이다.
30분 조금 더 오르면 노루목에서 반야봉 사이의 유일한 철계단이 나오고, 계단을 올라 10여분이면 반야봉 정상(1,732m)에 닿는다. 여전히 날은 흐리고, 앞에 서 있는 노고단도 조망되지 않는다. 달궁은 6.5km 거리지만 휴식년제 구간이라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1982년 10월24일 남원산악회에서 세운 반야봉 표지석은 특이하게도 정사각형의 검은 대리석 돌기둥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엔 반야봉의 높이가 1728m라 적혀 있다. 국립지리원 지형도엔 '1732m'라 기록되어 있다.
"아, 정말 안타깝네요. 이번이 지리산 세 번째 오르는 걸음인데, 왜 지리산은 늘 이렇게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지..."
이윤희(28세, 하늘금산악회)씨는 반야봉에 올랐지만 짙게 낀 비구름으로 20m 앞도 보이지 않자 볼멘 소리를 한다.
이곳 반야봉에서 노고단 저 너머 구례와 남원 땅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은 더 없는 즐거움이다. 천왕봉 일출에 버금갈 만큼 절경인데다, 노고운해라도 깔리는 날엔 그 아름다움은 평생의 감동으로 남을 게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선 왕복 3시간 반 걸리는 뱀사골대피소를 이용해야 한다.
반야봉에서 20분 정도 내려서다가 중간 이정표 있는 곳에서 왼쪽을 택하면 노루목을 거치지 않고 삼도봉으로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20여분의 시간이 절약된다. 갈림길에서 다시 10분이면 주능선삼거리다. 여기서 뱀사골대피소까지는 1.5km 거리. 삼거리에서 1분이면 오른쪽에 소박하게 생긴 무덤 한 기가 나오는데, 화개재를 넘나들며 소금을 팔던 소금장수의 무덤이라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삼도봉에서 뱀사골대피소까지 '허공을 걷다'
무덤에서 5분 정도 가면 전남, 경남, 전북이 나뉘는 삼도봉이다. 최근 이곳 삼도봉엔 '반달까슴곰 서식안내 표지판'도 새로이 세워졌다. 이곳 말고도 백두 대간 상에는 삼도봉이 하나 더 있는데, 충북과 경북과 전북이 만나는 삼도봉(1177m)으로 민주지산(1241.7m)의 동남쪽에 위치한다.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잠시 내려서면 아주 긴 나무게단을 만나게 되는데, 1999년에 설치한 총 길이 240m에 폭 1.5m의 목재데크다. 총 551개의 계단이 지겨우리만치 길 게 이어진다. 이 계단에 서면 오르내리는 이들의 상반된 표정이 재미있다. 중간에 주변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좋다.
계단이 끝나면 곧 화개재다. 지난 6월 찾았을 때 한창 공사중이던 화개재는 깔끔하게 복원공사를 마쳤다. 맨당이 드러나 황량하던 이곳에도 목재데크를 설치해 목통골 쪽은 전망대를 설치해 불무장등 능선과 멀리 백운산을 조망할 수 있게 했고, 중앙엔 헬기장을, 그리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내었다. 이곳에서 뱀사골대피소는 왼쪽 계단을 따라 200m다.
뱀사골대피소엔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설물이 마당에 세워졌다. 화개재 목재데크를 설치할 때 같이 공사를 했다는 취사장이다. 원목으로 깔끔하게 지어 주변과 잘 어울린다. 뱀사골대피소는 송영호씨가 관리하고 있다. 때마침 지난 밤 잠을 설쳐 지금 막 잠이들었단다. 지인인 박병국(50세, 서울 양천구 신정동)씨가 잠시 돌보고 있었다.
매점에서 박병국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옆 통나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던 등산객이 말은 건넨다.
"어, 나도 <사람과산> 정기구독자인데..."
서울 상계동에 사는 노현석(31세, 다큐사진작가)씨다. 사진 때문에 우리 책으로 바꿨다는 노씨는 지리산 사진을 찍으러 왔단다.
