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은 노는 달
정월은 노는 달입니다.
예전에는 참 많이 놀았습니다.
한마디로 놀자판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산업화 이전 농경사회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놀았습니다.
뒤 업어 말하면 자본주의 산업화는 놀이 문화를 앗아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그 가난하던 시대에 뭔 놀이가 있었겠냐고 핏대 올리는 자본주의 산업화 숙맥들이 많은데요.
천만에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흥겹게 놀고 살았습니다.
가장 많이 놀 때가 정월입니다.
옛날 가장 잘 놀던 사람들이 거지였습니다.
지금의 노숙자들이지요.
지금 노숙자들은 놀 줄 몰라요.
지하도에서 두 손 포개 내밀거나 깡통 놓고 구걸하고, 밥 퍼주는 봉사단체에 줄 서서 얻어먹고 구걸한 돈으로 소주, 막걸리 사 먹는 게 노숙자의 모습입니다 . 노숙자들이 많은 서울역이나 시청역에서 한 판 노는 노숙자나 패거리를 본 적이 없습니다.
놀 줄 모르는 노숙자를 탓하자는 게 아닙니다. 노숙자는 자본주의 경쟁 사회가 낳은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희생자들이니까요.
옛날 거지들이 얼마나 잘 놀았는지, 자~
각설이 타령 한 번 들어 보실라요.
"일자나 한자 들고보니
일월이송송 해송송,
밤중에 샛별이 완연하네.
하늘 빠딱 쳐다보니 북두칠성이 돌아갔네. 어절시구 잘한다.
품바나 품바나 자리한다.
이자 한장 들고보니
진주기생 의암이는 우리나라를 섬길라꼬
왜장청청 목을 안고 진주 남강에 떨어졌네.
어절시구 잘한다.
품바나 품바나 자리한다.
삼자 한장 들고보니 삼동가리 늘어졌는데,
팔도어사 오신다고 등촉 밝히기가 바빴네.
어절시구 잘한다.
품바나 품바나 자리한다.
사자 한장 들고보니 사시청풍 가는 길에 외나무 다리
친구만나 인사하기 바빴네.
어절시구 잘한다.
품바나 품바나 자리한다.
~
각설이는 동냥해서 먹고사는 사람,
거지를 말합니다.
사회 기장 밑바닥으로 떨어져 집도 절도 없는 사람들이 각설이가 됩니다.
이 각설이들이 장바닥이나 잔치집을 돌며 각설이 타령을 부르며 동냥을 해 먹고살았지요.
앞에 들은 각설이 타령을 보면 심오한 역사와 철학이 억눌려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질펀하게 퍼질러 있습니다.
각설이들이 무리 지어 동냥 다니면 각설이패가 됩니다.
예전 거지와 지금 거지를 견주면 그 품격이 큰 차이가 있지요.
묶어 말하면 예전에는 놀지 못하면 거지 노릇도 못해 먹었다는 말입니다.
좀 치우친 얘기일지 몰라도, 옛전에는 그만큼 놀이 문화가 생활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반증입니다.
각설이가 모여 각설이 패가 되고 놀이를 발전시켜 놀이꾼 무리인 광대패나 걸립패가 됩니다.
이들이 우리 민족의 놀이 문화의 꽃을 피웠지요.
정월에 노는 놀이가 많습니다.
정월은 한 해를 시작하는 달입니다. 놀이를 하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고 마을 공동체 정신을 북돋우고 풍년과 복을 빌며 모든 액운과 잡귀를 몰아내는 크게 하나 되는 정초였습니다.
정월에는 윷놀이를 즐겨습니다.
윷놀이 글 동냥 다니다 모르는 우리말 하나 찾았습니다.
참먹이이란 말입니다. 참먹이는 윷판의 맨 마지막 자리. 말이 나가는 곳으로, 여기서 먼저 빠져나가는 편이 이깁니다.
윶판의 시작하는 자리이며 말이 나가는는 맨 마지막 자리를 참먹이라 하네요.
그리고 윷판의 말도,
한마리는 한동, 두마리는 두동, 세마리는 세동이라 불렀는데, 이 한동 두동의 동이란 세는 단위도 참 재밌는 말입니다.
윷놀이는 사시사철 놀았지만, 더욱 정월에 많이 놀았습니다. 지금도 설날에 부모형제, 일가친척이 모이면 가정에서 많이 합니다만, 예전 윷놀이는 한 집안과 한 집안, 이웃과 이웃, 마을과 마을끼리 패를 갈라서 맞서서 놀았습니다. 윷가락이 허공을 춤추다 바닥 멍석에 떨어져 누워 자빠지는 모습에 따라 윷놀이 마당은 흥분과 탄성이 울려 퍼지는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널뛰기도 정월에 많이 합니다.
여성들이 많이 합니다. 아기씨가 고운 한복을 입고 번갈아 뛰어오르는 모습에 총각들은 넋을 잃고 봤지요.
"처녀시절에 널뛰기를 하지 않으면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옛말도 있습니다.
남녀가 작업 거는 현장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서보광이란 사람이 이런 시를 지었습니다.
