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
이예진
곰사냥을 떠났던 남자의 후손이
내게 테디베어를 들고 찾아왔다
당신은 사랑을 고백했고, 나는 벽화를 남기는 대신 이런 문장을 적을 수 있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를 동물에 비유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날이 따뜻해지면 야생동물이 이동하기 좋아
굶주린 곰이 마을 앞까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곰을 마주치면 나는 뛰거나 얼어붙을 텐데
종종 어린 조카와 시체놀이를 했으니 죽은 척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당신은 그건 곰을 만났을 때 하는 행동 중 가장 최악이라고 말한다
오늘 집 앞에서 발견한 쥐는 죽은 척하는 걸까 잠이 든 걸까
어쩌면 물을 먹고 가던 고양이가 물어다 놨을지도 모른다
요샌 겨울이 따뜻해서 쥐가 얼어 죽지 않는다는데
쥐가 새끼를 낳고 낳아서 온 동네의 쥐들이 천장과 벽지와 기둥을 갉아먹다가
전선을 갉아 먹게 된다면
온 동네의 불이 나가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스파크가 튀는 것을 볼 수도 있겠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종종 후회할 짓을 한다고는 하지만
어둠이 지나간 뒤 무엇이 오게 될까
사람이 아닌 것이 돌아다녀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한 마리의 개가 짖기 시작하면 온 동네의 개들이 따라 짖는다
이곳에서 당신은 살기 좋을까
나는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고, 이것 외에 다른 방안은 모르겠지만
컴컴한 나의 마당에 앉아
어둠 속에서 응시하는 눈을 오래도록 마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