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LG배 결승전 최종국에서 후야오위 8단이 대만의 저우쥔쉰 9단에게 흑 반집패를 당하면서 종합전적 2:1로 패해 다 잡아 놓은 고기를 놓쳤다. 이는 두 사람이 결승전에 올라 갔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7:3 정도로 후8단의 우승을 당연시한 가운데 당한 패배라 중국으로선 더 충격적인 패전보였다. 이는 2006년 구리 9단이 LG배 우승컵을 차지한 후 다시 한번 중국에 우승컵을 안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으로 생애 첫 우승을 놓친 후8단의 개인적 불운을 넘어선 그 무엇이었다.
후8단의 불운은 11월에 벌어진 제12회 LG배 준결승전에서도 이어졌다. 후8단이 준결승전에서 이세돌 9단을 만난 것 자체가 불운이었다. 중국랭킹 2위가 맥없이 한국 랭킹 1위인 이세돌 9단에게 무너지면서 중국에 또 다른 과제를 남겼다.
중국 언론은 이창호 9단을 대이(大李), 이세돌 9단을 소이(小李)라고 부른다. 과거 10여 년은 ‘大李공포’에 시달리던 중국바둑은 후야오위, 저우허양 등이 흠집을 내는 정도에 그쳤는데 ‘이세돌’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공룡이 등장하면서 ‘小李공포’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2007년 이세돌 9단의 중국기사들에 대한 전적은 9전 전승이다. 9승 3패의 중국 갑조리그에서 거둔 성적까지 합하면 18승 3패로 승률이 90%에 육박한다. 이제는 이창호를 연구하는 것에서 이세돌을 연구하는 것으로 유턴을 했다.
이세돌의 기보를 연구하는 중국 프로기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못한다. 류싱, 황이중 등은 “이세돌의 역량은 대단하다! 이렇게 두는데 감히 누가 그와 전투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중국 갑조리그에서 9승 3패를 기록한 이세돌 9단은 12대국 모두 불계로 승부를 보이는 호전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황이중 6단은 이세돌 9단에게 완봉패를 당했으며, 실질적인 중국의 1인자인 구리 9단 역시 박영훈 9단에게 패하는 등 중국바둑이 다시 수난을 맞았다. 이어 벌어진 농심배에서도 왕시, 후야오위 등이 모두 반집으로 한국바둑에 무릎을 꿇어 허약한 끝내기가 중국바둑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랭킹 1,2,3,4위가 모두 이세돌 9단 앞에서 무력해지면서 중국바둑은 고민에 빠져 들었다.
이런 의견에 대해서 중국기원 화이강 원장은 착찹한 심경으로 “끝내기는 본래 우리들의 강점이었는데 지금은 많은 중국기사들이 대국형세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 같다.구리가 대표적인데 이는 우리들이 연구해 봐야 할 새로운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12월 22일 최종라운드를 끝으로 2007 중국 갑조리그가 막을 내렸다. 중국갑조리그에서 상하이팀이 승점 1점 차이로 이세돌 9단, 왕레이 8단 등이 주축이 된 꾸이저우팀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세돌 9단은 꾸이저우팀의 주장으로서 주장전에 출전하여 9승 3패의 성적을 거두었으나 팀은 2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99년 중국 갑조리그 원년부터 03년까지 대회 5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충칭팀은 비록 04년~05년에 상하이팀에 우승을 내주었지만 06년 다시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강임을 입증했으나 07년 8위를 추락하면서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최종 11,12위가 확실시 되는 광동, 시차이는 2008년 중국 갑조리그에서 탈락하게 되며, 지난 해 6월에 벌어진 을조리그에서 1,2위를 차지한 샤오산밍런(萧山明仕)기원과 쓰촨(四川)팀이 2008 중국 갑조리그에 출전하게 된다. 쓰촨팀은 일찍부터 주장급으로 마샤오춘, 저우쥔쉰, 왕하오양 등과 접촉하며 2008년을 준비했으나 최종 이영구 6단을 영입하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이다.
국내기전에서는 박문요 5단이 제6회 초상은행배 결승전에서 천야오예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소표세대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현재 박문요 5단은 현재 랭킹 6위에 올라있으며, 2007년 LG배 준우승, TV바둑아시아 준우승 등으로 세계최연소 9단 등극 기록을 세운 천야오예 9단은 현재 14위에 올라 있다.
구리 9단은 부친상을 당하면서 랭킹 1위 자리를 콩지에 7단에게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천원전에서 류스전 7단을 상대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으며, 명인전에서 생애 처음으로 도전권을 획득한 딩웨이 9단을 3:0으로 완파하는 등 나름대로의 수확을 올렸다. 또한 구9단은 국내 최대 기전인 창기배 결승전에 진출하여 류싱 7단과 창기배 세 번째 주인을 가리게 됐다.
최근 발표된 중국 랭킹에서 콩지에 7단, 후야오위 8단에 이어 랭킹 3위로 밀려났지만 실질적인 중국 1인자로 평가받고 있는 구리 9단은 2008년 세계바둑계의 태풍이자 중국바둑계의 골치거리(?)인 이세돌 9단의 아성을 공략하는데 가장 선봉에 서야 한다는 또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연말 마지막 벌어진 타이틀전인 중국아함동산배 결승전에서 류싱 7단이 랭킹 1위인 콩지에 7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류싱 7단은 아함동산배 국내본선에서 후야오위, 구리, 콩지에 등 국내 랭킹 2,3,1위를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해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또한 12월 말경 벌어진 중일아함동산배에서 류싱 7단은 일본의 최강자인 장쉬 9단을 보기좋게 KO시키면서 금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2007년 중국바둑계는 연초에 창하오 9단의 삼성화재배 우승, 구리 9단의 춘란배 우승 등 나름대로의 수확을 올렸으며, 박문요 5단, 리저 6단, 저우루이양 5단 등 신예기사들의 약진도 돋보이는 한 해였다. 하지만 2008년에는 이세돌이라는 거대한 태풍을 어떻게 잠재우느냐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