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면서 한 때 신문과 방송을 달군 적이 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되니까 젊은이들이 신세 타령을 늘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저가 바뀔리도 없다.
며칠전 병원에 입원을 하려니까 수저는 가져오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방역과 위생이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배 타는 친구 중에도 자기 밥그릇과 수저를 가지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나도 커피잔을 장만해서 갖고 다니려고 영국 런던 공항에서 소뼈 가루로 만든 커피잔과 잔 받침 접시를 한 세트 샀지만 나중에는 귀찮아서 방구석에 처박아 놓았다.
숟가락을 그냥 수저라고도 쓰지만 원래는 숫가락 젓가락을 합쳐서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숫가락은 삽처럼 생겨서 밥을 퍼 먹기에 알맞다. 또 젓가락은 물건을 집기에 알맞도록 돼 있다. 김치나 나물 혹은 고기를 숫가락으로 퍼 먹을 수는 없다. 숫가락보다는 젓가락이 집어 먹기에는 편리하다. 그런데 동남 아시아에 가보면 그들은 수저가 없다. 그냥 손으로 집어 먹는다. 왼손은 뒤를 보고 뒷처리하는 데 사용하고 오른손은 엄지,검지,중지 세 손가락으로 밥알을 잡고 입을 벌리고 살짝 튕겨 넣는다. 반찬도 마찬가지다.
우리처럼 밥이 찰지도도 않고 알랑미(안남미) 밥에 돼도 입으로 불면 폴폴 날린다. 우리밥 처럼 찰기가 있으면 손에 달라붙기 때문에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중국 수저는 우리와는 달라서 젓가락은 아주 길다랗고 숫가락은 쇠붙이로 만든 것이 아니고 길이가 짤막한 사기로 된 국을 떠 먹기 위한 일종의 도구이다. 중국 음식은 대개 젓가락으로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고 국물이 있는 것들은 건데길르 긴 젓가락으로 일단 먼저 건져 먹고 나중에 국물은 그릇을 들고 마신다. 숫가락이 별로 필요가 없다.
일본도 우리와 같이 수저를 사용하지만 밥을 먹을 때도 숫가락보다는 젓가락을 주로 쓴다. 또 스시와 같이 먹기 좋도록 장만해 둔 것은 숫가락보다는 젓가락으로 집는 것이 편하다. 숫가락은 우리와 같이 생긴 것이 아니라 국물 퍼 먹기용으로 중국 숫가락 비슷하게 생겼다. 아마도 중국 숫가락 영향을 받은듯 하다.
서양에도 나이프와 포크가 있고 스푼이 있다. 서양에선 빵과 고기를 주 메뉴로 하므로 빵을 먹을 때는 그냥 손으로 뜯어 먹는다.
스프를 먹을 때는 스푼을 사용하는 데 우리 숫가락보다 크고 깊다. 우리가 볼 때는 삽이나 다름없다.
요즘 한류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녀봐도 음식문화는 우리가 제일 양반이 아닌가 생각된다.
수저도 사용하기에 제일 편한 적당한 길이로 돼 있고, 좀 사는 집에서는금수저나 은수저를 사용하고 못사는 집에서도 놋쇠나 스텐으로 만든 수저는 사용한다. 흙수저라는 말은 괜히 지어낸 말이고, 시골에서 소풍갈 때 도시락에 젓가락을 잊어먹고 챙겨 넣지 않았을 때는 산에 있는 싸리나무나 진달래 가지를 꺾어서 두 개 나란히 길이만 맞추면 훌륭한 젓가락이 되었다. 흙수저가 아니라 나무 젓가락이라 해야 옳다. 나도 나무 젓가락 출신이다. 나무 젓가락이었지만 여태까지 금수저를 부러워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