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사)한국여성의전화 논평
가정폭력 전과자 되기는 하늘에 별따기
- 가정폭력 가해자 국제결혼 제한 정책에 부쳐-
지난 21일 법무부는 가정폭력범죄로 임시조치 또는 보호처분 중에 있거나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에게는 결혼 동거를 위한 외국인 배우자 초청을 불허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지난해 7월 전남 영암에서 한국인 남성이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을 폭행한 영상이 공개되어 사회적 논란이 인 후 마련된 '가정폭력 원스트라이크아웃' 결혼이민제도 개선안 일환이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의하면 2017년도 여성긴급전화 1366 및 전국 가정폭력상담소의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상담 건수는 총 60만 6천 968건이었다. 이 중 가정폭력 상담이 35만 2천 301건으로 전체 상담의 58%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총 74만 6천 461건 중 40만 8천 516건(54.7%)이 가정폭력 상담이었다.
그렇다면 가정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가해자는 얼마나 될까? 유감스럽게도 가정폭력 현황을 발생, 신고부터 처벌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없다.
경찰청 제출자료에 의하면 2017년 전체 신고건수는 279,082건이었다. 이 중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된 건수는 11,729명으로 전체 신고건수의 4.2%에 불과하고 384명(0.13%)만이 구속되었다. 같은 해 경찰에 의한 임시조치 대상자는 고작 4,265명(1.53%)뿐이었다. 한편 2017년 검찰로 접수된 가정폭력사범은 46,912명 중 4,489명(9.6%)만 기소되었으며, 17,184명(36.6%)은 가정보호 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되었다. 법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법원 『사법연감 2018』에 의하면, 법원은 11,562건에 대해 가정보호사건 보호처분 결정을 내렸다. 2017년 가정폭력 상담건수와 비교할 때 3.2%에 불과한 수치다.
이렇듯 가정폭력 범죄는 경찰과 검찰, 법원을 거치면서 가해자 대부분이 처벌에서 면제된다. 이번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에 의해 가정폭력 가해자 일부가 국제결혼 제한 대상자에 포함된 것은 다행이지만, 위의 통계가 보여주듯 가정폭력 가해자 중 극소수만이 대상자에 해당될 것이 자명하므로, 그 실효성은 매우 미흡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폭력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범죄행위이다. 이에 가정폭력 범죄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의 초동단계에서부터 범죄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응급조치, 긴급임시조치, 임시조치 등이 적극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이후 검찰, 법원 단계에서도 가정폭력을 형사범죄임을 기본으로 하여 가해자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가정유지 및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에 있다.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이 피해자 및 가족구성원의 안전 및 인권의 관점으로 개정되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과 제도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관련하여 여러 건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으나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법 집행의 주체인 법무부 또한 법률 개정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국제결혼 제한’과 같은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제까지 주장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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