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가는 법
익숙해질리가 없다. 혼자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떨어져서 살기는 했지만 그 때도 혼자라는 생각을 하며
살지는 않았다. 늘 지켜야 하고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외로움을 탓을지는 몰라도 우울하지는 않았다. 철이들어서 가정을 꾸린 이후에 오로지
나의 삶은 가정을 지켜가고 탈없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살아왔다. 내 반평생이 그랬다.
너를 보낸지 오늘이 75일째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고 지냈는지 돌아보니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저 막막함과 허전함으로 긴 한숨과 침묵속에서
시간을 지워가며 살았다고만 말할 수가 있는 것 같다. 주말이면 저절로 네가 쉬고 있는 추모공원에 발이가고 멍하니 봉안함 앞에 세워놓은 너의
사진을 바라보다 돌아나와서 담배 한대 피우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갈 때마다 이제는 자주 오지않을거라고 말을 하고 나오지만 그건 단지
말뿐 다시 주말이 오면 어김없이 너에게로 향해가고 있는 나를 막을 수가 없다.
책장을 정리하다 이 많은 책들을 버리기가 아깝기도 하고
그대로 두기엔 네 손떼도 뭍어 있을 책들이 자꾸 눈에 띠면 마음이 찟어질듯 아파서 주섬주섬 챙겨서 알라딘중고서점에 갔다. 모든 책들을 함께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읽고 나면 니가 읽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던 기억이 나서 책을 매입하는 매대에 책을 차곡차곡 올려놓으면서도 다시 가져올까
주춤거리기도 했다. 50권을 넘겼는데도 달랑 5만원권 3장이 손에 쥐어지더군. 아직도 책장엔 수북하게 책이 꽂혀 있지만 그 마저 처리할 수는
없어서 골라나온 책들의 가격이 참으로 어이가 없지만 필요한 사람들이 읽는 것이 좋을듯해 책을 넘기고 뒤돌아 나왔다.
겨울의 찬바람이
도심의 건물들 사이를 질주하고 나는 어깨를 움추리고 쓸쓸히 추억 하나를 지웠다는 아쉬움을 간직하고 너에게로 향했다. 가만히 손바닥을 웃고 있는
너의 얼굴 사진 앞에 대고 한참을 서 있다 나와서 집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져서 수통골의 커피숍에 와 앉아서 너를 되새김을 한다.
언제쯤이나
혼자 살아가는 법을 깨닫고 익숙해질 수 있을까. 혼자라는 것도 즐기면 즐길 수 있는 삶의 한 형태라는 것을 알아갈 수 있을까. 아직은 너무 빠른
생각일까. 그렇다고 생각이 든다. 백일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고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러다 문득 네가 희미해질 수도
있겠지.
시간이 날때마다 한무더기씩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오늘은 책 한무더기 정리했으니 다른 것은 다음으로 미룰련다. 한꺼번에
무리를 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풍부한 시간뿐이다. 한번에 한가지씩 버리다 보면 많은 것들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미니멀한 삶을 살아야겠다. 서랍과 수납장을 열어볼 때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쌓아놓으면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쓸 필요가
없는 것들은 다 비워내야겠다.
혼자 지내기엔 40평 아파트는 너무 넓다. 작은 집으로 이사도 해야겠다. 그때가 되면 나에겐 이제 필요하지
않은 가구들도 버리고 입지않고 방치한 옷들도 버리고 혼자 지내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만 지니고 살아야겠다. 니가 가고 난 이후 나에게 주어져 있는
세상이 쓸데없이 너무 넓다. 시간도 지나치게 길고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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