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팬들은 어렴풋이 기억하시겠지만 김성한 전 기아 감독은 해태 시절 말년에 김응룡 감독하고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죠.
김 전 감독이 늘 버릇처럼 얘기하던 게 우리나라 최초로 40세까지 현역선수로 뛰겠다는 말이었는데요.
당시 김응룡 감독이 막아섰죠. 김 전 감독이 반발해서 쌍방울로 트레이드해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김 전 감독은 그동안 공헌을 생각해서 기량은 떨어지고 힘은 떨어졌어도 배려해줘도 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었을테고, 김응룡 감독은 '널 쓰느니 신인을 키우겠다'는 입장이었겠죠.
예전 인터뷰를 보면 김 전 감독이 그래서 오기가 생겨 구걸하느니 차라리 나가겠다면서 기분 나쁘게 은퇴했다고 합니다.
감독도 결국 김응룡 감독이 삼성으로 하고 기아가 인수한 뒤에야 할 수 있었죠.
이순철 기아 수석 코치도 알고 보면 김응룡 감독과 좋은 관계만 맺은 것은 아닙니다.
해태 팬들에는 유명한 하와이 항명사건이 있었죠.
당시 야수 고참선수인 이순철이 코치와 주먹다짐을 벌였습니다.
옆에서 친구 놈이 당시가 96년 초라고 하네요.
경위를 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때 특히 해태는 코치들이 감독 묵인 아래 신인급 선수들에게 몽둥이 세례를 퍼붓는 일이 허다했고 고참급도 강압적으로 대했던 시절이고 보면, 결국 선수들이 폭발한 것이죠.
이미 전성기를 지난 이순철은 그해와 그 다음해에도 성적이 나빴고, 다음해 한국시리즈 엔트리 명단 제외 후 시즌 후 방출됐습니다.
이해 해태가 우승을 했지만 이순철 방출로 팬들 사이에서 비난이 일어 하와이 항명사건도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방출 당시 타격은 안 됐지만 견고한 수비에 주루도 괜찮았고, 베테랑답게 결정적일 때 한방씩 터뜨리는 이순철을 팬들이 좋아했었죠.
또 97년 때 통산 도루 신기록도 세우고, 해태에서 8번 우승을 함께 했는데도 방출시켰으니 오죽 해겠습니다.
이순철은 이듬해 삼성으로 이적하지만 별 임팩트 없이 은퇴합니다.
그리고 지도자로 변신해 삼성 2군 코치로 재직하고 1년이 지난 2000년 김응룡 감독이 삼성으로 오면서 다시 계약해재를 당했죠.
이순철 코치가 처세술이 좋다고 하네요.
김응룡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 고문을 마치고 건강문제로 제주도에서 요양할 때 마침 야인이던 이순철 감독이 자주 찾아가 돈독함을 쌓았다고 하네요.
이순철 코치에 비해 김성한 전 감독이 김응룡 감독과 화해했다는 말은 아직 들으보지 못했어요.
과연 김응룡 감독이 부를지, 그리고 김성한 전 감독이 과거 서운함을 털고 같이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