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뿐 날 좋은 날
추석 전전 날, 9월 27일 새벽 3시경,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버릇대로 요의를 느껴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다.
전날까지 궁금해하던 뉴스, 이재명에 대한 사법부의 체포영장 실질 심사 결과가 궁금하여 TV를 틀었다.
" 영장 기각"이란 자막이 뜬다. 소름이 돋도록 분노가 치민다. 대체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영장 기각 이후의 역풍이 얼마나 크게 그리고 또 얼마나 오랫동안 대한민국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갈 것인가?
" 영장 기각"이란 판결을 내린 작자는 과연 어떤 인간인가? 그 후 새벽잠은 설치고 뜬 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우울한 상념에만 젖어있을 수만은 없다. 오늘은 17 당구 동호회의 9월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준비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 우선 확인된 참석자 명단 작성, 조 편성을 위한 추첨권 작성, 대진표 작성, 입상자 상품권 봉함
간식용 과자와 용기준비, 카메라의 배터리 점검, 마지막 단계로 테이블 배정에 대한 확인과 대진표 작성을
확정하여야 한다.
오늘 참가 인원은 모두 8명, 4명씩 2 테이블로 경기를 치를 수도 있으나, 경기 진행이 너무 지루한 감이 있어
3, 3, 2, 로 3 테이블로 경기를 진행하는 방안이 경비가 더 들더라도 보다 다이내믹하고 흥미로울 수 있다
9월 27일(수) 오후 2시, 교대역 다빈치 당구장에 이미 참가자 8 명 전원이 도착했다. 평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참가자는 8 명, 입상자는 1등 1명, 2등 2명, 3등 3명 합계 6명이다. 어느 때 보다도 입상
확률이 높다. 8명 중 6명 입상이면 입상 확률은 75%, 2명만 제외하고 6명이 행운아가 될 수 있는 기회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이번 기회만은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임을 누구나 다짐하고 있다.
기념 촬영 후 진행자의 모두 발언이 있었다
" 오늘 행사에는 참가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 한 동기인 유종묵 회장께서 평소 17 당구회가
동기 동호회중 가장 모범적이고 알뜰하게 운영이 되고 있어 당구 회원들과 식사를 같이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경기 후 유종묵
회장께서 여러분을 만찬장에 초대를 했습니다. 만찬장은 근처에 있는 참치 전문 회집으로 예약
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박수, 박수 짝! 짝! 짝!
조 추첨 결과
1 조 김광조 오정일 조건일
2 조 권영부 배정운 유평일
3 조 임종홍 심명기
경기 시작 2시간 15분 만인 4 시 15분, 예선전의 결과가 나왔다
1 조 1등 김광조 2등 조건일 3등 오정일
2 조 1등 배정운 2등 권영부 3등 육평일
3 조 승자 임종홍 패자 심명기
따라서 결승 진출자 김광조 배정운 임종홍 선수 3인의 숨 막히는 결승전이 2시간여
계속되었다. 결승전답게 3인의 각축은 실로 관중들로 하여금 땀을 쥐게 하는 혼전의
영속이었다. 3 선수 모두 동시에 마지막 단계인 3 쿠션에 도달, 공타를 거듭하며 마음을
조렸다. 평소라면 눈감고 칠 수 있는 공도 좀처럼 성공시키지 못한다. 긴장 탓이다.
공회전 10 여회 순회한 후 어렵사리 김광조 선수가 3 쿠션에 성공, 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 배정운 선수와 임종홍 선수의 대결도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시 10 여차레
공타를 거듭한 후 임종홍 선수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패자 부활 2위전, 권영부 선수와 조건일 선수의 대결에서는 권영부 선수가 일찌감치 승리
하여 공동 2위에 입상, 패자 부활 3위전에서는 오정일 심명기 육평일 대결에서 오정일
선수와 심명기 선수가 승리하여 공동 3위에 입상, 오늘의 휘날레를 장식했다.
오늘의 총 정리
우 승 김광조 공동 2위 임종홍/권영부 공동 3위 배정운/오정일/심명기
대회가 끝날 무렵, 중식 선약으로 대회 불참했던 황현우 회원과 오늘의 초대 손님인
유종묵 회장께서 당구장에 도착, 회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시상식 후 각자 참가상인 호밀 과자 한 팩씩 지참, 참치 횟집으로 이동, 대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젖어든다. 푸짐하게 올라오는 진수성찬은 모두의 입맛을 돗구고
건네는 술잔마다 웃음과 덕담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실로 추석 명절 전야제가 된 기분이다
오늘 이 자리, 60년을 같이 한 학우들의 모임, 어느 누가 이모임의 의미를 쉽게 정의할 수
있을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어지는 대화 속에 아쉬운 여운만을 남기고 작별, 어느덧
시계는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