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의 첨예한 갈등속에 중국이 자원 무기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자원 무기화는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와 식량이 무기화하는 것을 우리는 두눈으로 정확하게 목격했다. 러시아 우크라 양국이 서로 갈등과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겠지만 그곳으로부터 자원을 구하던 지구촌 나라들은 이만저만한 고통이 아니다. 물론 직접 전쟁을 벌이는 나라의 고통보다는 덜하겠지만 식량과 에너지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민생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구촌은 이제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어느 한곳에서 혈류가 막히면 전세계로 금방 그 상황이 퍼져나간다. 인체의 어느 한곳에 문제를 일으키면 몸 전체가 고통을 겪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자원 무기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서로 편한 입장에서 자원을 팔고 샀던 단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원 무기화라는 용어에 상당히 갑갑해지는 나라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한국이다. 세계 모든 국가들이 자원 무기화에 나서지만 한국은 내세울 자원이 없다. 물론 자원은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의 반도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반도체도 한국의 자체 의지로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미국 등 동맹국들의 감시 아닌 감시를 받아야 한다. 한국의 의지대로 반도체를 무기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속에 드디어 중국이 자원 무기화에 앞장 서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갈륨과 게르마늄 등 이른바 전략광물에 대해 국가의 허가 없이는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2023년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달부터 이다. 갈륨 계열 8종, 게르마늄 계열 6종이 통제 품목에 포함됐다. 우리의 귀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자원인 갈륨 계열은 반도체 소재 가운데 핵심이고, 게르마늄도 태양전지와 광섬유는 물론 무기 제조에도 빠질 수 없는 희귀 금속이다. 문제는 이 두 종류 모두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표는 미국 재무장관인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사흘 앞둔 지난 7월 6일에 나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원자재 공급망과 관련해 미국에 맞서 대미 협상에 중요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미국과 서방의 대중국 기술 통제에 대항해 원료 수출 통제로 맞서는 대등한 반격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에서도 그런 의도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중국의 주장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국의 희귀 금속으로 만든 반도체로 자신들을 협박하고 있는데 왜 그런 자원을 공급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중국은 먼저 자신들과 우호적인 국가에는 자원을 공급하되 갈등 관계 국가에 한해 수출을 제한하는 제한적 자원 무기화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겪는 나라들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외교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원문제에 있어서 정말 내세울 것이 없는 한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재작년인 2021년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요소 수급 문제와 관련해 큰 곤욕을 치른 한국이기에 지금 현장분위기는 스산하기만 하다. 자원 부족국의 설움을 다시금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비록 이번만이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지금은 더욱 그렇다. 지금은 더더욱 중국에 애걸복걸한 명분도 없다. 한국 정부 스스로가 탈 중국 내지는 비 중국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 우선 우방국이자 동맹국이라고 하는 미국이 선선히 그런 자원을 제대로 제공할 것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 3국을 찾아 관련 자원을 제대로 공급받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관련 업체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장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원 통제 정책이 여기서 멈추리라는 보장이 없다. 언제든 다른 자원으로 수출 통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자원 부족 국가가운데 대표적인 한국은 항상 이런 문제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했다. 목적지를 가기위한 길이 오로지 한곳뿐일 때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대처말이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국도로 가고 국도도 막히면 지방도로를 택해 어떻게든 목적지에 가야 하지만 오로지 한곳에만 올인하다가는 사태를 망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미국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이 중국을 방문했다. 옐런은 꽉 막힌 인물이 아니다. 나름 사안에 대한 유연한 자세를 보이기도 한다. 옐런은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양국간에 보다 정기적인 소통 채널이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옐런은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와 불공정한 경제에 관해, 중국이 행하는 미 기업에 대한 제재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하니 이번 옐린의 방중이 한국 관련 기업입장에서 그다지 희망적인 계기가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전세계를 향해 자원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그 효과가 어느정도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자원의 무기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 귀한 자원에 대한 가격은 이미 치솟을 대로 치솟아 있으며 그 자원마저 구입하기가 결코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로 이루기 힘든 것을 한국 기업이 나서서 하려니 그 어려움이 얼마나 클 것인를 예측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2023년 7월 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