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 보고 나서 곱씹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가 꼭 이어지는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생활을 돌아봅니다. 아침 일어나서 집에서 아침을 지내고 옷 차려입고 나갑니다. 물론 대부분 목적이 있고 가는 곳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요.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점심을 먹고, 어디 가서 다시 누구와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업상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단순히 친구 만나서 잡담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대단한 일을 만드는 경우보다는 어쩌면 그렁저렁 지나는 하루가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도 있을까요? 선배라고 하지만 대단한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동네 살면서 나이가 앞서서 선배라고 하는 사람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노총각이 장가는 가지 않았으나 선배의 아내는 눈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마침(?) 이혼하고 혼자가 되었습니다. 함께 여행이나 잠깐 하지요, 제의를 했는데 선뜻(?) 응대해줍니다. 그래서 택한 곳이 군산입니다. 물론 시를 쓴다는 노총각 ‘윤영’의 연고지입니다. ‘언젠가 와본 곳’이라고 혼잣말처럼 하고 있지만 기억은 가물가물할 것입니다. 그렇게 민박집을 찾아서 며칠 거처를 삼습니다. 부부는 아니지만 연인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 연인도 아닙니다. 한 방을 쓰자니 그렇고 결국 따로 방을 사용합니다.
점심을 먹으려 조그만 음식점에 들어갑니다. 시중 들어주는 주인아주머니가 보기에도 고매합니다. 이런 음식점 하실 분 같지를 않습니다. 그런데 칭찬이 듣기 좋았는지 막걸리가 서비스로 나옵니다. 손수 담근 것이랍니다. 합석도 합니다. 민박집을 소개 받아 찾아갑니다. 손님도 가려서 받는다나요? 이것도 합격을 해야 하나? 암튼 다행히 주인 눈에 든 모양입니다. 눈빛이 이상하여 미리 말해줍니다. 우리 그런 사이 아닙니다. 일단 한 방으로 안내를 받았지만 아무래도 거북스럽지요. 그래서 형수님(?)이 나가서 방 하나를 더 얻습니다. 이게 서로 편하지? 글쎄, 편한 것인지 아니면 바라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일본식 주택입니다. 정원이 있고 오밀조밀 방들이 나란히 있습니다. 마당을 앞에 두고 마루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쪼일 수도 있습니다. 지붕으로 올라가 바깥세상을 내다볼 수도 있습니다. 이 주인 아저씨 사진 찍는 취미가 있는 듯합니다. 작품 같은 사진들이 걸려있고 사진 현상하는 암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집안 내부를 관찰하는 CCTV 감시방도 있습니다. 손님이 찾아오면 방안에서 현관을 봅니다. 받아줄 만한 손님인지 확인하는 모양입니다. 정작 일본 관광객은 받지를 않습니다. 꽤나 좋아할 텐데 말이지요. 그런데 ‘송현’은 오히려 이 사진 찍는 아저씨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합니다. 함께 국수도 먹고 바다도 구경 나갑니다.
그런데 정작 이 주인아저씨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모양이지요. 이 아저씨에게는 그림자처럼 드나드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자폐라고는 하는데 나름 의식은 다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찾아온 남자, 윤영에게 관심이 갑니다. 그만한 나이가 되기는 했습니다. 아저씨가 송현에게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다투다 돌발적인 사고로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었답니다. 어린 딸이 그 모든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충격을 짐작합니다. 남편도 딸도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 틀림없습니다. 딸은 침묵 속에 잠기고 아저씨는 사진으로 풍경 속에 묻힙니다. 같이 바닷가에 나와 여기저기 사진을 찍습니다. 왜 사람은 안 찍어요?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 때문일까요?
송현은 왜 이혼을 했을까 생각해봅니다. 남편에게 더 젊은 여자가 생긴 것이 탄로 났을까요? 어느 날 송현은 윤영과 찻집에 들어갑니다. 젊고 예쁜 여성 바리스타가 손님을 맞습니다. 그런데 송현이 이것 시켰다가 나오니까 다른 것으로 바꾸자고 합니다. 탁자에 다 차렸는데 이번에는 자리를 옮겨도 되느냐고 청합니다. 짜증이 나도 손님인 걸 어쩝니까? 그런데 이 두 여자 서로 아는 사이일까요? 마침 남자가 들어옵니다. 가까이 있던 윤영이 반갑게 인사합니다. 어, 선배님! 안녕하세요? 선배는 바리스타에게 다가가 돕습니다. 송현이 씩 웃으며 밖으로 나갑니다. 윤영이 따라 나갑니다. 남자가 세워둔 스쿠터 오토바이를 힐끔 보더니 발로 찹니다. 한 번, 두 번 계속 차더니 옆에 달린 거울을 꺾어 버립니다. 윤영이 보면서도 어쩌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그냥 가지요. 거 참!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한 번은 윤영과 송현이 술자리에 선배라는 전 남편이 동석합니다. 잘 나가다 윤영이 버럭 소리칩니다. 전 남편이 자꾸 송현의 어깨를 팔로 두르잖아요. 더 이상 만지지 마! 우리 얼마나 많이 서로 만지며 살았는지 알아? 송현이 남편에게 감싸이며 한 그 말이 듣기 싫었던 것일까요? 며칠 지나면 또 윤영과 송현이 나란히 데이트(?)를 합니다. 이 두 사람 언제까지 이런 ‘썸’을 타며 지낼까요? 모를 일이지요. 다시 생각해봅니다. 무슨 얘기지? 무슨 얘기는? 그냥 사는 이야기지.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생각납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르지요. 다소 유머가 있고 침묵의 여유가 있습니다. 인생이 꼭 의미를 만들어내야 할까요? 사는 것이 의미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가 곧 인생입니다. 영화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