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장산에 올라갔다 왔다.
그 전날 목포에 일 때문에 두어달 떨어져 있던 친구가 돌아와서 다른 친구 둘과 함께 산행을 가자고 전화가 왔었다.
코로나때문에 친구들 만나기도 약간 꺼림직 했으니 작년 년말에 만들어 두었던 사진 앨범도 전해줄 겸 그러자고 했던 것이다.
지하철 2호선 동백역에서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집사람은 손가락도 다쳐 있고 디스크 때문에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 몸을 좀 추스리지 않고 함부로 산에 다닌다고 집을 나서는데 나무랬다. 그 바람에 배낭 속에 술과 먹거리도 조금 준비해야 하는 데 그냥 나섰다.
기상예보에서는 16일부터 다시 강추위가 찾아와서 추워질 것이라고 했다. 집을 나섰더니 아침 공기가 조금 싸늘했다.
장갑이라도 챙길걸 하고 후회가 됐으나 되돌아 갈 수가 없었다. 약속시간에 빠듯하게 나섰기 때문이었다.
동백역에 도착하니 9시42분이었다. 다른 친구들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둘은 9시가 다 되어서야 나타났다.
한 친구는 마린시티 제니스에 사니까 그냥 걸어오면 되었다. 옛날에 학교 다닐 때도 제일 가깝게 사는 친구가 지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멀리 사는 친구는 미리 오기 때문에 늦는 일이 없었다.
10시경 넷이서 동백역을 나와 아파트 뒷길로 산행을 시작했다. 조금 올라가다 야외에 체육시설 해 놓은 곳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 놓고 스틱을 꺼내 길이를 조정했다. 나는 장산 가는 데는 스틱이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아예 갖고 오지도 않았고 신발도 조금 편한 테니스 신발을 신었다. 등산화가 있지만 지난 년초에 천성산 갔다가 눈밭에 푹푹 빠지면서 신발이 너무 끼어서 발가락에 멍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스틱을 준비했고 손에 장갑도 끼었다. 옆에 섰던 하돈이가 내 손을 보더니 추워서 살갗이 벌겄다면서 배낭 속에 있는 스페아 장갑을 내주면서 껴보라고 했다. 손가락을 붕대로 감고 있어서 괜찮다고 해도 춥다면서 던져 주어서 손을 넣었더니 훨씬 나았다.
동백역에서 출발하여 안부까지는 보통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데 시계를 보니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쉬엄쉬엄 이갸기를 나누면서 걸었기 때문이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이 제법 많았다. 당국에서는 코로나 확산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다시 2주 더 연장하여 이달말까지로 하고 5명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도 산행하는 팀들 중에는 대여섯명이 뭉쳐서 가는 팀들도 눈에 띄었다. 개인들은 아직 코로나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중봉에 오르니 한 시가 넘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피해 약간 외진 곳에서 자리를 잡고 배낭 속에서 준비해 온 술을 꺼냈다. 오디로 담았다는 오디주 한 벙과 태종대 막걸리 두병을 꺼내 나만 빼고 셋이서 각자 갖고 온 컵에다 따루어 한잔씩 했다.
안주는 베이컨과 '아부지 건빵'이었다. 손가락 때문에 술을 못하고 옆에서 보고만 있으려니 목구멍에 침만 꼴딱꼴딱 넘어갔다.
어쩔 수가 없었다. 손가락뼈에 박아둔 철편을 뺄 때까지는 참아야 한다.
정상에 올라가 내려다 보니 날씨가 처염해서 그런지 고층빌딩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저 경치가 보기에 좋았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두어장 찍었다. 오랫만에 온 하돈이는 외국 유명 관광지보다 낫다면서 연방 카메라 샷터를 눌러댔다. 정상에는 철조망이 처져 있었는데 예전에는 미사일 기지가 있었다가 철수했다고 한다. 철조망은 군사시설로 주변에 지뢰를 매설해 두었기 때문이란다. 정상을 가운데 두고 서쪽으로 한 바퀴 돌아 억새밭으로 해서 내려왔다. 대청공원을 지나 좌동 재래시장에 와서 보니 시계가 4시20분이었다. 시장내에 해물칼국수집에 갈까했는데 하돈이가 "국수가 뭐꼬?"하면서 돼지국밥을 찾았다. 시장안에 돼지국밥집이 있는지 이리저리 찾아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잘 알지 못했다. 시장을 나와 옆 골목길로 들어가면서 보니 바람에 '돼지국밥'이라고 쓴 깃발이 나부기고 있어 찾아 들어가보니 '휴무'로 셧터가 내려져 있었다. 할 수 없이 다시 나와 조금 올라갔더니 '수구레 국밥' 간판이 보였다. 다들 괜찮다고 하여 그 집으로 들어갔다.
나도 '수구레 국밥'은 처음이었다. '수구레'란 말은 쇠가죽에서 벗겨낸 질긴 고기 또는 그 음식이다. 수구레 국밥을 주문하고
소주 두 병을 시켰다. 수환이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한 잔 만 받고 인상이와 하돈이가 각 일병씩 했다.
주문한 수구레 국밥이 툭배기에 담아 나왔는데 그 속에는 비게덩어리와 순대도 들어있었다. 콩나물과 무도 푹 고여서 들어있는데 먹어보니 순대국밥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처음 먹어보는 메뉴였지만 그런대도 먹을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