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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영하 1도를 기점으로 마지막 서리가 내리길 기원하며 드디어 저의 정원에 봄 꽃들이 피네요.
안녕하세요? 대관령 살바토레입니다. 길고 긴 겨울이 끝나고 청정고원 대관령에 봄이 왔습니다.
뒷산에 올라가니 다양한 미나리아재비과 식묻들이 눈에 포착 됩니다. 얼레지와 바람꽃, 진달래가 핀 걸 보니 완연한 봄이네요.
지난주까지 영하로 가끔 떨어지고 서리가 와 불안했는데 이제 내일부터 완연한 봄 같습니다.
많은걸 파종하고 다시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중노동이지만 즐김 앞에서는 ...ㅎ
얼레지가 나비와 데이트를 합니다.
취미로 꽃을 키우고 사진을 찍고 기록합니다. 여러 고수님들과 꽃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이름이 다를 수 있습니다. ㅎ
튤립 아케보너가 요염하게 나올 준비합니다.
수선화들 여러 품종도 하나둘씩 자신의 색을 뽑냅니다.
지난주 괴불주머니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노루귀가 나옵니다. 봄이 왔다는 증거입니다.
수선화들이 화사하게 자신만의 색을 보여줍니다. 버렛 브라우닝 같은데 이 녀석들도 정말 귀엽고 앙증맞습니다. 하이네가 노래한 그 시가 생각납니다.
너는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다던...
역시 작약과 수선화의 만남이네요.
현호색과 여러 현호색들이 파티를 벌입니다
잎이 더 예쁘고 자라는 과정이 훨씬 예쁩니다. 잎은 축소해 놓은 그림이자 예술입니다.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수만 가지 연둣빛이 매일 변합니다. 그걸 빛과 바람에 따라 표현한 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 매일매일 수천 번 변하는 연둣빛은 정말 장관이죠
다알리아를 아내와 딸아이와 열심히 심었습니다. 다알리아는 정말 캤다 심었다 시간차의 연속이라 귀찮지만 여름에 풍성하게 볼려면 꼭 해야 합니다. 한 열품종 이상 심었네요. 캐는 구근식물들은 정말 인내심 테스트를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만의 부엽토를 만들어 봅니다.ㅎㅎ 은근히 일이 많은것 다 아시죠. 풀뽑다가 어디 가지도 못 합니다
밭 주위에도..
프리뮬라 덴티큘라타
식물의 신경과 뇌 그리고 .. 조직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다른 각도입니다.
서리온 날
Narcissus 'Pink Charm'
제가 좋아하는 튤립입니다.
동강할미꽃 입니다. ㅎ
서서히 튤립들이 그 아트쇼를 펼치네요.
Narcissus 'Pink Charm'
씨 떨어져 난 일본 비올라가 색이 진하면서 와인색에 가깝습니다. 모든 꽃이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이 없습니다.
예외도 있지만 평균 그렇다 보는데 어떤 꽃은 2~3일 피고 지고의 연속입니다.. ㅠㅠ 내 사랑 오리엔탈 양귀비 입니다.
피기전 그 과정이 예쁩니다.
해 질 녘 대화.
화단에 채우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사기는 그래서 늘 파종을 합니다. 아내의 예리한 손이 이때 도움이 됩니다.
갈퀴현호색 Corydalis grandicalyx B.U.Oh & Y.S.Kim
해발 1000m 지점서 한국 특산종인 희귀 꽃 갈퀴현호색을 만났습니다. 자랑스럽게도 한국인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나비를 쫓다가 우연찮게 만난 갈퀴현호색 올챙이 변종 같습니다. 식물도 한국 특산종임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이름이 들어간 게 많습니다.
다시 오후
서리온날 2 가슴은 아프지만 이파리도 예술이 됩니다. 하지만 몇개 고사하고 맙니다.
환상입니다.
대관령도 봄입니다. 뒷산에 올라가니 생강나무가 마법처럼 피어있습니다. 정말 눈부십니다. 자연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시계입니다.
지금부터 대관령의 명물인 선자령, 바우길 코스는 정말 매일 그림이 그려집니다. 하루도 안 빼놓고 숲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데 연둣빛이 이제 수만 가지로 바뀌는 계절입니다. 어떤 날은 잠시 현실을 잊고 콧노래가 나옵니다.
