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복음서에서는 사도 요한을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요한 13,23; 19,26; 20,2; 21,7.20 참조)라고 일컫습니다. 요한은 누구보다 주님을 깊이 사랑하였기에, 십자가 아래 남아 그분의 죽음을 지킨 유일한 제자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사랑의 사도’ 요한에게 성모님을 맡기시고 그를 통하여 교회에 공경할 어머니로 주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주님께서는 카나에서처럼 “여인이시여”(2,4) 하고 어머니를 부르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카나에서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2,5) 하시며 주님께 순명하셨듯이, 이 마지막 순간에도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하시며 사랑하시는 제자를 바라보게 하시고 아들로 내주신 주님께 오롯이 순명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와를 메시아의 어머니요 장차 악에게 궁극적으로 승리할 온 인류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듯이(제1독서 참조), 아드님께서도 ‘새 하와’ 성모님을 ‘교회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습니다.
십자가 위 주님께서 “목마르다.” 하시고(시편 22[21],16; 69[68],22 참조) 신 포도주를 드셨으며(시편 69[68],22 참조), 그분의 뼈가 상하지 않았고(시편 34[33],21 참조) 창에 옆구리를 찔리신(즈카 12,10 참조) 예수님을 낱낱이 증언한 요한은, 이로써 구약의 예언과 성부께서 마련하신 구원 경륜이 온전히 실현되었음을 드러냅니다. 성부께 목숨을 바치기까지 순명하신 주님의 십자가 아래에는, 사랑으로 어머니와 아들로 서로 받아들이신 성모님과 요한의 순명도 함께였음을 기억합니다. 주님께서 어머니로 주신 성모님께 의탁하며, 이웃과 동료를 가족으로 맞아들여 사랑하는 삶 가운데 우리 구원의 길이 있습니다.(강수원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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