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史 산책] 스파이라 불린 그녀들: 세기를 수놓은 여성 스파이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위험천만한 첩보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들, 그들 중에는 남성 못지 않게 많은 여성 스파이들이 있었다.
더욱 이들은 화려한 미모, 혹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치밀함으로 첩보사를 한결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들의 이야기는 '기밀''극비' 등의 이유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전설로만 전해져 왔다. 이들의 은밀한 활약을 잠시 소개해 본다.
에이미 소프(Amy Thorpe)
여성 스파이 가운데 첫 손에 꼽을 만한 인물은 단연 에이미 소프다. 미국인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주로
영국의 MI6를 위해 활약했고, 미 전략사무국(OSS)이 창설돼 합동작전에도 참여했다.
늘씬한 몸매에 신비로운 황갈색 머리결 등 화려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 첩보전에 대한 희열과 열정으로 무장하고
전장의 배후를 누볐다.
폴란드가 풀기 시작한 에니그마의 비밀을 손에 넣었고,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 비씨정부에 침투해 해군 암호를
빼내며 연합군 승리에 기여했다.
미모와 활약, 공헌에 비춰 첩보사 최고의 여성 스파이로, 사실상의 진짜 '마타하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가레타 젤러(Margaretha Zelle)
다음은 마가레타 젤러라는 여성 스파이다. 보통은 '마타하리'로 알려져 있어 20세기 여성 스파이 중에는 가장 유명하다.
본래는 무희 출신으로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이중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타하리는 알려진 것과 달리 많은 전문가들이 그녀의 실제 첩보활동은 대단히 미미했고, 저급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여성 스파이의 대명사가 됐을까? 그것은 성(性)을 앞세워 잠시라도 활동했던 것이 일반에 강하게
각인 된데다 사후 대중문화를 통해 재탄생 하면서 '전설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탓이다.
그렇다고 해도 마가레타 젤러, 즉 마타하리는 20세기 여성 스파이를 대표하는 이름임은 분명하다.
낸시 웨이크(Nancy Wake)
20세기를 대표한 또 한명의 여성 스파이로는 낸시 웨이크를 들 수 있다.
뉴질랜드 출신인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영국의 비밀조직인 특수작전집행부(SOE)에 소속돼 활약한 게릴라 겸 스파이다.
활동기간 게슈타포의 최우선 지명수배자였지만 신출귀몰한 도주 솜씨로 위기를 벗어났고, 초인적이고 헌신적인
활약으로 연합군 승리에 일조했다.
탁월한 미모에 전직 기자에도 불구하고 종횡무진 전장을 누빈 '블루칼라형(Blue Collar)'형 스파이라는 점에서
다른 여성 스파이들과도 구별된다.
루스 쿠친스키(Ruth Kuczynski)
이번에는 동구권의 대표 여성 스파이를 소개한다. 바로 독일 출신의 루스 쿠친스키다.
마르크스주의로 무장하고 중국 공산당의 지하 조직에서 활동하다, 소련 군정보기관인 GRU의 눈에 띄어 스파이로 포섭됐다.
쿠친스키는 중국에 이어 전쟁 기간 서유럽에 침투해 '붉은 오케스트라'라는 스파이 망의 일원으로 맹활약했다.
영국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원자폭탄 스파이로 알려진 클라우스 푹스(Klaus Fuchs)의 핵심 접선책으로 핵무기
기술을 소련으로 빼돌리는데 공헌했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후에 '스탈린의 최고 여성 스파이'라는 칭송을 듣게 된다.
■ 이외에도 역사의 배후에서 20세기를 화려하게 수놓은 스파이는 수없이 많다. 전설로 전해지는 그들의 은밀한
이야기는 <세기의 스파이>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세기의 스파이, 저자 박상민, 출판 좋은땅, 발매 2022.10.15.
■ 또한 세계 스파이들이 막후에서 벌인 1백 년간의 비밀전쟁은 <세기의 첩보전: 스파이 전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기의 첩보전, 저자 박상민, 출판 좋은땅, 발매 2019.11.18.
출처: 박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