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의 줄거리는
대학 졸업 후, 그림 수복가(修復家)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 피렌체 공방에서 수복을 배우고 있는 아가타 준세이는 같은 피렌체에 사는 일본인 여자 친구 메미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는 등, 겉으로 보면 결점하나 없는 순탄한 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항상 공허함이 자리잡고 있다. 학창 시절을 모두 일본에서 보낸 홍콩 유학생 아오이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준세이는 피렌체를 찾은 친구 다카시에게서 아오이가 같은 이탈리아 땅, 멀지 않은 밀라노에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다카시가 가르쳐 준대로 밀라노를 찾아가지만, 미국인 비지니스맨과 살고있는 아오이.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준세이는 일본으로 도망친다.
준세이의 머리 속에는,
"내 서른 번째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 큐폴라에서 만나자. 약속.“
이라는 학창시절 아오이의 말이 항상 맴돌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 약속을 아오이가 기억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아오이가 아직까지 준세이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공방 동창에게서 이탈리아의 은사가 자살했다는 연락이 오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피렌체로 향했을 때 옛 친구 다카나시의 권유로 다시 피렌체에서 살기로 하는 준세이. 그리고 메미에게 이별을 고한다.
영화는 원작 소설의 등장 인물의 이미지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에 원작 설정을 많이 빼먹은 탓에 많이 아쉽다.
멜로물로는 대체로 중간 정도의 영화지만 한일 간의 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OST와 피렌체 로케이션의 힘이었다. 이것 때문에 한국 일본 여성들이 유럽 여행 갈때 무조건 포함시키는 관광지가 피렌체. 물론 두오모 꼭대기 전망대의 낙서는 덤이다.
러브레터의 줄거리는
죽은 연인의 2주기 추모식이 끝난 후, 주인공은 연인의 집에서 중학교 졸업 앨범을 발견한다.
아직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한 주인공은 이미 국도로 변해버린 연인의 옛 주소로 편지를 써 본다.
그런데 갑자기 죽은 연인에게 답장이 오고, 알고보니 옛 동네에 죽은 연인과 '동명이인'인 여자 분이 편지를 받은 것이었다.
그렇게 그 여자 분과 편지를 주고 받게 된 주인공은
여자 동창에게 중학교 시절 옛 연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과 여자 동창은 같은 배우가 연기한다.
줄거리는 대충 알고 봤음에도 이 사실은 몰랐던 거라 영화에 갑자기 흥미가 커겼다.
분명 같은 배우를 쓴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처음에 죽은 연인에게 편지가 왔을 때는 판타지 인가 싶기도 했었는데 전부 다 아니여서 결말이 너무 궁금해졌던 영화였다.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죽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 핵심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숨겨진 주된 줄거리는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우연히 편지를 전달 받은 여자 동창에게 죽은 연인의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물어보고
여자 동창은 본인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머물렀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로 전해준다.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관객도, 그리고 주인공도 깨닫는다.
죽은 연인의 첫사랑이 여자 동창이었다는 것을.
여자 동창은 처음에는 전혀 아니라고, 그냥 동명이인인 애증 관계의 친구였다고 하지만 추억을 되감을 수록 본인도 깨닫는다.
과거의 그가 본인을 좋아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침표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동창에게 우연히 전달된 중학교 시절 도서 카드에 쓰여진 '러브레터'에서 완성된다.
누군가에게는 애틋한 첫 사랑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우연히 편지를 받았던 여자 동창은 죽은 연인의 첫 사랑인 것도 모자라, 주인공은 여자 동창과 자신의 외모가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알고,
죽은 연인이 왜 자신과 빠르게 사랑에 빠졌는지 깨닫는다.
누군가에겐 잊혀진 첫사랑의 아련한 복기였겠지만,
난 반대로 주인공에게는 너무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둘만의 추억이 있기 때문에 첫 사랑의 대타로 자신을 사랑하진 않았을 거라 믿고 싶을 것 같지만,
믿음과 별개로 그런 생각은 계속 들었을 것 같다.
모든 사실을 안 후, 연인이 죽은 산을 향해 잘 지내고 있냐고 외치는 것은
아마 안부보다는 미움과 가슴 아픔이 뒤섞였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미워하는 마음을 조금 섞어서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은 후련함도 있지 않았을까?
과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우연히 잘못 전달된 편지는
여자 동창에게는 첫 사랑을 상기시키는 '러브레터'일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에게는 다른 사람과 마음 편히 함께하라고 죽은 연인이 전달해준 '러브레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생각해서라도 난 주인공의 마음이 조금 편해지길 바란다.
주인공이 눈 덮힌 산을 향해 소리친다.
”아나따와 오겡끼데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