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법 시행 1년만에 1792명 공로자 결정 본인·유족 등 총176억 원 공로금 지급 신청 기한 10월 16일…적극 홍보 나서
국방부는 30일 6·25 비정규군 보상법 시행 후 심의를 통해 1792명을 6·25 비정규군 공로자로 인정하고, 본인·유족에게 총 176억 원의 공로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월 초 진행된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23년 군단 발굴팀 집체교육’ 장면. 국방일보DB
한 집안 5형제 비정규군, 부부(夫婦)·모자(母子) 전투대원 등 6·25전쟁에 비정규군으로 참전했으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영웅들의 공적이 공개됐다.
국방부 비정규군 공로자 보상심의위원회는 30일 6·25 비정규군 보상법 시행 후 약 1년간 14차례에 걸친 심의를 통해 1792명을 6·25 비정규군 공로자로 인정하고, 본인·유족에게 총 176억 원의 공로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6·25 비정규군 보상법은 6·25전쟁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적 지역에 침투해 첩보수집 및 유격활동 등 국가를 위해 특별히 희생한 사람의 공로를 인정하고, 공로금을 지급하기 위해 지난 2021년 4월 13일 제정됐다.
켈로(KLO)부대로 알려진 미 극동군사령부 한국연락처를 비롯해 주한 유엔군 유격부대(8240부대), 미 중앙정보국 첩보부대(영도유격대), 미 극동공군사령부 첩보부대(6004부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방부는 법 제정 후 2021년 10월 ‘6·25 비정규군 보상지원단’을 설치하고, 지난해 2월부터 매월 한 차례 심의를 전개해 공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아울러 심의·조사를 통해 기존 사료에 담기지 못한 숨은 영웅들의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난 고 이영일·영이·영우·영걸·영익 등 5형제는 6·25전쟁 중 미군 8240부대 예하 울팩부대(Wolfpack)에 입대해 비군인 신분으로 적 지역인 황해도 일대에 침투해 첩보수집과 유격활동을 수행했다.
울팩부대는 강화도 교동도에 사령부를 두고 옹진반도 동·남쪽에서 한강 어귀와 인천 앞바다를 관할했다. 특히 5형제 중 차남 이영이는 울팩1부대 대대장을 맡아 1951년 3~12월 수차례에 걸쳐 개성 인근 개풍군 일대에 침투해 개성탈환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고, 뛰어난 지휘·전투 역량으로 전쟁 후 육군 장교로 임관했다.
비정규군 공로자 중에는 남다른 부부애와 조국 수호의 정신을 보여준 부부대원의 사례도 많았다. 6·25전쟁의 분수령이 된 인천상륙작전의 발판인 ‘팔미도 탈환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켈로부대원 고 이철·최상렬 부부가 대표적이다.
이철은 전쟁 초기 서울·인천 지역의 첩보를 수집하기 위해 서울에 잠입해 최상렬의 집 지하실에 첩보기지를 구축했다. 이어 최상렬과 함께 인민군 또는 피난민 부부로 위장해 서울 일대 인민군사령부 동향과 인민군 배치 등 중요 정보를 수집·보고했다. 이철은 이후 영화 ‘인천상륙작전’ 켈로부대원의 모티브가 됐다.
이철은 북진작전 당시에는 평양 일대에 첩보기지를 세우고, 중공군 참전 상황 등 핵심 정보를 보고했다. 이후에는 켈로부대 첩보부대장·교육대장 임무를 펼치며 첩보원 양성에 힘을 쏟던 두 사람은 1951년 11월 켈로부대원 간 합동결혼식으로 부부가 돼 첩보원 부부의 상징이 됐다.
생전 여성 첩보원으로 활약한 모친의 뜻을 이어 적진 한복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전투 임무를 수행한 유격대원도 있었다.
고 박정숙은 6·25 전인 1949년 켈로부대 창설 초기부터 첩보원으로 활동했다. 피난민·행상인으로 위장해 인민군 관련 첩보 수집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6·25 발발 5일 전 적 지역에서 소지하던 인민군 첩보 보고서가 발각돼 포로가 됐다. 전쟁 기간 납북 또는 처형됐을 것으로 추정돼 현재 현충원에 위패가 모셔진 상태다.
박정숙의 아들 고 윤종상은 어머니의 생사도 모른 채 홀로 피난을 떠났다 교동도에서 8240부대 예하 울팩2부대에 입대해 황해도 연백군 봉화리 전투와 경원선 철로 파괴 등 다수의 유격작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비정규군 공로자 중 형제 사례 12건, 부부 사례 24건, 부자·모자 사례 2건 등을 확인해 공로금을 지급했다. 아울러 법상 비정규군 공로금 신청 기한이 오는 10월 16일까지인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홍보와 공로자 찾기 사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임천영 보상심의위원장은 “비정규군 공로자를 한 분이라도 더 찾고 공로를 인정받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공로자 대부분이 85세 이상 고령자이기에 신속한 보상으로 명예를 회복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