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꼭 20년을 맞는 극단 청년극장(대표 김상규).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살아있는 곳이다. 김 대표는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게 연극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그저 연극이 좋아서’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연극만을 해서는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대부분의 연극인들은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연극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연극을 하는 이유를 묻는 것은 왜 사는가를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이라고 한다. 84년 연극을 좋아하는,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동인제 형식으로 시작했던 청년극장. 처음엔 아주 작은 공간에서 연극을 시작했지만 어느새 1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번듯한 소극장‘문화공간 너름새’를 갖게 됐다. 청주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규모와 장비를 갖춘 유일하다 할 수 있는 곳이다. 7~8명의 단원들이 이곳에서 상주하며 공연을 준비하고 공연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1년에 4~5번씩 끊임없는 공연을 올리고 있다. 역사가 깊은 만큼 청년극장이 올린 공연도 무척 다양하다. 정통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이창구 상임연출가의 고전적인 연극에서부터 젊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재미있는 연극까지. 이 연극들의 공통점은 모두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사무실 한쪽을 빼곡이 채우고 있는 각종 상패들은 청년극장이 해온 연극들의 역사를 대변해 주는 듯 하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0년 전국연극제에서 ‘세월이 가면(이윤혁 연출)’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다. 충북을 대표해 전국의 쟁쟁한 극단들과 겨뤄 당당히 1위를 차지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부단한 노력으로 해마다 연극제 기간이 되면 다른 도시에서 청년극단이 올리는 연극을 궁금해 할 정도로 전국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김 대표는 “시립극단조차 없는 작은 도시에 청년극단을 비롯한 4개의 극단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에 다른 도시 연극인들도 놀라워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들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고생이나 대학생, 직장인까지 관객층이 다양했지만 IMF이후 관객수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가격의 두 배에 해당하는 연극표를 사는 사람은 그나마 형편이 좋았던 대학생들로 한정됐고 주 관객층이 대학생이다 보니 그들의 입맛에 맞는 연극을 주로 올리게 되는 문제점도 생겼다. 다행히 지난해 너름새를 새롭게 단장하면서 다시 다양한 관객층이 공연을 찾게 됐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공연은 한 표당 5000원씩 정부의 보조를 받는 ‘충북좋은관람권’의 활성화도 관객의 자금부담을 덜어주는데 한몫을 했다. 김 대표는 “모든 예술이 그렇지만 연극 역시 어떠한 정답이 없어 같은 작품도 공연마다 다르고 연출가에 따라 다른 것이 매력”이라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통해 청주시민들을 찾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청년극단은 지난 12일부터 30일까지 화장실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풍자극‘비언소’를 공연중이다. 5월엔 너름새소극장연극축전 이라는 행사를 통해 한달 동안 세편의 연극을 올리고 한 장의 티켓으로 이 세 편을 모두 관람할 수 있도록 해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의=☏043-269-1188. http://cafe.daum.net/cn1188. <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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