"'김원근의 카메라 증언'을 감명 깊게 봤어요. 앞으로도 좋은 사진을 많이 실어주세요."
뱀사골대피소에서 반선까지는 9km의 계곡길로, 길이 순하고 걷기에 특히 좋은 곳이다. 25분 내려서면 '막차'다. 여기서부터 반선까지는 계곡휴식년제 적용구간으로 계곡 출입을 할 수 없다. 뱀사골에는 유난히 다리가 많다. 처음 나타나는 화개교를 시작으로 뒤이어 선봉교, 연하교, 유유교, 간장소 앞 현수교, 무지개다리, 제승교, 대웅교, 옥류교, 명선교, 병풍교, 금포교, 와운교 등이 연이어 나타나 수려한 계곡을 넘나들며 등산객의 발길을 이끈다.
막차에서 40분 내려서면 만나는 간장소는 해발 800m로 그 앞에 긴 현수교가 설치되었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간장소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아득하다. 25분 더 내려서면 송림사 고승 정진스님이 제를 올렸다는 제승대가 나오고, 등산로 주변엔 거제수나무, 지리들메나무, 다릅나무, 매화말발도리, 붉나무, 노각나무, 비목 등 정겨운 우리 나무들이 예쁜 명찰을 달고 늘어서 있다.
제승대에서 20분이면 나오는 해발 660m의 병풍소를 지나 1시간 남짓이면 반선에 닿는다. 반선에는 옛날 전적기념관이 섰던 자리에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 안내소' 신축공사가 2006년 완공예정으로 작업 중이다.
*산행길잡이
반야봉에 올라 한 해 산행 마무리
직전마을-(20분)-표고막터-(20분)-삼홍교-(35분)-선녀교-(20분)-피아골대피소-(12분)-불로교-(1시간)-피아골 삼거리-(12분)-임걸령 샘터-(35분)-노루목-(25분)-철계-(15분)-반야봉-(20분)-갈림길-(10분)-주능선 삼거리-(7분)-삼도봉-(20분)-화개재-(3분)-뱀사골대피소-(25분)-막차-(40분)-간장소-(25분)-제승대-(20분)-병풍소-(25분)-금포교-(25분)-와운교-(25분)-반선
지리산 어느 지점에서나 그 후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반야봉(1732m)은 지리산의 얼굴과도 같다. 수치상의 높이로는 지리산에서 천왕봉(1915m), 중봉(1875m), 제석봉(1806m), 하봉(1781m)에 이은 다섯 번째지만 지리산 전체의 지형적으로나, 상징적 높이로는 천왕봉에 버금간다.
반야봉을 오르기 위해선 여러 길이 있다. 가장 쉽게는 성상재에서 노고단, 돼지평전을 지나 오르는 길이고, 직전마을과 뱀사골대피소를 통해 오르는 길, 그리고 북쪽의 뱀사골을 거쳐 오르는 길 등이다. 연말에 조용한 대피소를 이용할 수 있는 피아골과 뱀사골을 연계하는 산행은 한적한 반야봉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다.
직전마을에서 피아골대피소까지나 반선에서 뱀사골대피소까지 양족 모두 길이 순하고 좋다. 직전에서 피아골대피소는 4km로 1시간40분쯤 걸린다. 대피소에서 주능선 삼거리까지는 다소 힘든 계단길로 1시간20분 올라야 한다. 10여분이면 닿는 임걸령 샘은 물맛 좋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노루목을 거쳐 방야봉까지 오르는 데는 약 1시간20분 걸린다. 겨울철 반야봉에서 낙조를 보기 위해선 일몰 시간을 잘 계산해 20~30분 전 미리 올라야 한다.
반야봉에서 일몰을 본 후 삼도봉 거쳐 뱀사골대피소까지 어두운 길을 내려서는 데는 1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뱀사골대피소에서 계곡을 따라 반선까지는 2시간30분 남짓 걸린다.
