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다른가 생각해봅니다. 사람은 같은데 역할은 각각 다릅니다. 그런데 보여주고자 하는 특기는 비슷합니다. 물론 관객이 배우에게서 기대하는 효과도 거기서 거깁니다. 이야기는 좀 다르지만 역할이 비슷하니 이야기까지 거기서 거기 아니겠느냐 하는 선입관이 생길 수 있습니다. 흥행에 단점이 될 수 있겠지요. 배우 본인도 잘 알고 있다 합니다. 그래서 그 때마다 조금 다른 면들을 부각시키려 하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구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관객이 배우에게서 바라는 역할이 거의 고정되어 있으니 크게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사실은 그게 고민일 것입니다. 자주 보면 식상할 테니 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거든요.
일단 여러 편이 줄줄이 나왔지만 다른 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제일 강하게 관객을 몰두시키고 흥행시켰던 영화는 바로 '범죄도시'입니다. 속된 말로 끝내주었습니다. 본 사람은 누구나 느꼈을 것입니다. 속이 다 시원하고 후련함을 말입니다. 물론 그만큼 그 반대편에 있던 악인의 역할을 대단히 잘 소화했다는 의미도 됩니다. 우리 모두 치를 떨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그가 쓰러지기를 간절히 갈망하고 게다가 그냥 쓰러져서는 안 됩니다. 아주 멋있게(?) 끝장나야 합니다. 그 영화에서는 이 역할을 십분 맞춰주었던 것이지요. 영화관을 나오면서 2018 여름 날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이처럼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영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전에 '부산행'이라는 영화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확실한 명함입니다.
비슷한 범죄 영화이지만 '원더풀 고스트'나 '이웃 사람들'이 있는데 기대했던 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흥행에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번 '성난 황소'가 그래도 좀 낫기는 합니다. 그러나 역시 '범죄 도시'만한 핵주먹 액션에는 못 미칩니다. 악인의 역할도 다소 미흡하지요. 하기는 잘 하였습니다. 단지 강도가 좀 약하다 싶습니다. 무더위 끝 무렵에 산들바람 맞는 기분 정도라고나 할까요. 다소 부족하기는 해도 그런 대로 무난하다 생각합니다. 앞의 두 작품이 좀 맹맹해서 말이지요. 형사도 아니고 일반 시민으로써 그만한 활동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니 역할로서는 만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소곳하던 암소가 어떻게 성난 황소로 변해야 하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앞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고생하는 아내에게 멋지게 보답하려고 아내 몰래 한 건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그만 사고로 그 좋은 날이 지연되지요. 사실을 알게 된 아내가 펄쩍 뛸 수밖에 없습니다. 티격태격하며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 대기 중 뒷차에 추돌당합니다. 물론 전방 주시를 하지 않던 뒷차의 잘못입니다. 그런데 그 차에는 범죄자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돈으로 무마하고 지나가려 합니다. 그런데 곧이곧대로 살려는 '동철'이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아내 '지수'까지 나와서 거듭니다. 그러자 사태가 조금 복잡해집니다. 일단 마무리는 되지만 찝찝합니다.
너무 무섭게 사내가 해결되고 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런데 바로 거기서 악당의 두목이 지수를 눈도장 찍어둔 것입니다. 그리고 기회를 보아 납치합니다. 인신 매매범. 이들에게는 사람이 물건일 뿐입니다. 상인은 통상 자기가 사온 값에 이를 붙여서 판매합니다. 납치가 아니라 남의 아내를 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돈을 보내지요. 통상 생각하는 납치가 아닙니다. 기발한 생각이라 여겨집니다. 실제로는 이런 일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그렇게 꾸몄습니다. 남모르게 납치해서 공짜로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고 보호자나 확실한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렇게 거래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 악당의 하는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힙니다. 돈뭉치를 본 후에는 찾는 남편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원하던 돈이 눈앞에 생기면 아내도 팔아넘긴다는 뜻입니다. 세상에! 좀 과장되기는 했지만 생각해봐야지요.
실종신고를 합니다. 제발 찾아달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러나 경찰서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이틀 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는 듯하여 답답한 마음에 경찰서로 찾아갑니다. 진정시키는 경찰관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돌아나오며 게시판에 붙어있는 실종자를 찾는 홍보지들을 봅니다. 한두 사람이 아니지요. 깨달았습니다. 경찰의 수사를 기다렸다가는 부지하세월이 되겠구나. 원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사정도 어쩔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직접 나섭니다. 단짝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단서를 찾아 하나 둘 찾아갑니다. 참, 이게 우리의 현실인가 싶습니다. 경찰을 탓할 수만도 없지요. 업무량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우리 자신 정말 이런 일은 절대로 당해서는 안 됩니다.
실종 납치,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식이 어느 날 없어진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집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죽어서 이별한다면 상처를 지우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잃어버렸다 싶으면 이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습니다. 살아있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일 제쳐두고 전국을 헤매는 것이지요. 생각만 해도 아픕니다. 실종, 납치 -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일단 영화는 해피엔딩이어서 마음 편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성난 황소'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