*
오, 대니 보이여, ...
피리 소리가 부르고 있네.
골짜기로, 그리고 산마루를 따라 들려오네.
여름은 가고 장미꽃도 지고 말았다.
너는 가고 나는 슬픔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목장에 여름이 찾아오면 너도 돌아온다.
아니면 골짜기가 흰 눈에 덮일 때쯤일까.
나는 개인 날이나 흐린 날도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네가 꽃이 시드는 것처럼 지고 말았다면,
나는 네가 누울 땅을 찾고 작별의 말을 하겠지.
Danny Boy, Andy Williams가 참 잘 불렀습니다.
봄이 왔다는 증거
Narcissus 'Ice Follies'
양지꽃
수선화의 향기...
수선화의 향기는 원래 떫으면서도 감미롭다.
흙냄새에 묻어,
온유한 한낮의 바람에 잡혀,
조용한 손님이 되어 창으로 스며든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그 귀한 것이구나.
해마다 어머니의 정원에
맨 처음 피어나는 바로 그 꽃이구나
헤르만 헤세
히메노칼리스
난쟁이 족 개별꽃
처녀치마 Heloniopsis koreana Fuse, N.S.Lee & M.N.Tamura (2004)
오늘 해발 1000m 지점서 발견. 꼭 캉캉춤을 추는 아가씨가 입는 치마 같습니다.
밤의 시간
밤에 보는 꽃은 더 사랑스럽고 침묵합니다. 꽃이 예쁜건 말 없는 침묵이라던 법정 스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서서히 보여줍니다.
Tulipa 'Akebono'
별은 쏟아지고 아케보너는 미풍에 흔들립니다.
... 시몬 베이유 : “인간의 사랑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쾌락들 중 하나 :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가 모르는 가운데 봉사하는 것.”
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 p.72
숲의 요정 제비꽃
눈부시다. 봄.
그 날 기록이라 반어체입니다.
패모 (Fritillaria imperialis Rubra Maxima)는 어릴 적 보던 만화 미래소년 코난 중 '포비'를 닮았다. 참 독특한 꽃이다. 냄새도 기분 나쁘면서 사람이 만지는 걸 아주 싫어해 뱀처럼 방향을 바꾼다. 패모 속 식물들도 참 여러 가지다.
장석주 작가는 모란 앞에서 밸도 없다 했지만 나는 패모, 작약, 숙근 양귀비 앞에서는 정말 밸도 없다. 드디어 5개월 만에 눈이 아닌 비가 밤새 왔다. 기뻤다. 좋아하는 꽃들이 하나둘씩 땅을 뚫고 시간의 법칙 속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나오고 있다. 못난 사람 애를 써봐도 시간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뒷산 칼산에(해발 940m) 올라가니 드디어 미나리아재비과 식물 중 바람꽃, 노루귀가 마법처럼 자릴 잡았고, 현호색과인 괴불주머니와 백합과인 얼레지는 백만 대군을 이끌고 지구의 표면으로 당장 뚫고 나올 태세다. 며칠 전만 해도 얼음장 같았던 나무들이 기지개를 편다. 초 봄의 ...노란 손수건 생강나무가 며칠 사이 미색으로 물들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내의 목덜미처럼 희고 차가웠던 눈도 이제 거의 다 녹는듯하다. 눈부시다. 봄. 경이롭다. 갑자기 어디선가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가 들렸다. 모든 게 뜨거워진다. 4월 초의 미풍처럼.. 그날의 기록.
*
*
시골에 내려가 산 지 열다섯 해가 넘었다. 봄가을을 열다섯 번이나 흘려보내며 더 단순하게 기쁘게 애썼다. 뭘 하면 좋으까를 늘 생각했다. 일종의 실험이었다. 오랫동안 도시에서 복잡한 방식으로 살았던 터라 몸에 익숙한 삶을 버리고 갑자기 단순하게 바뀌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몸이 저항했다. 그러나 단순한 방식으로의 전환은 내면의 준험한 명령이었다.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에 집중하려면 더 단순해야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독서, 산책, 음악 듣기,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이다. 단순하게 소박하게 살려고 많은 것을 끊었다. 술을 끊고, 불필요한 사교를 끊고, 소모성 관계들을 정리했다. 뜰의 모란과 작약, 앵두나무, 연못의 수련을 벗 삼으며 기쁨을 구하고 외로움을 달랬다. 시골에 사니 불러 주는 이도 없었다. 처음엔 외로워졌지만 그걸 견디고 나니, 바깥에 나가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대신에 일 년에 한두 번씩 벗들과 이웃을 불러 하우스 콘서트를 열... 고 지인들이 선물한 와인을 모았다가 내놓았다. 그렇게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음악을 들으며 초여름의 정취를 즐겼다.