널판 하나를 가로 놓고
양쪽에서 쌍쌍이 올라갔다 내려오니
신선이 날으는 듯하고
민첩하기가 제비 같구나
가쁜하게 몸의 중심을 잡아
낮았다 높았다 하니
봄바람이 소매에 부딪치면서
다투어 올라가고 내려오는도다
한쪽에서 잠깐 밟으니
까치가 자리를 치듯
또 한쪽에서 벌써 디디니
까마귀가 마른나무에서 나는듯 하구나
정월에 오색 무지개가 순간 뻗치니
놀란 기러기도 따를 수 없고 그네를 띄는 듯
비록 평지이지만 여섯 자에 가까운
뗏목에 탄 듯하도다
지나가는 길손도 머물러 서서
저 가는 다리가 공중에 오르고
물결 차는 듯하는 모습을 부러워하니
가히 배우자면 응당 값이 없겠도다
그 곱고 묘한 모습을 알겠구나
대보름날 달집 태우기 놀이를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풍물을 치며 집집마다 지신밟기를 해주고 나서 짚이나 솔잎을 모아가지고 와서 오두막 같은 달집이나 짚가리를 만들고 보름달이 떠오르면 불을 지릅니다.
피어 오르는 연기와 더불어 달을 맞고, 빨갛게 불꽃이 피어오르면 신나게 농악을 치면서 불이 다 타서 꺼질 때까지 춤을 추며 주위를 돌고 환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달집 속에 대나무들을 넣어서 그것이 터지는 폭음으로 마을의 악귀를 쫓는다는 곳도 있습니다. 또, 그때까지 날리던 연을 비롯한 여러가지 태울 것들을 달집 위에 얹어서 다 같이 태우기도 합니다.
이때 이웃 마을들과 횃불싸움을 하는 수도 있고, 또 “망울이”, “망울 이불” 하고 소리지르면서 이웃 마을의 불길과 어느 쪽이 더 높이 올라갔나를 견주어 이겼다고 소리 지르면서 좋아하기도 합니다.
대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입니다.
넉넉한 새해 질병도 근심도 없는 밝은 새해를 맞는다는 사람들의 꿈을 달집 태우기 놀이로 풀은거지요.
정월 대보름 전날에 쥐불놀이를 하며 놉니다.
어릴 적에 쥐불놀이 많이 했습니다.
동네 형들과 들판으로 나가 못쓰는 깡통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숭숭 뚫고 갈비를 넣어 불을 붙여 빙빙 돌리며 놀다가 던져 불을 놓아 논두렁 밭두렁의 풀을 태워 해충이나 쥐의 피해를 막았습니다.
보름달 아래 불 붙은 깡통이 원을 그리며 도는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정월에 입춘, 우수, 경칩이 오니 자연에 생기가가 돕니다.
입춘날 마을 사람들은 나무로 소를 만들어 끌고 다니며 풍물을 치며 노는 입춘 놀이를 합니다.
풍년을 비는 마을 놀이입니다.
연날리기도 정월에 많이 합니다.
연날리기는 섣댤 중순부터 날리기 시작해서 대보름에 절정에 다달읍니다.
탁 트인 동네 뚝방이나 벌판에서 연 싸움을 하면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밀려들고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눈은 하늘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는 연을 쳐다보면서 응원 소리가 천지를 울립니다.
아이들은 끊어져 비실비실 떨어지는 연을 주우려고 서로 다투어 남의 담을 넘기도 하고 초가지붕을 오르기도 한다.
연줄 끊어먹기 싸움에서 이기려고 연줄에 사기 가루나 유리 가루로 가미를 먹여 연실에 서슬이 있게 하는데, 이것을 <깸치 (개미)먹인다>고 합니다.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는 연을 보면서 하늘 ㆍ땅 ㆍ사람이 하나 되는 개천 사상을 몸으로 익혔지요.
연날리기에는 개천 사상이 어려 있습니다.
죄를 지으면 하늘이 무섭지 않냐고 화를 내지 않습니까.
우리 겨레는 하늘을 우러르며 살았습니다.
겨레의 첫 나라를 열은 환웅 시조는 하늘을 열어 배달나라를 세웠습니다.
개천절을 국가 기념일로 정했으면서 왜 헌법 전문에 배달나라와 단군조선을 명시하지 않는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일제 식민사괸의 잔재입니다.
우리는 개천절을 제대로 기리고 있는가요?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 으로 시작합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의 역사 속 실체는 무엇인가요?
실체가 없으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라는 글은 어느 나라나 쓸 수 있는 빈 말일 뿐입니다.
알맹이 없이 아름답게 꾸민 말일 뿐입니다.
헌법 전문은 개정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단기 2333년에 세워진 한겨레 첫 나라 단군조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단군왕검이 나라를 열은 얼인 개천 사상과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은...》으로
단기 2333년에 단군왕검이 우리 한민족의 첫 나라가 되는 단군조선을 세웠다는 사실이 헌법 전문 첫머리에 뚜렷하게 들어가야 합니다.
글이 좀 옆으로 샜습니다.
아무튼 연날리기는 하늘을 우러르며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놀이라 여겨집니다.
정월 대보름 지신밟기는 ‘지신(地神)을 밟아준다.’는 뜻으로, 땅의 신이 액을 막아 주고 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놀이입니다.
지신밟기는 지신밟기 소리를 하는 소리꾼을 앞세우고 장고, 징, 꽹과리, 소고 따위를 치며 따르는 30~40명의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며 차례로 밟아줍니다.
지신밟기는 대문을 비롯해서 마루[성주님], 부엌[조왕님], 우물, 장독대, 곳간을 차례로 돌며 밟아 줍니다.
지신밟기할 때 집집마다 내놓은 쌀이나 돈은 마을에 필요한 공동 용품을 구입하거나 마을에 온 손님을 접대하는 동네 경비로 씁니다.
정월에 하는 놀이는 이 밖에 많습니다.
예전 전통민속 놀이는 일과 놀이가 하나 되었습니다. 여럿이 함께 노는 놀이였습니다.
정월은 노는 달입니다. 모든 세상살이 시름 내려놓고 신나게 놀아봅시다.
정초 즐거운 설 연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