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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보빵 ♧
(우리는 가끔 여리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게서 겸손함을 배운다!~~)
옷을 벗기도 전에 곰보빵을 한개 들고 앉았다. 나는 곰보빵을 먹어도 겉에 있는 울퉁불퉁하고 바삭한 곰보를 좋아한다. 순식간에 곰보빵 한개를 먹어치우고 두 개째 집어 드는데 울룩불룩한 곰보빵 위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명희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명희는 아직도 곰보빵을 싫어할까? 명희는 이웃에 살던 중학교 동창이다. 단짝 친구였던 명희와 같이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곰보빵을 한 입 베어 무는데 갑자기 그녀의 팔이 번쩍 들렸다.
입에 대지도 않은 빵을 학교 뒤 담 너머로 던지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명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명희는 얼굴이 얽었다. 그때만 해도 주변의 명희처럼 얼굴이 얽은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명희는 마마자국이 꽤 큰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명희는 제지공장에서 일했다. 수년이 넘게 다닌 공장에서도 인정받고 돈도 제법 많이 모았다는 명희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꼭 촌스러운 곰보빵이 세련된 모카 빵으로 변하는 것처럼 화장이 짙어지고 머리 스타일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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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명희가 같은 공장에서 사무보는 남자와 사귄다고 했다. 남자는 고등학교를 나오고 키도 크고 인물도 훤하다고 했다. 보기엔 거칠고 투박해도 먹어보면 그 맛에 중독되는 곰보빵처럼 생활력 강하고 착한 명희의 심성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시집가서 이듬해에 바로 아들을 낳았다는 소린 들었는데 몇 년 전 친정에 다니러 가니 명희가 이혼당하고 혼자 산다고 했다. 남편한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혼의 아픔으로 갈팡질팡하던 명희가 다시 삶에 끈을 부여잡았다.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했던 공부를 시작해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고 늦깍이 공무원이 되었다.
내가 곰보빵을 맛본 지 4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빵을 대하는 마음이 편안한 것처럼 명희를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것은 바로 노릇노릇하고 구수한 곰보빵처럼 명희한테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수더분함 때문이리라.
가끔 여리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게서 겸손함을 배울 때가 있다. 어린 마음에 곰보작국이 얼마나 가슴에 맺혔으면 빵을 집어 던졌을까.
그런 그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던 내가 부끄럽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열심이 삶의 능선을 오르내리고 있을 명희가 몹시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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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 〓 〓 〓 〓 〓 〓 〓 〓 〓 〓 〓 〓 작가:박종희 / 국가유공자인 시부모님과 아버님을 모시고 살아왔다. 2000년 월간문학세계 시인상으로 등단한 그는 세종시에 거주하며 수필창작 강사 등으로 이웃의 글쓰기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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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 눈물 감동글방 가족님~~
장맛비 내리는 목요일 아침이
밝아옵니다~~
장마로 인한 굽굽한 마음
우리가 안고 간다면..
곰팡내 나는 향기만 있을것입니다!~~
잔뜩 흐리고 비내리는 오늘이지만
마음을 활짝 열고
햇살을 받아 안는 기쁜 마음으로
오늘 하루 시작하시고
출근길 안전운전 하시고 빗길 조심하여
무탈한 하루가 될수 있게 마음의 여유로움
잊지마시고 일상에서 좋은일 많이
만드시고 기쁨누리시길 바랍니다~~ㅎ..^*^
곰보빵 하면 생각이 많이 납니다 좋은글에 머물다 갑니다 언제나 감사 합니다 여긴 비가 안오고 흐린 날씨네요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지금 여기서울에는 비가 내리는데
어디에 사시길래 비가 안내릴까요~~ㅎ..
오늘 제과점에 들려 못생겨도 맛있는
곰보빵 사셔드세요~~♡
참 잔인한 표현을 하는 민족입니다
다른 이름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닮지도 앓은
곰보빵이라 했을가
악어 빵이 딱이지만
아마 악어를 몰랏을가
많은 천연두를 앓고난 분들에 가슴을 쓸어내린
곰보빵
저도 위에 계란과 우유 설탕으로 구어진 겉 부분 부터 애껴서 먹기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전하는 글 가슴이 찡합니다
곰보빵.
보기보다 맛이 구수하여 한없이 구미가 땡기더군요.
오늘 장마라 비가 좀 올 줄 알았더만,
거의 마른 장마라해도 되겠어요.
서울의 금년 여름은 아직까지는 좋네요.
^*^ 이사람이 좋아하는걸 어찌 아시고 ~~~~^*^.
이사람은 단팥빵.식빵.
곰보빵만 먹거든요 ^*^.
두며느리가 집에 올때면
빠트리지않고 준비해오는게
캔맥주 . 단팥빵 .곰보빵 이람니다~~~~~~~~^*^
어린시절 생각이 나네요
리어커에 국민학교 급식용
강냉이빵을 잔뜩싵고 오르막을 오르는
아저씨 뒤를 밀어 드리고
강냉이 빵한개를 얻어내고 즐거워 하던 시절 ^*^.
오늘점심은 곰보빵으로 만찬 ? ^*^.
오늘도 멋진날
즐거운 하루 되세요~~~~~^*^.
도봉산 끝자락에서 길록.
저도 사실은 곰보빵 너무 좋아 하는데
이글을 읽고 보니 마음이 아림니다
내동창눔 하나도 마마를 잘못 알아
얼굴이 곰보빵 처럼 얼킨 친구가
있었는데 늘 얼굴에 그늘이 지었지요
어떤 친구는 망다툼 하다가 불리하면
그친구의 약점을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무심하게 던진 말한마디가 너무 큰상처인걸
당시에는 너무 모른듯 합니다
이친구는 거의 다나오는
동창모임도 안나옵니다
들리는 말에는 식당이 잘되고 큰딸이
초등교사가 됬다는 소식만 들림니다
한번 만나서 막걸리 한잔 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서로 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람 냄새 나는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