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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미련한 사람은 누구?
이 세상에서
가장 우둔하고 미련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전에 이런 우화가 있습니다.
옛날에 아주 어리석은 머슴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어리석었든지 하루는 주인이 머슴에게
“내일 아침 일찍 장에 다녀와야겠다.”고 했더니
이 머슴이 이튿날 날이 새기가 무섭게
지게를 짊어지고 장터로 달려갔습니다.
장터에 이른 머슴은 그러나
무엇 때문에 장터에 나왔는지 알 수가 없어서
하루 종일 장터를 어슬렁거리다가
해가 저물어서야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한편 심부름 시킬 일이 있어서
머슴을 일찍 장터에 보내려고 했던 주인은
온종일 머슴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화가 잔뜩 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머슴을 보자 주인은 화난 얼굴로 물었습니다.
“너 온종일 어디 갔다 오느냐?”
그러자 머슴은
“어제 밤에 아침 일찍 장에 갔다 오라시기에
아침 일찍 장에 나갔다가 이제 돌아오는 길인데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주인은 어이가 없어서
미련한 머슴을 둔 탓이거니 하고 체념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그만둘 수가 없어서
머슴을 다시 불러다 몽둥이 한 개를 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몽둥이는 네 놈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놈이기에 주는 것이다.
이 몽둥이는 네가 가장 미련한 놈이라는 표시다.
만일 너보다 더 미련한 놈이 있거든
이 바보 몽둥이를 그 미련한 놈에게 주고
그런 놈을 발견하지 못하면
너는 항상 이 몽둥이를 쳐다보면서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미련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비록 미련하기는 했지만
주인이 준 바보몽둥이를 방에다 세워놓고 있자니
머슴은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자기보다 더 미련한 사람을 발견할 수가 없어서
이 바보몽둥이를 그대로 둔 채 여러 해를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주인이 병이 들어 백방으로 손을 썼지만
아무 효험이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온 집안이
마치 초상집과 같이 침울한 분위기였습니다.
머슴은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몰랐다가
임종 무렵이 되어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머슴은 주인을 위로 한답시고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주인님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
“모른다.”
다 죽어가는 소리로 주인이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머슴은 다시 물었습니다.
“멀리 가십니까?”
주인의 대답은 역시 “모른다.”였습니다.
머슴은 다시 물었습니다.
일부러 짓궂은 장난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동쪽으로 가십니까. 서쪽으로 가십니까?"
그러나 주인의 대답은 역시 “모른다.”였습니다.
그러자 머슴은 벌떡 일어나더니
제 방으로 달려가 몽둥이를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몽둥이는 그동안 임자를 만나지 못해
별 수 없이 보관하고 있던 주인이 준 바보몽둥이였습니다.
머슴은 그 몽둥이를 가져와서는
숨이 다 넘어가는 주인의 손에 꼭 쥐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이제야 저는 이 몽둥이를 전해 줄 사람을 찾았습니다.
가시는 길이 먼지 가까운지,
동쪽인지 서쪽인지 좋은 곳인지 나쁜 곳인지
도무지 어느 곳으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이 좋은 집과 전답과
식구들을 다 버리고 떠나가시려고 하는 주인님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사람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러니 이 바보몽둥이를 받으십시오.”
이 우화를 읽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웃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그럭저럭 한 세상 살다가
나중에는 영락없이
이 주인과 똑같은 죽음을 맞이할 것이 뻔한 일 아닙니까?
이 자리에 바보 아닌 사람이 있습니까?
그러나 동쪽인지 서쪽인지,
살기 좋은 곳인지 힘든 곳인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저승길을 떠나는 가련한 신세들이 되어서야
어찌 부처님을 신봉하는 불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새벽별을 보시는 순간
깨달음을 얻으셨으므로 별을 보고 깨달았다 하지만
이 깨달음은 별에 대한 깨달음이 아니라
바로 동쪽 하늘에서 찬란하게 빛을 내뿜고 있는
별을 바라보는 싯다르타 자신,
더 가까이는 싯다르타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이 마음은 다른 마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그 무엇,
즉 불성佛性이라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것은
불성佛性을 바로 보고 아뇩다라삼보리를 증득하셨기 때문이고,
또 이 불성佛性은 아뇩다라삼보리라는
큰 깨달음을 얻어야만 바로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아뇩다라삼보리리는 다른 것이 아니라 불성佛性이요,
불성佛性을 보는 것이 바로 아뇩다라삼보리를 증득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가장 미련한 사람이 누군가를 얘기하였습니다.
동쪽인지 서쪽인지,
살기 좋은 곳인지 힘든 곳인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저승길을 떠나는 가련한 신세들이 바로 우리들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오늘 드리는 따끈따끈한 말입니다.
2024년 11월 10일 오전 07:53분에
남지읍 무상사 토굴에서 운월야인雲月野人 진각珍覺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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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오랫만인가 봅니다.
건강은 여여하십니까?
@doban79 네..그러합지요.
좋은 일들이 많이 있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