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명(鹿鳴)
‘사슴 록(鹿)’, ‘울 명(鳴)’ 곧 사슴이 운다는 뜻이다.
사슴은 먹이를 발견하면 먼저 목놓아 운다.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배고픈 동료 사슴들을 불러 먹이를 나눠 먹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를 ‘녹명’이라 한다.
수많은 동물 중에서 사슴만이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자고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운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울음소리다.
여느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은 숨기기 급급한데, 사슴은 오히려 울음소리를 높여 함께 나눈다는 것이다.
‘녹명’ 은 중국의 최고 시경(詩經)에 등장한다.
呦呦鹿鳴 食野之芩(유유록명 식야지금)
거욱 거욱 사슴이 울며 들판의 금풀을 먹는구나
我有嘉賓 鼓瑟鼓琴(아유가빈 고슬고금)
내 반가운 손님 있어서 거문고 타고 비파 탄다네
鼓瑟鼓琴 和樂且湛(고슬고금 화악차담)
거문고 타고 비파 타며 즐겁게 어울리어 즐기네
我有旨酒 以燕樂嘉賓之心(아유지주 이연악가빈지심)
내 좋은 술로 잔치하여 반가운 손님 즐겁게 하네
사슴 무리가 평화롭게 울며 풀을 뜯는 풍경을 어진 신하들과 임금이 함께 어울리는 것에 비유했다.
‘녹명’ 에는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써서 세계적인 스터디 셀러 작가로 유명해진 ‘리처드 도킨스’는 이렇게 말한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보호하면 그 남이 결국 내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지켜주고 함께 협력하는 것은 내 몸속의 이기적 유전자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도킨스’의 주장은 약육강식으로 이긴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상부상조를 한 종(種)이 더 우수한 형태로 살아남는다는 게 ‘도킨스’의 주장이다. 결국 이기심보다 이타심, 내가 잘 살기 위해 남을 도와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세상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소리들로 넘친다. 사람 역시 좋아도 울고, 슬퍼도 울며, 이별에 울고, 감격에 겨워도 운다. 시인 조지훈은 “울음이란 지극한 마음이 터지는 구극의 언어” 라고 했다.
우리도 녹명을 배워 보자. 사슴의 울음처럼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내며 아름답게 살아보자.
첫댓글 저도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들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서너 번 읽었습니다. 좀 반했다고나 할 정도였습니다. 청주 제일서점이라는 곳을 가면 리처드 도킨스 코너를 만들어 놓고 이분의 저서만 수북히 꽂아놓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저도 녹명의 생활을 하도록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