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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장미로 전국의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던 5월이 지나고 벌써 6월의 문턱에 서 있다. 지난 5월은 기념일들이 많았다.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공자의 기일(忌日), 부부의 날, 스승의 날, 등 4대 성인의 기념일이 두 번, 나머지는 가족과 관계되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어버이날은 살아계실 때 효도를 다하지 못했던 풍수지탄(風樹之歎)의 주인공 고어(皐魚)의 기분을 동감하게 되었는데, 이날 주위의 지인들은 다 형제들과 모여 부모님을 찾아뵙고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이었지만, 필자에게는 너무나 부러움으로 다가 왔다. 정작 찾아갈 부모님이 生存해 계지지 않으니.....
풍수지탄(風樹之嘆)의 유래는 부모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 효도를 하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효도를 할 수 없어 슬퍼한다는 뜻의 고사성어(故事成語)이다. 이 말은 유교 경전인 시경(詩經)의 해설서로 알려져 있으며, 漢나라 한영(韓嬰)이 지은 <한시외전 : 韓詩外傳> 제 9권에 수록되어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공자께서 천하(天下)를 주유(周遊)할 때 무덤 앞에서 고어(皐魚)라는 사람이 울고 있었다. 왜 우느냐고 물으니 고어가 대답하기를 “저는 공부한다고 집을 떠났다가 고향에 돌아오니 부모가 이미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자식이 성공하여 효도를 다하려고 해도 그때까지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이제 다시는 부모님을 뵙지 못하기에 저는 이대로 서서 말라 죽으려 합니다.” 공자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을 명심해 두어라. 훈계로 삼을 만하지 아니한가?” 이 후에 제자13명은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잘 모셨다고 한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夫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往而不可追者年也 去而不可得見者親也" “부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왕이불가추자년야 거이불가득견자친야”
“대저 나무는 조용하고자 하나 불어오는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께서 기다리시지 않는다. 흘러 가버려 쫓을 수 없는 것이 해(年)이며, 돌아가셔서 뵐 수 없는 것이 어버이(親)시다.” 다시 말하면, 부모가 살아 있을 때 효도하지 않으면 뒤에 한탄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자녀들로부터 효도를 받는 연륜이 되었다. 지난 5월의 마지막 날은 필자의 생일이 되어 두 자녀들이 서로 서로 뒤질세라 경쟁하며 효도하려 했다. 기특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러나 기뻐하기보다 도리어 씁쓸한 기분이 들면서 싸한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젊은 날 5월이 되면 각종 기념일이 다 모여 있는 달이라 경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와 회피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또한 차부(次婦)이면서 종교적인 문제로 30여년을 맏며느리 대행을 하면서 왜 내가 굳이 해야 하나 하고 젊은 날 많은 갈등을 했다. 그때를 회상해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께 미안하고 계면쩍은 생각이 든다. 장남 차남 따질 필요가 없지 않은가? 다 똑같은 자식인데 말이다. 꼭 경제적으로 하는 것만이 효도가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풍수지탄의 고사처럼 부모가 마냥 함께하지 않으니 말이다. 효도하고 싶어도 할 대상이 계시지 않으니 슬퍼진다. 요즘은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분들이 너무 부럽다. 진작 알지 못했을까?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예로부터 孝는 百行의 근본이라 하여 모든 윤리의 기초로 삼았던 선조들의 지혜들이 다 체험에서 나온 이야기로 공감이 가면서 감탄해진다.
기사입력: 2017/06/06 [13:57] 최종편집: ⓒ 광역매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