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도 일종의 암호다. 암호란 비밀을 유지하기 위하여 당사자끼리만 알 수 있도록 꾸민 약속 기호,또는 적군과 아군을 분간할 수 없는 야간에 아군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정해 놓은 말로서, 매일 달라지며, 전군이 같은 암구호를 쓴다. 그리고 요즘 정보.통신분야에서는 시스템에 로그인을 할 때에 사용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하여 입력하는 문자열을 말한다.
비밀번호를 모르거나 잊어먹으면 바깥 출입도 불가능하다. 우선 아파트 같은 라인의 엘리베이트 현관문에 로커장치가 설치돼 있어 네자리수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자기가 사는 층에 내려서 다시 현관문을 열려면 디지털 도어에 다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린다. 우리집에는 결혼기념일 숫자를 입력해 놓고 온 가족이 그 번호를 외우고 사용한다. 술이 많이 취한 경우에는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폰으로 전화를 하거나 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 또 현관문 밖에 세워둔 자전거에도 디지털 잠물쇠를 잠가 놓는다. 방 안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연결하려면 다시 비번을 입력해야 한다. 한 번 정한 비번도 도용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바꾸라고 하니 귀찮기도 하다.
아나로그 세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바뀌면서 여기저기서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은행에 가면 통장 비밀번호를 대야한다. 크래디드 카드로 돈을 인출하거나 송금하려 해도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은행통장과 카드가 여러 장이면 비밀번호도 각기 정해야 하므로 여러개를 쓰다보면 때로는 헷갈리는 경우도 생긴다. 일일이 머리속에 다 기억할 수도 없어 어떤 것은 통장 제일 뒷장에 연필로 살짝 적어 놓기도 한다. 은행에서는 분실시를 대비하여 자주 사용하는 주민번호나 전화번호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같은 숫자나 연속된 숫자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편리하긴 하나 비밀번호 때문에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기기도 한다.
2015년 네팔 안나푸르나로 트래킹을 떠났다. 사실은 트래킹보다도 나는 푼힐에서 안나푸르나 하얀 설봉에 해가 돋으면서 밝게 비추는 모습을 사진찍기 위해서 간 것이다. 사진도 찍고 일행과 트래킹도 마친 후 포카라 시내로 내려와 휴식을 취하면서 기념품가게에 들러 기념품을 샀다. 현금이 없어 카드로 계산하고 왔더니 한 참후 카드사에서 연락이 왔다. 물건값을 다시 인출하려는 데 맞느냐고 했다. 기념품 가계에서 내 카드 번호를 몰래 복사하여 돈을 인출하려 했던 것이다. 급히 인출정지를 시켰다. 동남아시아에선 가끔 카드를 결재하면서 몰래 복사하여 부정하게 돈을 인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네팔에서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암호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이 최근 널뛰기를 하고 있다. 지난 1월7일 사상 처음으로 개당 4000만원을 넘어서며 4800만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지난 11일 3800만원 대까지 하락하였으나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오늘(14일) 아침 7시30분 기준으로 전일보다 6.8% 오른 4133만원 대를 기록한바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2월부터 급격히 상승하여 빗썸기준 12월 19일 2500만원을 돌파했으며, 같은 달 27일 3000만원을 넘어선데 이어 11일만에 4000만원을 돌파했다. 약 50일만에 가격이 두 배로 치솟았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380%나 상승하였다. 비트코인외에도 이더러움,리플,폴카닷 등도 최근 일제히 상승하였다.
비트코인 비밀번호와 관련하여 흥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미국의 한 남성 이야기인데 비밀번호 입력기회는 단 두 번 남았는데, 두 번 다 틀리면 전자지갑 속에 넣어둔 7002 비트코인(한화 약 2600억원)이 날아가게 생겼다고 한다.
12일 뉴욕 타임스는 독일 출신 프로그래머 스테판 토마스의 사연을 소개했는데, 그는 10년 전 비트코인 관련 영상을 제작하고 7002 비트코인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1 비트코인의 가치는 2~6달러였다. 그는 전자지갑에 비트코인을 넣어둔채 잊고 지내다가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증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트코인을 현금화 하기 위해 전자지갑에 접근했다. 그러나 그는 전자지갑을 열수가 없었다. 그는 10년 전 비밀번호를 적어둔 종이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10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다 보니 비번을 무엇으로 설정했는지조차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다.
비트코인 전자지갑은 시스템상 비밀번호 입력시 10회의 입력 오류가 발생하면 내장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완전히 잠기게 돼 있다고 한다. 토마스는 자신이 주로 사용했던 비번들을 조합해 기도까지 해 가며 한 번 한 번 시도해 봤지만 8번 실패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제 남은 기회는 단 두 번밖에 없다. 토마스의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되자 찾는 돈의 10분의 1만 자기에게 주면 비밀번호를 찾아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나타났다고 한다.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일까? '밑져봐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덤비면 낭패를 보게 될게 뻔하다.
뉴욕타임스는 암호화폐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 재산이 잠겨있어 그림 속의 떡으로 변했다고 한다. 또 암호화폐 데이터 회사인 체인널리시스는 1850만 비트코인 중 1400억달러(한화 약 153조원)에 달하는 20% 정도가 분실되거나 전자지갑 안에 잠겨 있다고 밝혔다. 최근 비트코인 가치가 급등하자 비밀번호 복구업체인 퀠럿은 한 달전보다 세 배나 많은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비밀번호는 은행이나 증권사 혹은 암호화폐 취급사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다. 작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기업에 중국 전자장비인 화웨이 제품을 쓰지 못하도록 하였다. 화웨이제품 속에 비밀칩을 심어 놓고 산업기술이나 국방기밀까지 빼내어 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육군에 납품한 장비중에서 겉무늬만 국산이고 실제 내부제품은 중국산인 것이 발각되었는데 그 속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까딱 잘못했더라면 중요한 군사비밀이 곱다시 중국으로 빠져나갈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