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14국민일보 권혜숙기자
국내 5∼6년전부터 호텔등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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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파리스 그릴’의 풍경. 일요일 아침이지만 빈자리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브렉퍼스트(breakfast)와 런치(lunch)를 합친 ‘브런치(brunch)’를 즐기러 온 손님들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데이트에 나선 듯 한껏 성장을 차려입은 연인들,그야말로 근처 식당에 밥 먹으러 온 것 같은 편안한 차림새의 사람들,그리고 아침예배를 마치고 성경을 든 채로 오붓한 식사를 즐기러 온 가족들 등 손님층도 다양하다.
우리보다 먼저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사이의 브런치 모임이 흔하고,국내에서도 5∼6년 전부터 호텔들이 브런치 메뉴를 선보여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의 일로,최근에는 청담동의 ‘카페74’처럼 매일 브런치 메뉴를 내놓거나 아예 브런치 전문 식당을 표방하는 곳이 생겨날 만큼 일상적인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브런치 스타일은 오믈렛 같은 달걀요리를 기본으로 베이컨이나 핫케이크,와플 정도를 곁들이는 미국식 아침식사. 하지만 지역별로 조금씩 특색이 있어 이태원에서는 영국식 가정식 브런치나 크레페,정통 프랑스식 등 가게마다 개성있는 메뉴를 만날 수 있고,호텔 브런치는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푸짐한 뷔페로 육류나 생선 등 제대로 된 메인요리를 먹을 수 있으며,주방장이 고객 앞에서 즉석 요리를 해주는 곳도 있다. 대신 가격은 5∼8만원대로 훌쩍 뛰어오른다. 브런치 유행을 선도하는 청담동 레스토랑들은 맛 외에도 아늑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승부하는 편.
재미있는 것은 늦잠 후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자는 본래 의미와는 달리,이들 식당에서 브런치를 맛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단 몇몇 인기있는 브런치 식당은 예약하기 전에는 자리를 얻기 힘들고,대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브런치가 서빙되지만 너무 늦지는 않아야 음식이 신선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굳이 뷔페식으로 먹을 것이 아니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오크우드 프리미어의 박지근 총주방장은 “브런치는 업그레이드된 아침식사”라며 “아침식사보다 푸짐하게,점심식사보다는 조금 가볍게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 총주방장은 식빵을 우유에 적셔 익힌 프렌치 토스트와 삶은 감자를 양파와 함께 볶은 해시 브라운 포테이토,딸기 스무디 같은 메뉴가 무난하다고 추천한다. 여기에 소시지나 햄을 곁들이면 영양 균형도 맞고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주부의 짐을 덜어준다는 의미로 하루쯤 남편이 브런치를 준비해도 좋겠다.
<고찰> 외대05이민희
예전에 TV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어느샌가 여러 호텔, 레스토랑, 카페에서 브런치 메뉴를 판매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브런치를 즐기는 모습을볼 수 있다.
사실 브런치를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아점' 으로, 보통 '아점'이라고 하면 자고싶은 만큼 푹 자고 일어나 느긋하게 한 끼를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기사에 브런치를 먹기 위해 예약을 하고 서둘러 나가야 한다고 써있는 것이 나도 재미있다.
얼마전에 광안리로 놀러 갔다가, 브런치를 먹었던 적이 있다. 기사에서처럼 서두르지 않고 내가 먹고싶을 때 가서 느긋하게 즐기고 왔다. 맑은 날 바다와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즐기는 브런치는 설령 맛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음식을 먹고 있더라도 맛있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좋았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먹었던 것은 내 입맛에 맞았던 것 같다.
이러한 브런치, 커피같은 것들을 즐기는 것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더러 있는 것 같은데, 항상 똑같은 일상속에서 한번씩 이러한 것들을 즐기는 것도 좋은 여가생활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