장석주 /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p, 115
@ 대관령
올해도 많은 공부하면서 이곳의 고수님들의 꽃 많이 보겠습니다. 멋진 봄 되세요.
이제 장미를 꺼내 놓을 때가 왔습니다. ^^
첫댓글 조근조근 들려주는 꽃스토리가 꽃만큼이나 재미있으며
봄꽃과의 잔잔한일상이
눈에본듯 그려지네요
이곳은 수선화 진지가 한참인데 대관령은 이제 봄의 시작이군요 ~추운곳이라 꽃색들도 진하고 특히 앵초 종류가 잘된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파종해 놓으신 양을보니 얼마나 꽃사랑이 대단하신지 느껴집니다 ~
드디어 대관령이 잠에서 깼군요~얼마나 답답했을까요?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입다문 튤립이 야무지고,순결해보이는 수선화~~
모두 반갑네요ㅎ
봄이 시작됨을 축하드립니다.
늦게 온 봄이니만큼 찬란합니다^^
올해도 멋진 사진들 기대할께요
그 즈음이었어요, 제 기억에도.
불필요한 사교를 끊고 소모성 관계를 정리하기. 그러자 꽃을 가꾸는 일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어요.
뭐, 좋은데요!
늘 음악과 시와 산책하기, 씨를 넣고 또 기록하고 갈무리하는 일상이 멋지세요. 엘님과 따님의 모자는 또 어찌나 멋진 표정인지! 많이 자랐어요 꼬마아가씨가?!
와~
멋지네요
사진 하나 하나 그 꽃들 자태가 고스란히 잘 나타나있어요
예쁜 꽃에 멋진 사진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에 입가에 미소 머금고 잘 보았습니다
사진은 정말 저장하고 싶을 만큼 예쁘네요
고운 글 잘 보았습니다
올해도 너무 멋져요 ㅠㅠ
아름답습니다~^^
예술입니다~~~^^!
예사롭지않으신 사진실력이시네요 평범하게 보와온 아내와따님에 꽃심는모습도 액자에담아도손색없는 아름다운작품이네요 식물에 신경과뇌 그리고조직이란표현에~~깜놀했네요 전 아무생각없이다뤘거든요 얼마나 아팠을까 미안하네요 잘배우고갑니다 꾸~~뻑
꽃들이 좋아...(카메라)기계가 좋아...(촬영)실력이 좋아...
모든 것이 환상입니다....정말 멋져요...^^
멋진 사진과
마음을 울리는 글
아침부터 감동으로 시작하게 됐네요
다시 보고 읽어야겠습니다
즐감했습니다
이쁘네요.
잔잔한 글들과 그림들 마음에 담았습니다.
사진이 너무 수준 급이네요~ 아름다워요~
튤립과 수선화를 밀집해서 심으셨군요
아마와 프로의 차이일까요??
애들이 숨막힐까봐 조금씩 띄워 심었는데 저렇게 심으니까 뭔가 더
멋져보이고 있어보이고 더 예쁜것 같기도 하네요~~
시도해 봐야겠네요~~!!
신기한 꽃들이 참 많으시네요.... 부럽습니다~^^ 처녀치마 앙증맞게 이쁩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스토리네요~~ 멋진 말씀 글 감사합니다~~
와우 봄의 탄생 신비롭습니다
잘읽었습니다^^~~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이 되네요~
하나의 작품을 본 듯합니다
예술성이 뛰어 나시네요
물론 꽃도 이쁘지만
감상 잘 했습니다
살바토레님
덕분에
장석주님의
단순한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구입해 읽고있습니다
정말좋네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