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와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한국 기업들 간의 '광고 전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텍사스와 애리조나 구장의 광고권을 따내기 위해 삼성, LG, KT, 금호타이어 등 굴지의 4개 그룹은 물론 몇몇 벤처기업들까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텍사스와 애리조나는 적게는 12만달러(약 1억6,000만원)에서 많게는 130만달러(약 17억원)에 이르는 각종 '패키지 상품'을 내걸고 한국 기업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광고주들의 입장에서는 마무리로 뛰는 김병현보다는 박찬호에게 당연히 구미가 더 당긴다. 전 경기가 국내에 중계되는 데다 선발로 오랫동안 던져 광고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월드시리즈 진출과 맞물려 최근 김병현의 인기가 치솟고 있어 내친 김에 두 토끼를 잡겠다고 달려드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박찬호의 영입으로 이래저래 신바람이 난 텍사스는 60만달러와 130만달러 두 가지의 상품을 내놓았다. 130만달러짜리는 '메인 스폰서'의 의미를 갖는다. 외야 펜스 뒤 대형 광고판은 물론 3루쪽 내야석 난간에 스폰서 기업의 이름을 붙인 'K-존'을 설치할 수 있다. 'K-존'은 박찬호가 삼진을 잡을 때마다 빨간 불이 들어오도록 설치된다. 또 구장 앞의 야구박물관 이름 앞에 기업의 명칭을 넣을 수 있는 혜택도 준다. 60만달러짜리는 포수 뒤 벽면과 우익수쪽 2층 난간, 전광판(경기당 2회) 등에 광고를 할 수 있다.
애리조나는 불펜 광고를 중심으로 한 12만달러짜리와 포수 뒤 벽면 광고와 기자석 앞 전광판, 외야 전광판 아래쪽의 광고권이 있는 50만달러짜리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구미를 가장 당기게 하는 것은 텍사스의 '메인 스폰서'. 현실적으로 연간 130만달러가 적잖은 돈이지만 'K-존'과 '박물관 이름 사용' 등 파격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구장의 '광고 주인'은 이번주 내로 윤곽이 드러난다. 새 광고가 결정되면 구장을 단장하기 위한 일정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하기 힘든 상황이다.광고 계약을 대행하고 있는 ㈜스카이콤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조용하면서도 치밀하게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며 "곧 계약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