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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을 보려면 불빛 없는 곳에 가야 한다 해요. 또 높은 곳에 올라가면 더 잘 보인다 하지요. 그리고 매직아이를 볼 때처럼 흐릿하게 보아야 한다고 해요. 시 쓸 때도 그렇게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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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면서 사진이나 동영상과 경쟁하려 하지 마세요. 재현(representation)을 포기할 때 시는 자유로워져요. 다만 말의 꼬임새와 세부 묘사로 승부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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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강에 던질 때, 묵직한 돌을 매단다고 하지요. 그 느낌으로 가세요. 대상에 대한 어떤 관심, 어떤 연민이나 호기심도 그 묵직한 느낌을 가져야 해요.
- <무한화서>(이성복)
(나무껍질이 버즘처럼 벗겨지는) 양버즘나무
(버즘나무과/갈잎큰키나무/꽃 5월/열매 10월)
양버즘나무는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로 북아메리카 원산이며 흔히 ‘플라타너스’라고 부른다. 높이 30m 정도 크게 자라며 커다란 잎을 가득 달고 있어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대기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능력도 뛰어나 세계 곳곳에서 가로수로 널리 심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가로수의 절반 가까이가 양버즘나무라고 한다.
양버즘나무는 버즘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버즘나무라는 이름은 조각조각 불규칙하게 벗겨진 나무껍질의 모양이 피부병의 하나인 버즘(버짐)이 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에서는 둥근 열매 모양을 따서 버즘나무를 방울나무라고 한다. 양버즘나무의 목재는 무늬가 아름다워서 식품의 포장재나 섬유 원료, 펄프 원료, 성냥개비를 만드는 원료 등으로 쓰인다. 양버즘나무는 씨가 잘 트지 않기 때문에 꺽꽂이를 해서 번식시킨다.
-<나무해설도감>(윤주복)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양버즘나무 해설을 몇 번 들었다. 그때마다 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가 언급된다. 그러면서 양버즘나무를 말한다. ‘양버즘나무’ 시가 있을 법한데 생각하다가도 그때 뿐이었는데, 갑자기 생각나 검색을 해보았다. 아래와 같은 시가 있었다.
양버즘나무 / 마경덕
한 가마니 그늘이 실려 갔다
그늘만큼 허공도 잘려나갔다
떨어뜨린 그림자를 싣고 버스가 달려가고
청소부는 돗자리만한 그늘을 쓸어 담았다
천 개의 귀를 가진 양버즘나무
찰랑찰랑 목까지 드리운
방울 귀고리도 몽땅 잃었다
늘 적자인 나무의 농사법
마디마디 관절이 불거지고
욱신욱신 무릎이 쑤신다
이제 그만 농사를 지으라 해도
고집쟁이 저 여자
놔두면 묵정밭 된다고
그럴순 없다고
끙, 무릎을 일으킨다
헛농사 짓는 양버즘나무
4월 느지막이
허공에 밭을 간다
양버즘나무. 어감이 이상했는데. 이렇게 쓰여진 시를 보니 쓸쓸해 보인다. 매일 보는 양버즘나무. 조만간 이를 소재로 시를 써보자. 디테일한 관찰을 하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