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하면 일반인들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어느 철학자는 생활이 바로
철악이라고 했다.
나는 이에 공감한다.
생활을 떠난 철학은 없는 것이다.
어제(5월18일 수)는 교회에서 이 순 목사님의
추모예배가 열리는 날이었다. 나는 검정양복과 검장색
클립온 타이를 목에 걸고 조였다.
너무나 오랜만에 넥타이를
매다보니 서툴러서 뒷목 부분의 넥타이를 옷깃 안에 넣는 것을 깜빡했다. 너엄마가 이를 발견하고 교정해 주어서 다행이었다.
이럴 때는 남자는 역시 아내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엄마와 함께 교회버스
를 타려고 신성버스역에 나왔다.
같은 구역식구(여) 네 명이
먼저 나와 의자에 앉아있었다. 너엄마가 남들이 지켜 보는데서 내 양복의 티를
집어내랴 먼지를 털랴 부산을 떨어 내가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같은 구역식구들이 아니꼬아 할 터인데 너엄마는 아랑곳히지 않았다.
추모예배를 마친 후 너엄마는 늦게가면 자리가 없다며 급히 예배당을 빠져나왔다. 나는 멋모르고 너엄마를 따라 나왔다. 그런데 다른 교인들은 부동 자세로 제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뭔가 잘못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밖에 나와보니 우리처럼 먼저 밖에 나온 사람은 몇 명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우리는 마당 가장 자리에서 추이를 지켜보았다.
잠시 후에 고 이 순 목사님의
운구가 예배당을 나와 운구차에 실렸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교인들이 모두 예배당을 나와서 운구를 에워씨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숙연하게 배웅했다.
나는 얼굴이 달아 올랐다. 우리는 그런 장례예절도 모르고 버스를 먼저 타겠다고 욕심을 부렸으니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고인에게 죄를 진
느낌이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이마트에서 내렸다. 집을 향해
조금 걷다보니 왼쪽 구두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살펴 보았더니 구두뒤축이 삭아서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 구두는 10여 년 전에 사서
몇 번 신어보지 않았다. 겉은 아직도 새 구두같이 멀쩡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구두를 신지않고 신발장에 방치해 두었던 것이 문제였다.
기계는 쓰지 않으면 녹이 쓴다는 이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신발도 신지 않으면 못쓰게 된다는 것은 오늘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모든 물건은 쓰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고장
나는 것 같다. 집에는 오래동안 쓰지않고 방치한 전기레인지, 쿠쿠, 전기포트 등 가전 제품이 여러 개 있다. 나는 이런 기기들을
가끔씩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두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 나라 치매환자가
7년새 4배가 늘었다고 한다.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쇠퇴하여 치매위험도가 높다고 한다.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계식으로 살지 말고 더욱 열심히 두뇌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