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방교회는 선교의 대상인가?
2023년12월30일, 쿠웨이트에서 한국에 도착한 첫날! 미처 쿠웨이트에 가져가지 못하고, 몇 년 동안 어머니댁에 두었던 책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못 갖고 간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쿠웨이트에 머무는 동안, 나에게 한 큰 고민은 '동방교회'(the eastern church)였습니다.
* 동방교회는 서방교회의 형제로서, 함께 같은 기독교인가?
* 동방교회는 바른 신앙에서 벗어난 기독교의 이단인가?
* 만약 동방교회가 같은 기독교로서 형제 교회라면,
현재 대부분 이슬람 지역에 위치한 <동방교회>를
'선교의 대상'으로 볼 수 있겠는가?
만약 <동방교회>가 이단이 아니며, 우리와 같은 기독교라면, 동방교회를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우 그릇된 일로 여겨져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중동지역에서 보았던 몇몇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이슬람 선교사'로 파송하였는데, 실제 그 주된 사역의 대상은 동방교회의 교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12월30일, 늦은밤 어머니댁에 도착하여, 피곤한 몸으로 한 책을 붙잡고 읽었습니다. 김모세 선교사의 「중동사역 10년 - 100가지 에피소드」였습니다. 마침 우리 가족이 쿠웨이트를 떠나기 전에, 요르단의 마다바를 방문하여, 시리아 난민들을 만나고 돌아왔는데, 이 책은 김모세 선교사가 요르단 마다바의 사역내용을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왔습니다. <마다바>는 기독교 도시였었고, 지금도 정교회 교인들이 상당했습니다.
김모세 선교사는 중동지역에서 사역했지만, 그의 주요한 사역대상은 마다바에 거주하는 '요르단의 정교회 교인들'이었습니다. '과연 이러한 사역을 선교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더욱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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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쿠웨이트에 6년간 머물며, "과연 동방교회의 교인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를 고심했는데, 한국에 도착하여 처음 읽은 책이 바로 그 문제를 다시 고심케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2. 동방교회는 어떠한 교회인가?
쿠웨이트에서 <동방교회>의 다양한 종파 지도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제들의 복장이 매우 독특하고, 수염 등의 형상도 특별했기에, 나도 처음에는 저절로 시선이 강하게 꽃혔습니다.
그런데 이슬람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 동방교회는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고, '딤미'라는 2등 시민의 차별을 기꺼이 받아들인 그리스도인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그 핍박이 매우 심하였지만, 그것을 감수해낸 그리스도인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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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이 통치하는 땅에서, 손해와 시련을 감수하면서 신앙을 지켜낸 <동방교회>를, 지금 우리가 그들이 무슬림 땅에 살고 있다고 하여, 선교의 대상으로 여겨야 할까? 그것은 매우 부당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럴 수록 <동방교회>가 궁금했고, 더욱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주요한 <동방교회>의 책들은 배를 타고 오는 중이었고, 다행히 어머니 댁에 몇 권의 책들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2024년 1월이 시작될 때, <동방교회>에 대해 가장 먼저 공부하였습니다.
* 박찬희, 「동방정교회 이야기」
* 김호동, 「동방기독교와 동서문명」
동방교회에 대해 가장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었습니다. 내게 좀더 흥미있었던 책은 강태용(한국인 사제)의 책이었습니다.
*강태용, 「동방정교회」 (홍익재, 2010)
강태용 사제는 <역사>와 <교리>의 두 측면에서 동방정교회를 소개해주었습니다. 먼저 <동방교회의 주요한 역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개괄적으로 주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동방정교회의 윤곽이 잡혔습니다. 오늘날 동방교회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위상도 알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는 제 3의 로마였습니다. 이탈리아의 제 1의 로마, 제 2의 로마인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그리고 러시아의 모스크바가 제 3의 로마로서 정교회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매우 새롭게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공산화되면서, 공산당의 혹독한 핍박 아래 엄청 많은 수의 러시아 정교회 사제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순교를 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소련 시절에 공산당에 의해 그토록 많은 순교자가 있었는지를 처음 알았습니다.
그 핍박을 피해서 미국 및 유럽 등지에 <해외 러시아 정교회>가 바른 신앙을 지키고 있었고, <러시아 내 정교회>는 정부에게 아첨하는 어용종교로 전락했었습니다.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세워지면서, 다시 해외 러시아 정교회와 러시아 내 정교회가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어쨋든, 동방정교회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를 비롯한 큰 핍박을 이겨냈는데, 그들을 이단으로 여기거나, 선교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상당히 부당하게 느껴졌습니다.
내 마음 속에 '동방정교회는 선교의 대상이 아니라, 선교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입장이 더욱 굳어졌지만, 아직 내가 <동방정교회>에 대해 아는 바가 너무나 없었습니다.
다행히 강태용 사제는 동방정교회의 주요한 교리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특히 내가 관심을 둔 '신화'(神化)도 설명해주었습니다. 신화의 교리는 내가 너무나 목마르게 알고 싶었던 바였는데, 강태용 사제가 너무 간략히 소개만 하여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그의 책을 통해 동방정교회의 윤곽을 좀더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3. 동방교회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동방교회>를 알고자 한 궁극적인 이유는, '동방교회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입장을 결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너무 너무 신나게 읽은 책이 있습니다.
Donald Fairbairn의 <EASTERN ORTHODOXY THROUGH WESTERN EYES>였습니다. 내가 원하는 바들을 그대로 해결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정독에 정독을 하고, 두 번 또는 세 번 정도 반복하여 읽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내용 중에 <고대교리>를 언급하는 부분은 너무 어려워서, 만약 내가 서철원 교수님에게서 <고대교리사>를 두 학기 동안 배우지 않았더라면 포기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화'(神化)를 충분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특히 이 책의 제목처럼, <서방교회의 눈을 통해 동방교회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특히 서방의 시각에 의해 갖고 있을 편견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서방교회의 장단점과 동방교회의 장단점을 균형있게(?) 비교해 주면서, 서로 맞물리는 장단점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고 유익을 주는 관계인 것을 설득해주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동방교회>를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정말로 부당한 처사란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방교회의 교리와 특성이 동방교회에게 큰 유익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마치 장로교회가 오순절교회로부터 배울 것이 많듯이, 동방교회에게 서방교회의 선교사들이 유익을 줄 부분이 있었습니다. Donald Fairbairn가 이 부분을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이슬람 선교사로 파송할 때, Donald Fairbairn의 책 정도는 먼저 잘 익히도록 교육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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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Donald Fairbairn의 <EASTERN ORTHODOXY THROUGH WESTERN EYES>을 다시 읽으며, 정리해 볼 날이 있을까요? 올해 1월 이 책을 읽을 당시, 한 두 가지씩 깨달을 때마다, 함께 나누고도 싶었고, 함께 공부해보고도 싶었는데, .... , 읽어야 할 책들과 주제들은 산더미처럼 많고, 이에 비하여 책을 읽을 시간은 없으니, .... , 항상 목이 마를 뿐입니다.
동방교회의 이해를 위해, Donald Fairbairn의 <EASTERN ORTHODOXY THROUGH WESTERN EYES>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