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를 놓고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한때 지배적이였지만 지금은 그 강도가 조금 수그러들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대립중이다. 미국의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지 경기부양을 이루고 경제적 성과를 내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 지금 상황에서 고용측면 등 경제수치가 일부 긍정적인 면을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는 전문가들도 상당하다. 아직도 국내외 경제학자가운데 다수는 경제가 앞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2023년 7월 경제상황은 어떤가를 통계적인 측면에서 보고자 한다. 경제가 좋아지고 서민들의 생활에 주름살이 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제발 그렇게 되길 바라는 심정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큰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미국 노동시장의 과열 우려때문이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이 시장 전망치보다 올랐고, 실업률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만일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의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역대 최고 수준인 2%p로 벌어지게 된다.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외국인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화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한국의 금통위도 당장 얼마후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그런 금통위의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지금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아직은 동결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반기 경기 부양을 하기 위해 민생 경제를 살려야 하고 수출도 높여야 하는 시점에서 금리를 올리기가 매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 불거진 대출채권 부실로 발생한 새마을금고 위기설 그리고 그로인한 대규모 예금 인출인 뱅크런 조짐까지 발생한 것도 주요한 판단 요소로 등장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연속적으로 금리 인상을 감행할 경우 한국의 금통위가 한없이 금리를 동결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미간 금리 격차로 인해 원 달러 환율에 극심한 변동이 생기게 될 상황을 감안할 경우 한국 통화당국의 고뇌는 앞으로 더욱 깊어질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고질병같은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이와관련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는 주택 관련 가계부채의 증가가 금융 불균형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은 금통위는 부동산 PF리스크에 대해 대규모 예금 인출을 의미하는 뱅크런이 예상치 못한 속도로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해 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사전에 준비하고 시장의 과도한 불안심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통위의 이같은 조치는 최근 가계부채 규모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3분기이후 다소 줄어들고 있던 가계부채 규모가 지난 4월 이후 다시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의 자료를 보면 예금은행의 5월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2천억원 증가한 1056조 4천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수치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정부가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각종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하반기 주택담보대출이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가계부채 급등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또 다른 부채 주체인 기업부채도 마찬가지다.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기업부채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한국의 기업 부채 규모는 2천600조 원이다. 2021년 2천300조 원보다 10%정도 늘어난 것이다. IMF는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 부채와 관련해 부실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한국도 위험이 높은 국가 가운데 한 곳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 인도와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기업 부채 위험도가 높은 나라로 분류된다. 한국 기업들의 부실 위험성이 높은 것은 저금리 시기에 너도나도 대출을 크게 늘린 것 때문이며 특히 부동산과 건설에 그런 경향이 심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재정 부문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실질적 나라 살림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 수지가 45조원 규모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총수입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4조 천억원 감소한 211조 8천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총수입 감소는 국세수입과 세외수입이 모두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항목별로는 기업 실적 악화에 따라 법인세가 15조원 덜 걷혔다. 부동산 거래 감소 등으로 인해 양도 소득세와 종합 소득세 등 소득세가 8조 9천억원이 줄어들었다. 부가가치세도 4조원 정도 걷히지 못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회복가능성이 크지 않다는데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구조하에서 현 재정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이보다 더 큰 적자도 배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원자재 가격 등으로 인한 공기업 부채까지 더해지게 될 경우 세수 손실이 더욱 심화되면서 실질적 의미의 재정적자가 20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기 쉽지 않고 추경 편성을 고려한 상황을 상정하면 재정 적자가 상당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은 그다지 밝지 않다. 아니 어둡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재정당국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국내외 사정이 그다지 편하지 않다. 미중갈등의 심화는 한국 경제의 앞길을 방해하고 있으며 나라 안팎에 놓인 경제지표도 붉은색 등이 켜진지 오래다. 한국 경제 당국이 펼칠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일이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 내년 초 대만의 총통 선거, 그리고 내년 4월의 한국의 총선, 러시아 우크라 전쟁 계속 등 협치와 협조보다는 대립과 갈등을 야기할 사안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이다. 결코 쉽지 않은 나라 안팎에 움직임에 더욱 긴장된다. 제발 험한 경제 파고를 무사히 넘어 시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3년 7월 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