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의 국가 지정 공휴일인 광복절이다.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박에 시달리다가 1945년 8월15일에 해방된 것을 기리는 날인 동시에 해방 후 3년간의 미군정시대를 마감하고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는 헌법 전문에서도 대한민국은 3 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여 건국하였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완벽한 광복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대략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일 정산은 미해결 숙제로 남아 있는 이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며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끈임 없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사실 광복절이라는 명칭은 처음부터 그렇게 불렸던 것은 아니었다. 1945년 광복 이후 1949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그냥 8 15라고 하기도 하고, 해방 1주년, 해방기념일, 독립 3주년 등으로 불리었다. 광복절이라는 명칭은 1949년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에 비로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만 하더라도 4대 국경일의 명칭을 3ㆍ1절, 헌법공포일, 독립기념일, 개천절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헌법 공포일을 제헌절로, 독립기념일은 광복절로 명칭을 수정의결 하였으며 수정된 법안은 같은 해 9월 21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다. 우선 국경일에 굳이 광복절과 같이 절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었다. 일부 의원들은 일본왕의 생일을 천장절이라고 하는데 이를 따를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는가 하면, 다른 의원은 절이라는 것은 한자문화권에서 나라의 경축일에 사용하는 용어이고 역대 중국 황제들의 생일을 만수절이라고 하는 등 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왔으므로 문제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한편으로는 국경일이라고 하면서 명칭에 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으므로 3 1기념일, 제헌일, 광복일, 개천일이라고 명명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같이 광복절이라는 명칭이 정해지기까지 많은 논의를 거쳤음을 알 수 있다.
8월 15일의 명칭에 대하여 지금은 공식명칭이 광복절로 되어 있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1949년 정부에서 처음으로 “국경일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때에는 광복절의 명칭이 독립기념일로 되어 있었다. 북한에서는 조국해방기념일이라 하여 해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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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ㆍ독립ㆍ해방이라는 말은 1945. 8. 15 이전에도 혼용되어 쓰이고 있었고 현재도 일상생활이나 학술논문 등에서 혼용되고 있다.
이러한 용어 사용에 대하여 광복ㆍ독립ㆍ해방이라는 용어는 그 의미가 명백히 다르므로 광복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며, 독립기념관 또는 조국해방기념일과 같이 독립 또는 해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되었으므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명지대 진태하 교수 등의 주장에 의하면 독립이란 용어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것과 같이 신생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처음으로 자립하게 되는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며, 광복이란 용어는 종전에 독립국이었던 나라가 일시 주권을 강탈당하였다가 끈질긴 항거로 되찾은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따라서 유구한 독립국이던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35년간 주권을 일시 강탈당했다가 다시 찾은 것은 광복이라고 해야지 독립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광복이란 말은 일제침략에 대하여 항거(抗拒)의 역사가 강조되는 말이지만 독립이란 말은 예속(隸屬)의 역사가 전제되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독립기념관이라는 명칭은 일제하 예속의 역사를 우리 스스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므로 부당하며, 독립기념관은 이를 광복기념관으로 하든지 민족성전(民族聖殿)으로 그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북한의 조국해방기념일과 같이 해방이라고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해방은 타동사로서 해방되다 또는 해방된 날 하면 능동의 의미보다 피동의 의미가 강조되어 우리 선조들이 적극적인 항거와 투쟁의 결과 광복이 된 의미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의견으로 위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법제처 행정법제국장인 김기표는 칼럼을 통하여 광복(光復)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빛이 되돌아 왔다’라는 의미로 광복절은 국운과 민족의 희망을 되찾은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즉, 잃었던 국권을 되찾은 날이라는 뜻이다. 광복이라는 용어는 일제시대부터 사용되어 왔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40년 중국 중경에서 창설한 한국 광복군(韓國 光復軍), 1915년 대구에서 결성된 대한광복회(大韓光復會) 등이 있다.
독립(獨立)이라는 용어는 광복이라는 말보다 더 널리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일제시대 박은식 선생이 1884년부터 1920년대의 항일투쟁사를 기술한 역사서인 한국독립운동지혈사(韓國獨立運動之血史), 상해의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발간한 독립신문, 3 1운동 뒤 홍범도를 사령관으로 북간도에서 조직된 대한독립군, 1920년대 대한민국임시정부 산하의 독립당,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능률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군자금 모집을 위하여 발행한 독립공채(獨立公債), 1919. 2. 8 일본 동경에서 조선인 유학생들이 발표한 조선독립선언서, 3 1 독립선언서 등 그 예가 매우 많다.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일제하 항일투쟁을 독립운동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 한 19세기말 대한제국 시절에도 서재필 박사 등이 중심이 되어 우리나라가 외세 특히 중국 청나라로부터 종속적 관계를 탈피하고 자주ㆍ자립하기 위하여 독립협회를 조직하고, 독립문을 세우고, 독립신문을 창간한 것을 보면 독립이란 용어는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민족 스스로 자주ㆍ자결하는 뜻으로 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김구 선생도 백범일지에서 독립이라는 말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나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1947, 백범 김구, 나의 소원-
이때 독립의 의미가 미국이나 아프리카 신생독립국처럼 무에서 새로운 국가를 건립한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님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의 독립은 다른 민족의 간섭이나 이념ㆍ사상에 구애받지 않고 한민족이 주인이 되어 완전한 자주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독립기념관도 그 설치 목적이 독립기념관법 제1조에 나와 있듯이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극복사와 국가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ㆍ보존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널리 외세로부터의 자주독립을 뜻하는 광의의 의미로 사용되어 온 독립이란 낱말의 의미에 부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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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광복ㆍ독립 또는 해방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하여 학자들간의 해석하는 부분에 있어 약간씩 상이하나, 이에 결과적으로 현 시대 분위기를 보자면 대다수의 한글학자들은 일찍이 독립기념관의 명칭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과 같은 국가에서 독립이라는 용어를 쓰는 데 있어 전자인 명지대 진태하 교수님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독립은 이전의 예속된 상태가 같이 강조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독립된 상태가 아니었다가 독립된 경우가 아니라면, 이전의 자율적 시기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에서는 광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따지고 보면 올바른 표현이 맞는 것이다.
이를 쉽게 더 설명하자면, 독립의 사전적 정의는 주인이나 지배자에게서 벗어나 혼자 자립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개념어 이해하기 50. 독립 참고-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이전부터 독립국가로서 그 존재를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독립의 뜻을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일본이 우리의 지배자인 상태에서 이를 벗어난 국가라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히 높다. 일찍이 독립이라는 단어가 쓰임에 있어서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서재필 박사가 미국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감명받아 용어 그대로 전수하였다. 이에 관하여 미국은 영국이라는 기존의 국가에서 새롭게 만들어 졌으니 독립이라고 하는 게 옳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이 기존의 주인이 아니니 독립이 아닌 광복, 해방이 더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