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무릇 아버지가 아들에게 선물할 때에는 부자가 함께 웃고 아들이 아버지에게 선물할 때는
둘이 다 눈물을 흘린다. 부자가 함께 운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인지도
모른다. 삶은 사랑 받는 것과 사랑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당연히 사랑해야 할 위치에서 사랑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사랑 받을 위치에서 사랑하는 일은 가장 진실한 사랑일 것이다.
서로 아낌없이 주는 것, 이게 눈물로 교감되는 사랑인 것이다.
전남 보성군 등양이 고향이다는 정상명(40) 씨는 지금 해남종합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경운기에 잔득 실은 볏집에 밧줄을 매다가 떨어져 척추의 신경장애로 인해
전신마비가 되었다. 다치기 전까지 아버지는 대농가로서 근면성실한 분이였다고 했다. 특히
그가 막내이기에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런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그도 많은 충격을
받았단다. 꼼작도 못하고 투병생활을 하시면서 단 한가지의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 보여 주었다.
그것은 바로 희망 섞인 아버지의 강인한 눈빛이었는데 천장에 줄을 매달아 책을 보는 일이였다.
10년 동안 일거수일투족의 어머니 병수발에도 불구하고 그만 하늘나라에 가시고 말았다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에 정상명 신경외과 과장은 전남대 공과대에서 한 달 다니고 있을 때다.
아버지를 고치지 못한 현대 의학에 대해 불만이 많았기에 이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공부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해 조선대 의학과에 들어서게 됐다고.
아버지는 누워 계셔도 꼿꼿하게 서있는 셈이였다.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을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