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열렸던 칸타빌 다사랑 축제 모습.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된 이날 행사에 1,000명 이상의 주민이 참여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11일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벌인 축제에 개별 아파트로서는 드물게 순수 주민참여 1,000명이 넘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화제의 아파트는 천안의 대표적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는 불당동 지역의 중심에 위치한 대원칸타빌아파트(주택관리사 김호진). 오전 11시에 시작돼 밤 10시에 끝난 제1회 칸타빌 다사랑 축제는 지역 아파트축제로는 드물게 자발적 참여자가 1,000명을 넘는 대성공을 거두며 주변 아파트의 부러움을 샀다. 이번 행사는 작년에 한 여름 밤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개최한 작은 음악회가 주민들의 참여와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이를 좀더 확대해 종합적인 주민문화축제로 발전시켜 보자는 의견에 따라 논의가 진행돼온 것이다. 그러다가 한 달 전에 이주용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위원장으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부녀회 등과 함께 행사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인 준비를 해왔다. “작년에 개최한 작은 음악회라는 조촐한 행사를 성황리에 치렀는데 그 행사를 토대로 이번에는 보다 많은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종합문화축제로 하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선뜻 결정하기는 했지만 막상 모든 것을 저희 힘으로 기획하고 개최하려다보니 처음에는 기본 개념조차 잡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남들한테 보여주는 축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즐기는 축제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여러 가지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들어왔지요” 행사를 주도한 이 회장의 말처럼 행사 준비과정을 오픈하고 의견을 수렴하다보니 몇 가지 실제적인 안이 도출됐다. 그중 축제 명칭의 주민공모와 주민들이 직접 쓰고 그린 작품전시회, 불꽃놀이축제 등은 특히 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가 이뤄지기도 했다. 어린이 벼룩시장과 바자회 등으로 구성된 1부의 ‘나눔의 장’을 시작으로 주민들이 직접 만든 시화전 작품 전시와 주민이 직접 그리는 페이스페인팅 등으로 꾸며진 참여의 장, 그리고 주민장기자랑 및 동아리공연, 불꽃놀이 등으로 채워진 사랑의 장 등 3개 파트로 나눠 진행된 이날 행사는 시종 주민들의 열띤 참여열기로 뜨거웠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저녁 7시부터 특설 무대에서 진행된 3부의 주민장기자랑대회. 거의 한 집에 한 명꼴로 참여할 만큼 많은 주민들이 개별 혹은 동아리 형태로 참여해 열띤 경연을 벌였다.
평소의 동아리활동이 공동체성 회복에 도움
▲올 봄 입주자대표회의의 가족 동반한 미곡사 산행모습. 가운데 앞줄 가운데 검은 티셔츠차림이 이주용 회장
사물놀이 동아리의 공연을 시작으로 막을 연 3부 행사는 어린이들의 댄스경연대회, 오카리나공연, 바이올린 연주, 에어로빅, 하모니카연주, 마술공연, 해금연주, 통기타공연 색소폰연주 등 다채롭게 꾸며졌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공연들이 평소 갈고 닦은 실력으로 무장된 순수 주민들에 의해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번 축제의 성공은 우리 아파트 주민 모두의 자랑이라고 생각해요”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는데 숨은 공로자인 최은순 부녀회장의 말이다. 이 아파트 주민들의 끈끈한 공동체성향은 최근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는 월드컵 응원에서도 알 수 있다. 토고전이 있었던 13일 밤 10시에는 중앙광장에 특별히 설치된 대형스크린 앞에 1,000명 이상이 함께 응원전을 펼쳐 주민들 스스로도 놀랐던 것.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하는 이러한 경험들은 이웃사촌이라는 유대감을 강하게 해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공동체활동을 뒷받침하는 일등공신은 입주자대표회의의 단합된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공식 회의와 별도로 비공식 형태의 수시 모임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올 봄에도 이들은 가족등반 산행을 통해 우의를 다졌는데 이번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월드컵 토고전 응원을 위해 단지에 특설된 대형스크린. 밤늦은 시간이었음에도 1,000여명 가까운 주민들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서로 다른 의견으로 자칫 삐걱거리기 쉬운 이들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1,011세대를 무리 없이 통합하고 있는 그 중심에는 이 회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아파트 공동체문화에 대한 그의 조언은 이 시대 단절과 고립의 상징인 아파트에 시사하는 바 크다 할 것이다. “가까이 있는 이웃사촌이 멀리 있는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파트는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췄습니다. 엘리베이터가 골목길이 되고 주차장이 마당이 돼 아파트 주민 모두가 이웃사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웃 간에 벽을 허물고 서로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나눔의 아파트가 되고 모든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참여의 아파트가 되며 모든 주민들이 가족과 같은 정이 흐르는 사랑의 아파트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