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웨스트민스터 교수였던 팀 켈러는 개혁주의자이지만, 사실 엄밀한 개혁주의자들 사이에서 제일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개혁주의의 색깔이 선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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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의 글과 설교를 보면 철저한 개혁주의로 무장되어 있지만, 그는 개혁주의를 내세우지 않는다. 개혁주의 교리는 너무 좋고 아름다운 교리이지만 그리고 개혁주의가 가장 성경적인 교리라고 생각하지만, 교리로는 교회를 하나로 연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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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리교, 성결교, 오순절, 침례교등과 다른 개혁주의를 내세우기 보다는 그들과 함께 연합할 수 있는 복음 즉 천국에 가면 함께 만날 수 있는 공통요소에 집중하는 것이 팀 켈러가 말하는 연합과 관대함의 핵심이다. 지역을 연합하려면 한 교회로는 지역을 다 품을 수 없다는 겸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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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와 맞는 지역 주민들도 있지만 감리교, 오순절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팀 켈러를 좋아하는 많은 목회자들을 만나보면 그 교단이 다양함에 놀란다. 마치 C.S.루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다양하다. 이것은 팀 켈러 안에 있는 복음의 겸손이 서로를 존중하는 연합의 모습으로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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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S.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도 'mere' 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순전한' 이라기 보다는 '그냥' 기독교, '공통' 기독교를 말한다. 각 교단의 다른 교리가 아니라 침레교, 오순절, 장로교, 성결교등 모든 기독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를 말하고 싶어했다. 각 교단의 교리적 기독교가 아니라 그냥 기독교, 공통 기독교, 함께 천국에 갈 수 있는 동질된 요소의 기독교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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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루이스의 글도 교단을 초월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것같다. 팀 켈러를 만나면서 내게 달라진 것 중의 하나도 다양한 교단의 목사님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졌고, 또 교제하면서 복음과 하나님의 더 크고 놀라우신 일하심을 경험하게 된다. 개혁주의는 너무나 좋은 교리이지만 하나님은 개혁주의보다 더 크고 넓으신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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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감리교회를 다녀왔다. 팀 켈러를 좋아하는 공통요소 때문에 개혁주의자인 나를 초청하셨고, 함께 소그룹에 대해, 양육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양한 교단의 목회자들과 함께 교제하고 은혜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 귀한 일이다. 자기만의 신학을 철저하게 가져가야 하지만, 더 넓은 관대함으로 다양성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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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더 깊이 있게 들어갈 때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개혁주의는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인간의 전적타락을 핵심으로 한다. 은혜로 우리가 구원받았다면 내가 남보다 더 낫다라는 생각 자체가 심각한 죄일 것이다. 은혜로 구원받은 사람의 특징은 반드시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관대함으로 드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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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짧은 만남이어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더 깊이 교제하기로 약속하고 돌아왔다. 감리교 목사님들을 만나면서 문화와 복음의 관계를 모두 깊이 생각하고 공부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성경의 강점이 있지만 문화에 약한 장로교가 배워야 할 귀한 전통이다. 함께 대화하며 더 깊고 넓은 하나님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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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나 설교의 결론은 늘 은혜가 성화를 이끌어간다는 개혁주의 칭의의 교리를 선포한다. 그러나 만나보면 칭의가 성화를 이끌어간다는 말은 단순히 개혁주의 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교회가 공통적으로 선포되어야 하는 말씀이다. 은혜와 순종의 순서를 지키는 것은 모든 신자들의 기초일 것이다. 결국 우리와 그들의 다른 점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요소를 존중할 때 개혁주의가 강조하는 더 깊은 교리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장이 마련되는 것 같다.
첫댓글 연합과 관대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