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일본의 어떤 소녀와 펜팔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계속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제 사진첩에 그 소녀의 사진이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도쿄디즈니랜드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 소녀도 이제는 중년의 아주머니가 되었겠습니다.
가장 오래 한 펜팔은 군대에 있었을 때인데요, 약 일 년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상미’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였는데요. 글이 예뻤습니다. 사진은 주고받지 않아서 머릿속으로만 서로의 모습을 상상했었습니다. 그 상상의 끝자락에서 얼굴을 봤을 때 어떤 반응이 있을지는 예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면회를 왔고,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되었죠. 편지보다는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다가 그렇게 멀어졌습니다. 얼굴을 보지 않았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나이 먹은 이후 만난 첫사랑의 모습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과 동일한 것이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여러분도 저를 글로만 만나는 것이 더 나은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 이미지가 제 얼굴과 말, 모습을 통해서 산산조각 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어디까지나 농담이기는 합니다만,
제가 월간지를 보내드리는 까닭도 제 마음의 조각를 나눠드리기 위함입니다. 엄두가 나지 않아서 편지글을 보내드리지 못하지만, 우표를 붙여 보내드리는 작은 쪽지가 과거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런 마음을 받으셨다면, 우리는 충분히 소통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