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장관, 중앙일보 인터뷰
기념관조차 못 세우는 현실 지적
'백선엽 친일파로 볼 근거 없어
김원봉, 광복군 아닌 북한군 뿌리'
'피해자와 유공자는 다른 개념
민주화유공자법 거부권 99.9%'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고나은 지난18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유공자는 진영과 정치가 아니라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했는가'라는 한가지 명확한기준에 따라 지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 데 초석을 마련한 업적을 무시한 채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기념관조차 세우지 못하는 '역사의 패륜아'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래전부터 이 전 대통령의 재평가를 주장해 왔다.
'처음엔 광야에서 혼자 외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재평가 목소리가 커져 감회가 새럽다.
증도와 젊은 층뿐만 아니라 4.19 혁명 주체들도 공감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성숙해졌다.
분명한 건 이전 대통령은 복수의 국부들 중 최 선두에 있어야 할 인물이란 사실이다.
과오는 있지만 수많은 공을 생각할 때 기념관조차 세울 수 없을 정도 로 방치하는 게 옳은지를 고민할 시점이 됐다'
-재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보훈은 오로지 우리나라가 어떤 길을 걸어 왔고, 어느 길을 지향하는가를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
무조건 이 전 대통령을 추앙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이 지향할 미래의 길이 결정된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박 장관은 '친일파 낙인' 논란을 빚었던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이라는 대원칙하애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데 직을 걸겠다고 했다.
'놈현 정부 떄인 2004년 백 장군을 친일파로 규정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 규명위워노히의 회의록 등을 보면
근거가 없어 '자료 보완'의견이 달려 있다.
그런데 보완 없이 친일파 결정이 이뤄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친일의 근거는 백 장군이 스스로 쓴 책에 나온 대목이 전부고, 이마저도 백 장군이 부인하면서 없어졌다.
그런데 당시 이원회 구성 자체가 공정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답이 정해진 상태에서 방망이만 두드린 것이다.'
-지난 정부에선 약산 김원봉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려고 했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독립 훈장을 주고 싶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그 뒤 보훈처에 편향된 인사들로 구성된 혁신위원회가 들어와 대통령 지시를 수행했다.
김원봉은 광복군의 뿌리가 아니라 북한군 창설의 뿌리다.
김일성 체제에서 훈장 받고 장관을 두 번이나 했다.
6.25로 수백만 명의 무고한 국민에게 상처를 남긴 사람이다.
이런 인물을 국가유공자가 되도록 하는 것은 보훈부 장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박 장관은 야권에서 추진하는 민주화 유공자법에 대해 '피해자와 유공자는 결코 같은 개념이 될 수 없다'며 비판했다.
만약 야당의 강행 처리를 막지 못할 경우 '옷을 벗겠다'고도 했다.
-민주화유공자법이 논란인데.
'과거 5.18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의 전철을 밟고 있다.
피해자 보상을 우선 시행하고, 시간이 지난 뒤 피해자를 유공자로 바꾸는 식이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
그러나 페해자와 유공자는 다르다.
면밀하게 업적 평가를 해야 하는데 야당은 반대한다.
대표적인 예가 경찰 7명이 목숨을 잃은 '부산 동의대 사건'인데 경찰을 죽인 관련자들을 유공자로 추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판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100%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적을 유권자로 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 역시 99.9% 거부권을 행사할 거라고 생각한다.'
박 장관은 인터뷰에서 '유공자 예우를 높여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신념은 오히려 부훈부 장관이 말려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6.25 참전용사에게 제복을 지급한 사업이 호평을 받았다.
'지금까지 지급했던 조끼는 조롱거리의 상징이 됐다.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더니 '다른 예산은 줄이더라도 전원에게 제복을 지급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정부 내에 월남전 참전용사 등 국가유공자들에 대해서도 영웅의 제복 지급을 확대해 보려고 한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유공자 문제가 늘 지적된다.
'애국하면 3대가 가난하다'는 말이 정말 가슴 아프다.
얼마 전 부산에서 생계가 막막한 참전용사가 반찬을 훔쳤다는 얘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번에 다 이룰 순 없지만 최소한 반찬을 훔쳐야 하거나 아픈데도 치료를 못 받는 일은 없도록 국가가 책인지겠다.'
박 장관의 선친 고 박순유 중령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박 장관이 7세 떄다.
이 때문인지 그는 유공자 생계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러 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김태화 기자
이승만 58주기...재평가에 힘 실어준 권영세.박진.원희룡.한동훈
권 '걸출한 인물' 박 '국제정치 탁월'
원 '이승만 공적 많이 묻혀버렸다'
한 '잘한 것부터 국민에 설명' 조언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해 초 서울의 한 식당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당시 보훈처장)은 함께 자리한 국무위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박 장관은 보훈처장 취임 후부터 줄곧 이 전 대통령 재평가를 공개 거론하던 참이었다.
박 장관은 다른 구굼위원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대부분 참석자는 '이전 대통령이 그동안 역사의 음지에 오래 있었다.
이제 빛을 볼 떄가 됐다'며 공감했다고 한다.
당시 자리엔 권영세 통일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있었다.
특히 원 장관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쳥소에도 이 전 대통령 재평가를 주장했던 원 장관은 식사 자리에서도 '이 전 대통령 실각 이후 들어선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이 전 대통령의 공적이 많이 묻혀버렸다.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서 아주 불행한 시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사료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공적을 다시 호가인해 알릴 필요가 있다'며 박장관에게 '스티코프의 일기'를
읽어볼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 일기는 수련 육군 중장 테렌티 스타코프가 남긴 기록으로, 소련 지시를 받은 북한 김일성이 이 전 대통령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한 과정이 기록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배재고(배재학당 후신) 후배인 권 장관은 '이 전 대통령 걸출한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고, '이승만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낸 박진 장관은 '국제정치에서 보인 이 전 대통령의 탁월함은 정말 그 누구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고 했다.
'이승만 재평가'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힘을 실었다고 한다.
다른 식사 자리에서 한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공을 통째로 알리면 국민이 버거워할 수도 있다.
잘 한 것부터 조금씩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박 장관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승만 58주기 추모식
이 전 대통령 58주기 추모식이 1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자유민주주의는 우리 국가의 정체성이고, 그 정체성을 세운 분이 바로 이 전 대통령"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농지개혁과 의무교육을 도입해 '국민의 시대'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김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