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직원 1.5만에 임원 1.3만 명, 비효율 덩어리 새마을금고
입력 2023-07-07 00:15업데이트 2023-07-07 03:56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남동 새마을금고 경희궁지점에서 관계자들이 ‘새마을금고에 맡기신 예적금 안전하게 보호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붙히고 있다. 사진=김동주 기자
한국 금융시장의 ‘약한 고리’로 꼽혀온 새마을금고의 일부 지점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나타났다. 부동산 대출 부실로 경영이 어려워진 새마을금고가 다른 금고에 합병된다는 소식에 예금주들이 돈을 찾으려고 몰려들었다. 정부가 “합병 후에도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국 1294개 금고의 임직원 2만8891명 중 임원만 1만3689명인 기형적 조직 구조도 도마에 올랐다.
새마을금고가 다른 금고와 합병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커진 건 고객들이 이를 대출 부실이 심각하다는 신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낮은 건설·부동산 개발사업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줬다가 원리금을 떼인 금고가 적지 않다. 작년 말 3%대였던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최근 6%를 넘겼고, 일부 금고는 20∼30%로 치솟았다고 한다.
당장 정부의 느슨한 대처가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독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연체율이 급증하자 이달 4일 특별검사·점검 강화, 부동산·건설 대출 비중 50%로 제한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다음 날 일부 금고에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이틀 만에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을 총동원한 대응단을 꾸려야 했다. 선제·압도적 조치로 위기의 싹을 조기에 도려내야 한다는 금융위기 기본 대처법에 맞지 않는 굼뜬 대응이었다.
총 자산 규모 284조 원, 거래 고객 2260만 명으로 5대 시중은행과 동급인 새마을금고 감독을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대부분 맡겨둔 것도 문제다.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가 벌어진 뒤 PF 대출발(發) 위기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도 새마을금고는 연체율 등 기본적인 정보마저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담당 행안부 인력이 10여 명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금융 전문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금융협동조합에서 출발해 지역경제의 근간이 됐던 새마을금고가 불투명한 지배구조, 건전성 감독 실패로 인해 금융위기의 뇌관이 돼 가고 있다. 임직원의 47%가 임원인 조직에 기민하고 효율적인 위기 대처를 기대하긴 어렵다. 정부는 이 위기가 다른 금융부문으로 번질 위험을 차단하는 한편 새마을금고의 전체 시스템을 밑바닥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