*볼거리
<연곡사> 연곡사는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연 많은 피아골이 시작되는 직전리 조금 못미처 자리잡고 있다. 8세기 중엽 통일신라 경덕왕 때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유적들로 보면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기에 창건된 절로 추정된다.
연곡사는 그 오랜 역사에 비해 현재의 당우들과 경내의 풍경에서 고즈넉한 세월의 무게를 느끼기에는 조금 가볍다. 임진왜란과 구한말, 그리고 한국전쟁이 초래한 붕괴 후 최근 중창불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웅전 북동쪽엔 우리나라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동부도와 동부도비가 있다. 그 옆으로 난 차밭 사이의 산길을 따르면 차례로 북부도, 서부도, 현각선사 부도비 등의 석조물이 나오는데, 그 빼어난 아름다움은 어려운 걸음으로 연곡사를 찾은 기쁨을 더해 준다. 현각선사 부도비 한족 구석엔 커다란 동백나무 숲 사이에 구한말의 의병장이었던 고광순 순절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실상사>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에 있는 실상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 처음으로 문을 연 사찰이다. 산내 암자인 약수암과 백장암의 문화재를 포함하여 국보 1점과 보물 11점, 17점의 지방문화재 등 넓은 경내가 비좁으리만치 단일 사찰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보광전 앞에 동서로 나란히 세워진 쌍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인 걸작품으로 상륜부가 온전히 남은 희귀한 탑이다. 이 탑은 불국사 석가탑의 사라진 상륜부를 복원할 때 모델이 되기도 했다.
천왕봉을 바라보며 들어선 실상사는 여느 지리산 자락의 산사와는 달리 평지에 터를 잡아 분위기가 색다르다. 낮은 담장을 따라 갖가지 아름다운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멀리서 바라보는 풍광도 빼어나다. 절 앞을 흐르는 만수천 위에 놓인 해탈교 양옆으로는 해학스러운 얼굴의 돌장승 세 기가 세워져 있다. 원래 네 기였지만 1963년 홍수 때 한 기가 떠내려갔다고 한다.
실상사에서 약수암, 삼불사, 문수암, 상무주암과 영원사를 거치는 암자산행을 이어갈 수도 있는데, 산행 내내 천왕봉을 조망하는 눈맛이 좋다.
*먹을 데 잘 데
피아골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직전 마을에 향토음식점과 민박을 겸하는 여러 집이 있다. 만남의광장((061-782-8108), 산수민박(782-1849), 솔봉식당(782-7449), 노고단산장(782-1877), 피아골계곡상회(782-7446, 722-6290. 자연 바위가 집 앞을 지키고 선 곳으로, 계곡 바로 옆에 위치했으며, 나지막한 양철 지붕이 산골 민박집의 정취를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피아골식당민박(782-8034), 지리산식당(782-7445), 산아래 첫집(782-7460).
뱀사골지구에도 많은 음식점과 민박집이 있다. 지리산산채식당(063-625-9670), 달궁식당(626-3473).
*교통
자가 운전일 경우 호남고속도로상의 전주나들목을 빠져나와 17번, 19번 국도를 이용해 남원을 거쳐 구례까지 와서 섬진가도를 따르다 외곡리에서 이정표를 따라 연곡사 방향으로 들어서면 된다.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하동나들목에서 내려 19번 국도를 따라 구례방향으로 들어오다 연곡사로 들어간다. 88올림픽고속도로에서는 지리산나들목에서 내려 861번 지방도를 따라 반선까지 가서 뱀사골부터 시작할 수 있다.
기차로는 서울역에서 22:50, 23:20, 23:50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로 구례구역까지 간 다음 역 앞에서 대기중인 택시를 타고 직전마을까지 갈 수 있다. 요금은 약 25,000원이다.
구례터미널에서 직전마을까지 06:40부터 한두 시간 간격으로 하루 9회 버스가 다닌다. 요금은 국립공원 입장료(2,600원) 빼고 1,950원이다. 구례터미널 061-782-3941.
참고:월간<사람과산> 200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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